안녕하세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저자 연이입니다.
연이는 어느 날 우연히 검색을 하다가 "교육행정직 나무위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아서 작성자가 교육행정직을 다녔거나 다니고 있거나 적어도 주변에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있는 사람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그 글을 읽고 교행에 근무하면서 느끼는 연이만의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이런 부분에 대해 글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이라 교행에 근무하는 모든 이들의 생각을 대변한 그런 글이 아닌 참고용으로만 봐주셨으면 합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외치지만, 차이에서 오는 다른 대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출근시간이 8시 30분이면 16시 30분, 8시 40분이면 16시 40분에 퇴근을 합니다. 정확히 8시간 후에 퇴근을 합니다. 이것만 보면 다음 같은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이야~~~ jg;aj;djf;ajkf;dajf;dja;fdja;f"
뒤엣말은 생략했습니다. 어쩌면 이것 때문에 교행을 선택한 분들도 있고, 이것 때문에 공무원을 자녀들에게 또는 다른 누군가에게 추천하는 직업군인 것으로 압니다.
네, 맞습니다. 저렇게 퇴근하는 날도 있습니다. 사회에서 일반 직장을 가지고 있다면 꿈도 못 꾸는 시간이지요.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런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1. 점심시간도 휴게시간도 따로 없다가 아니라 그냥 시간이 없다.
학교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 모든 시스템이 학생을 위주로 모두 재편이 됩니다. 그래서 8시간 근무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민원을 발급하러 오시는 외부인들도 있고, 선생님들의 수업에 필요한 물품이 대부분 행정실로 오기 때문에 행정실은 비울 수 없습니다. 또한 자칫 학생들의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급히 보낼 우편물이 있거나 교육지원청이나 교육청에서 찾아올 여러 가지 서류·상장·발령장들이 있으면 선생님들이 내려오기도 하고 카드를 들고 직접 사러 가는 선생님들을 위해 법인카드 대여하기도 해야 해서 행정실은 점심시간에도 쉬지 않고 돌아간다고 보면 됩니다.
그럼 점심을 어떻게 먹느냐? 이것 역시 학교마다 참 다릅니다.
① 모두 가서 먹고 오는 한방형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가 원칙이지만, 점심을 먹는데 15분이기에 행정실에 중요한 물품과 카드 여러 가지 회계서류가 많고 개인정보가 가득한 문서가 많기에 잠그고 모두 가서 먹고 빨리 돌아오는 방법을 취하는 학교가 있습니다. 혹시나 그 시간에 행정실을 방문하는 분들을 위해 행정실 문 앞에 연락처가 담긴 푯말을 걸어둡니다.
② 일부가 먹고 오면 교대하는 번갈아 교대형
행정실이 관리·지원실이기에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으로 일부 따로 가서 먹고 오고 교대하여 행정실이 비어 있지 않게 하는 학교가 대부분입니다.
요즘 코로나 시대이기에 행정실과 식당이 가깝다면 학생들이 줄 서 있지 않는 틈을 타서 배식을 받아 행정실로 와서 각자의 자리에서 먹는 방법으로 점심을 먹고 있는 학교도 참 많습니다.
점심시간이 따로 없다 보니 한방형을 취하든 번갈아 교대형을 취하든 느긋하게 먹는 점심이란 없습니다. 전투적으로 식사를 하고 빠르게 행정실로 복귀해야 합니다. 여성분들의 경우라면 이제 밥을 먹는 나이가 된 아이의 밥을 먼저 먹이고 자신의 밥은 허겁지겁 먹는 상황을 생각하시면 되고, 남성분들이라면 군대에서 밥 먹을 때를 생각하면 딱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먹다 보면 정말 튼튼한 위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소화불량은 달고 살고 겨울에는 빨리 먹고 나오다가 급체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위장약을 달고 사는 주무관님들도 많이 있습니다.
당연히 휴게시간 자체가 따로 없습니다. 이것은 다른 사회의 어느 기업이나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점심시간이자 휴게시간이 1시간 있고 대신에 1시간을 늦게 끝나는 구조이겠지요. 교육청이나 그 하위기관인 교육지원청에 가면 이 시스템으로 돌아갑니다.
따로 시간이 없다 보니 틈틈이 화장실도 가고 그 사이에 허리 건강을 위해 허리 돌리기나 맨손체조 비슷한 것을 하여 몸을 풀어줍니다.
그렇다고 마냥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 급식을 한다는 것은 교직원 역시 급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대신 급식비는 학생들과 다르게 책정하여 학교마다 학교운영위원회를 1년에 1번 거쳐서 정하게 됩니다. 연이는 지금은 건강상의 문제로 급식을 먹지 않고 있지만, 한 끼에 4,100원에 학기 중에는 점심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매일 같이 나가서 무엇을 먹을까 걱정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겠지요?
2. 물 위에 뜬 백조 같은 교행직
근무시간이 8시간이란 소리는 그 시간에 업무를 한다는 소리와 대등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 일이 일어나고 그 일이 마쳐지기 전에 다른 일이 일어나는 일은 흔하고 빈번합니다. 급여 작업을 하면서 전화를 받기도 하고 민원을 발급하면서도 지출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외부에서 행정실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상황도 살펴보고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물 위에 뜨기 위해 물아래 발은 모터 달린 발을 굴리고 있는 백조 같습니다. 이런 타이트한 아주 바짝 조인 시간들을 잘 사용하지 않으면 업무를 하다 말고 업무가 종료됩니다. 그러면 곧이어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주무관님은 이런 타이트한 근무시간에는 본인 업무가 아닌 본인 업무를 하기 위한 밑 작업, 즉 지출업무라면 견적서, 사업자등록증 사본, 통장사본, 세금계산서 등 지출 관련 서류를 업체에 전화해서 받거나 수업을 위해 물품을 사기 위해 오픈마켓이나 학교장터, 나라장터를 이용하여 구매를 진행하는 업무를 한 후 서류를 출력하는 등 잠깐잠깐 하다가 끊겨도 다시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사람들이 다 퇴근한 후에 일을 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업무를 하다가 전화를 받는다든가 갑자기 학교 시설을 보러 가는 등 끊김이 많은 근무시간에는 공조할 업무를 미리 진행하고 발급받을 서류를 받는 시간으로 활용한 후 조용한 시간에 방해받지 않고 빠르게 업무를 하고 싶어 하는 주무관님들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연이가 부러운 멀티가 되고 시간 관리에 재주가 있는 분이라면 그리고 이런 일을 아주 능수능란하게 되는 시점에는 가장 좋은 직업군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합니다.
https://brunch.co.kr/@a04cfbf5a6fc4d0/80
3. 그러니 급여가 적다.
근무시간이 8시간이고 교사도 아니고 근로자도 아니기에 그런 다름에서 오는 급여는 낮습니다.
한 번 사회복무요원이 지출증빙서도 잘 묶고 교행 업무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딱 봐도 공무원을 하면 잘할 것 같아서 교행직을 추천하니 사회복무요원이 하는 말을 받고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연이 주무관님 월급 보고는 저는 절대 교행직은 안 하고 싶어졌습니다. 공무원을 하더라도 다른 공무원 할래요."
그런데 이는 매년 정해지는 지방공무원 보수 지침에 따라 본봉은 일정하게 정해지는 것이고, 각 직렬마다 수당에는 차이가 있으니 이 모든 것 역시 본인이 정한 직렬이고, 같은 근무지 내 다른 직업군과의 급여 차이는 그들에게 지급하는 법률 규정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니 그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에는 국가공무원인 교장, 교감, 교사들이 있고, 근로자인 교육감소속 근로자, 즉 교육공무직이 있고, 지방공무원인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있습니다. 그들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름을 수용해야 마음이 편하다는 걸 몇 년이 지나서 연이도 깨달았죠. 그래도 조금씩 처우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