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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Dec 25. 2023

[교행일기] #142. 어둠의 끝자락

교행일기 시즌4-2. 어둠의 끝자락

어둠의 끝자락


과연 올까?


밤새 집채만 한 눈알이 쫓아오는 꿈을 며칠 째 꾸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날들이 많아질수록 마음은 가루처럼 부서져 모래알이 되어 바람에 흩날린다. 처음 이 학교에 왔을 때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부정을 했다. 하지만, 그 부정은 또 부정을 낳고 따스함으로 가득했던 마음은 조금씩 좀 벌레가 갉아먹듯 어딘가로 따스함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말수가 적어지고 활짝 웃던 웃음은 입가의 미소만 남아졌다 이내 그 미소조차 언제 지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기계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야 살아남는 것인지 여기는 그런 곳인지 연이는 알 수 없었다. 집에서 떠날 때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녹턴을 듣고 지하주차장에서 심호흡을 여러 차례 하고 올라가도 이내 힘차게 내딛던 발은 얼음이 되어버렸다. 


알아서 이것저것 했던 업무도 계속 지적을 받았다. 그동안 배운 모든 과거의 날들이 부정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내가 이제까지 배운 것에 대해 의심의 싹이 번졌다.

'이게 맞나?'

의심의 끝은 의심을 낳았고, 일의 진척은 더디기만 했다. 자신감 넘치던 연이는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눈알이 또 쫓아왔다. 식은땀으로 젖어버린 베겟잇과 함께 눈에는 물이 고였다.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그랬다. 여기를 거쳐간 지난 주무관님들이 왜 그렇게 누구보다 빠르게 휴직을 감행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곳에 보내진 것은 그런 이유가 있었다. 연이를 아는 수많은 사람들의 격려가 무색하게 연이는 뿌리가 잘려 화병에 꽂힌 꽃처럼 점점 시들어갔다. 그렇게 건강도 적신호가 드리우고 있었다. 


행정실에서 유일하게 코로나도 독감도 걸리지 않은 몸이 그냥 감기에 무너졌다. 열은 약으로 금세 가라앉았지만, 여기저기 몸의 통증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목이 부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약 먹고 자고 또 약 먹고 자고 또 자고 자고 자고. 며칠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잤다. 


또 눈알 꿈이다. 쫓아오던 눈알이 연이의 눈앞에서 연이를 응시했다. 연이는 피할 기운이 없었다. 꿈속에서는 감기가 아닐 텐데, 여전히 기운이 없었다. 눈알이 끔뻑끔뻑했다. 그러더니 잠시 조금 뒤로 움직여 연이를 바라봤다. 연이도 눈알을 바라봤다. 누구의 눈과 참 닮았다. 나의 눈. 따스했던 나의 눈. 그 눈과 참 닮았다. 연이는 손을 뻗어 눈알을 쓰다듬었다. 바르르 떠는 눈알은 이내 그 큰 눈에서 눈물을 계속 흘렀다. 눈물에 휩쓸려 연이가 어디론가 빨려갈 때도 연이는 눈알을 응시했다.


오지 않을 것 같은 날이 왔다. 발령일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일지 악몽일지 그 누구도 모를 그날이 왔다. 연이는 지금까지의 어둠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꿈속에서 따스하게 연이를 응시하던 그 눈알의 따스함이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4"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시즌 3(연이의 기억) 달리 시즌 4(연이의 시련)는 연이가 겪는 마음의 시련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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