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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Jul 18. 2021

[교행일기] #14. 결재라인을 무서워하지 마라

위임전결규정, 그게 뭐다냐?

결재라인을 무서워하지 마라


급여가 마감하는 날이라 연이는 마음이 바빠졌다. 뒷 캐비닛을 열어 급여 관련 서류철을 찾았다. 두툼한 서류들은 일정한 크기로 묶여 있었다. 어떤 서류를 어떤 순서로 묶어놨는지 작년의 이 주무관의 흔적을 차근차근 더듬었다. 서류를 들쳐 하나하나 살펴보고 포스트잇에 적어내려 갔다. 급여이관내역서, 급여대장, 급여변동내역....


연이는 어제 실장님과 점심을 먹은 후 행정실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면서 실장님의 과거 초임 시절 얘기를 들었다. 초임 시절의 얘기는 대부분 어리바리로 시작한다. 그리고 실수를 한다. 그것도 큰 실수. 초임 시절 실장님의 실장님은 실장님이 하는 모든 것에 예스하는 실장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2년이 되어서 다른 학교 전출로 갔고, 모든 잘하는 줄 알고 어깨가 으쓱했던 초임 시절 실장님은 중요한 계약 건을 진행할 때였다. 자신 있게 전임지에서 했던 대로 했고, 그다음 날 업체 두 곳에서 전화가 왔고 내가 1순위인데 왜 2순위에게 선정해줬느냐고 따졌고 이를 심하게 걸고 넘어졌다. 이를 전출간 학교의 실장님 덕분에 원만히 해결되었다고 했다. 고개를 저으며 그 시절 그 사건만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했다. 그 당시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많고, 일처리가 미숙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지만 그 실장님이 미울 법한데 잊지는 못하는 이유는 모두 예스라고 해줘서 그런 게 아니라고 했다. 그때 실장님이 해준 말을 해주겠다고 했다.


“결재라인을 무서워하면 아무 일도 못해. 주눅이 든다고.”


실장님의 이 한 마디가 연이의 마음 깊이 박혔다. 결재라인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어려운 존재들인데 어려워하지 말라니, 아이러니한 말이라고 들었을 때는 그리 생각했다. 말의 힘이라는 게 그 말을 한 당사자도 결재라인 중 하나인 데에 생각이 다다르니 마음이 평온해졌다랄까.


처음으로 급여를 마치고 급여 관련 서류를 챙겨 더블 클립으로 집어 결재판에 놓고는 큰 들숨과 날숨을 두어 번 한 후 실장님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과연 연이는 무사히 급여 결재를 맡을 수 있을까?





5년 후 연이가 들려주는 위임전결규정, 그게 뭐다냐?

5년 후 연이가 보내온 위임전결규정

5년 후 연이를 초대합니다.

또 법이 나오죠? 사실 교행직은 관련 법이 상당히 많습니다. 위임전결규정은 간단히 말하자면 교장선생님이 결재라인에 맨 위에 있는데, 모두 다 결재를 하자면 교장선생님 혼자서 버거울 거예요. 그렇죠? 간단한 일은 그 밑 단계에서 결재를 해도 교장선생님이 결재한 것이나 다름없다. 요런 규정이죠.


실제 교행직에서의 결재라인은 아주 간단합니다.

3단 결재, 2단 결재만 알면 됩니다.


3단 결재는 담당자-행정실장-교장

2단 결재는 담당자-행정실장


2단 결재는 특수한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정리쟁이 연이가 딱 정리했지요.


1. 지출에서 지출결의, OO만원 이하 품의결재(근무지 위임전결마다 다름)

2. 복무 상신에서 연가, 병가, 공가 등 ~가로 끝나는 복무를 빼고 모두

3. 출장 상신에서 1일 미만 시간 단위 근무지 내 출장


이 정도만 알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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