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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Jul 23. 2021

[교행일기] #19. 겨울방학,행정실 뭐해요, 놀아요?

겨울방학, 행정실은 마감의 환장 파티

겨울방학 때 놀아요?


연이가 공시생 시절에는 행정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저 교육행정직이 되면 학교에 근무하게 된다는 것도 거의 면접 직전에 알게 되었다랄까. 정말 무지했다. 한 번은 주말에 첫 출근하고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고 있는 외삼촌 댁에 인사차 들린 적이 있었다. 반가이 맞아주는 외삼촌과 외숙모 그리고 사촌들. 점심 때라 치킨을 시켜서 먹기로 하고 전화로 주문을 했다. 외삼촌이 기뻐서 연이를 위해 사는 합격 축하 턱이었다.


"우리 연이, 드디어 합격했구나. 1월이면 학교는 방학에 들어갔겠네."

"네, 들어간 지 3일 되었어요."

"아, 그럼, 할 게 없겠네. 놀아서 좋겠네"


외삼촌의 호탕한 웃음이 이어졌지만, 연이는 호응을 할 수 없었다. 외삼촌은 10여 년간 초등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했기에 더욱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이상하다. 행정실은 바쁘게 돌아가던데...'

연이는 방학 때 행정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지만, 연이가 맡고 있는 업무는 방학과 상관없이 업무의 중단이 없는 그런 업무였다. 그리고 실장님과 차석 주무관님도 방학과 상관없이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다.


외삼촌이 하는 말이 분위기를 싸~~ 하게 얼린 것은 아니지만, 호응할 수 없었던 연이는 계면쩍은 웃음만 지었다. 아마 그것이 초등학교 방학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관점이지 않을까 했다. 당연히 방학이 되면 학생들이 안 나오고 교사들도 안 나오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주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주변에 알고 있는 교사가 없었던 연이는 방학 때 교사들이 학생을 가르치지 않아 급여를 못 받는 줄 알았으니까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예민해지는 시기


겨울이 되기 전에 사시사철 푸른 나무를 제외하고는
나무는 모두 잎을 떨군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죽어 있는 듯한
저 나무에 여름철에 풍성했던 나무를 상상할 수 있을까?
그저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겨우내 항상 똑같은 앙상한 나무이기에
나무의 사정은 모른다.
나무는 꾸준히 준비한다. 봄에 나뭇가지의 잎을 틔우기 위해.


교문을 지나 학교 현관으로 가는 살짝 경사가 있는 길을 천천히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고요함에 연이의 발자국이 바닥에 찍히듯 소리를 담아 따라붙는다. 현관까지 따라온 고요함은 놀라서 학교 어딘가로 사라졌다. 8시 40분이 되기도 전에 실장님과 김 주무관님이 분주했다. 어디에서 뭔가가 일어났는지 중앙 테이블에 실장님과 김 주무관님, 시설 주무관님까지 모였다. 연이는 어제의 업무를 이것저것 정리를 하며 작년에 사용했던 이 주무관님이 물려준 달력을 꼼꼼히 체크하다가 그들의 대화에 귀가 쏠렸다.


"예산을 정리한다고 겨우내 공사를 한다네."

교장선생님을 만나고 온 실장님의 한숨은 커졌다.

"마감하려면 좀 빠듯할 것 같아요. 실장님."

김 주무관님은 실장님의 한숨에 자신의 한숨을 더했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교장선생님이 학생들을 위해 벌인 공사가 아닌 듯했다. 연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마감"이 그들의 어깨를 강하게 짓누르는 듯했다. 어차피 하기로 했으니 툴툴거리는 것은 아주 잠시였던 그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업체에 전화를 하고 일정을 조율했다. 분주히 돌아가는 행정실의 열기는 창밖의 고요함이 품은 한기가 부딪혀 창문 유리에 뿌옇게 김 서림으로 점점 밖이 보이지 않게 됐다.



(5년 후 연이) 학생이 나오지 않는 방학이기에 학기 중에 할 수 없었던 학교의 크고 작은 개보수작업이 방학 때 이루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예산을 마감 져야 할 타이밍에 시작하는 것은 실장과 차석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기에 되도록이면 여름방학 때 마쳐지길 바랐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학교에서는 학생과 연관이 있기에 그들의 툴툴은 잠시뿐이었다. 공사도 잘 마치고 서류도 깔끔하게 정리하여 감사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행정실의 업무라 예민해지기 마련이었다.


(꼬꼬마 연이) 연이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저 그들의 감정만 읽을 수 있었다. 아는 게 없었으니 행정실에 돌아가는 순리대로 스펀지 흡수하듯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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