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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Jul 24. 2021

[교행일기]#20. 연말정산, 담당자가 어디까지?

1년의 1번,교행업무의 절정

연말정산 사전 준비


사실 연이는 연말정산에 대한 배경지식과 사전 경험이 없었다. '1년에 1번 모든 근로자가 해야 한다는 것'과 '13월의 급여'라는 수식어가 전부였다. 실제 연말정산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없었기에 연말정산 담당자가 되기에는 사실 F학점이었다.

 

연이가 잘하는 것을 해보기로 했다. 분석이다.


모르는 일에 대한 정보수집 → 읽어서 아는 부분과 모르는 부분 구분하기 → 연이만의 요약


정보수집은 연말정산 담당자를 위해 배포하는 '나이스 연말정산 시스템 사용자 설명서'가 있었다. '나이스'에서 연말정산을 진행하기에 '케리스(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배포하는 설명서였다. 일단 정보수집은 이것을 토대로 보고 더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두 번째 과정인 '읽어서 아는 부분과 모르는 부분 구분하기'에서 첨부자료를 모아서 요약을 할 때 찾기로 했다.


토요일에 초과근무를 하며 이 주무관님의 '연말정산' 관련 흔적을 찾아보았다. 연말정산 서류는 개개인이 제출한 서류를 묶어놓은 것과 이를 다음 달 2월 급여에 반영하면서 무엇인가 작업을 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당장은 정답을 알 수 없어서 일단 케리스에서 배포한 설명서를 꼼꼼히 정독을 하며 중요한 부분은 띠지를 붙이고 노랑 형광펜을 칠했다. 모르는 부분은 주황색 형광펜을 칠하고 짤막하게 멘트를 남겼다.


19일부터 국세청 홈택스의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통해 개인별 연말정산 전자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고 했다. 연이는 설명서에 나와 있기로는 PDF파일로 다운을 받아 '나이스'에 업로드하고 나머지 확인 가능한 종이서류를 제출하면 끝나는 단순한 과정처럼 보였다.





연말정산 시작


19일이 다가왔다. 연말정산 첫날이었다. 연이는 평소 학교 도착시간보다 30분 더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 7시 30분이었다.


나이스 연말정산 처리 흐름도를 출력해서 데스크 테이블 안쪽 빈 공간에 잘 보이는 곳에 붙였다. 업무담당자이기도 하고 정산대장자이기도 했지만, 연이는 공무원이 되기 전 2015년에는 소득이 없었기에 정산대상자가 아닌 업무담당자 역할만 하면 되었다. 정산대상자였으면 나름 어떤 식으로 그들이 입력하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해보고 싶었지만 연이는 그럴 수 없어 못내 아쉬웠다.


8시 30분.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뭔가 막 밀려올 것 같았는데, 아무 일도 없이 설렁했다. 몇 시간이 지나도 간간이 걸려오는 전화는 김 주무관님을 찾는 전화일 뿐 연이를 찾는 전화는 없었다.


뭔가 연이가 안 해서 못하고 있는 건가?


그러면 바로 전화가 와서 이거 안 된다 저거 안 된다 그랬을 텐데, 그것도 아닌 것을 보면 연말정산 생성자료 확인까지는 잘 된 것일 텐데 이상했다. 빠르게 세 번을 확인했다. 일단 사용설명서대로 모두 한 것은 맞았다.


"김 주무관님! 원래 연말정산 첫날에는 이렇게 조용하나요?"


김 주무관님은 웃으면서 첫날에는 국세청 홈택스에 올라온 자료가 완벽하지 않아 2일~3일 후에 최종 반영이 되면 그때 정산공제자료 pdf를 받아 올린다며 자신도 그때 다운로드하여 올리려고 한다고 했다.


첫날에는 3건의 서류를 받았다. 김 주무관님 말 대로 이틀이 지나자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려와서 행정실은 시장통이 되었다. 방학 동안 만나지 못했던 선생님들이 연이가 서류를 받는 사이 소통의 장으로 행정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1월의 한기로 밖에서 기다리거나 할 수 없어서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눴다.


"자기는 이번에 얼마나 내?"

"말도 마! 애 아빠 쪽으로 다 몰아서 이번에 엄청 내잖아. 자기는 돌려받아?"

"나도 이번에 이쪽으로 몰아보고 저쪽으로 몰아보고 하다가 이번에는 조금 돌려받아."


그렇게 한 무리의 선생님들이 빠져 나가고나자 시장통은 잠시 고요해졌다. 연이는 선생님들이 궁금한 게 많은지 연이도 모르는 연말정산의 세세한 것을 물어서 진을 빼었다. 사실 사용설명서만 숙지하고 있는 것도 벅찬 연이에게는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많았다. 다행인 것은 시장통 속에서 자신들만의 궁금증을 스스로 대화를 통해 해결하거나 홈택스 대표번호를 통해 안내를 받았다며 정보공유를 해준 덕에 연이는 정신을 부여잡을 수 있었다.


왜 급여의 꽃이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 담당자이지만, 국세청 직원이 아니기에 그 중간 역할을 하는 급여담당자라서 잘 모르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담당자인 연이가 설명해준다고 해도 국세청에서 아니라면 아닌 것이 되기 때문에 국세청 콜센터가 그들에게는 좀 더 쉽고 간략하게 정보를 얻어내는 방법이었다.


커피믹스 한 잔을 타서 잠시 밖으로 나왔다. 1월의 추위도 연이의 혼이 빠질 것 같은 머릿속 시장통을 뚫고 들어오지 못했다. 종이컵의 커피는 이내 식었지만, 머릿속 시끌시끌 왁자지껄 정보의 꼬임은 그대로 끓어 넘치려 하고 있었다. 선생님들 덕분에 많은 사실을 체험하게 된 연이는 꼼꼼히 연이만의 연말정산 요약본이 완성이 되었다.




연말정산 마무리


연이는 선생님들이 제출한 서류를 훑어보며 빠진 것이 없는지 살폈다. 선생님들이 낸 서류의 왼쪽 끝에는 5X1.5 종이 포스트잇에 검정색 네임펜으로 이름을 적고 붙였다. 연이는 종이에 가려지는 부분에는 미비서류들을 써놨다. 완료가 되면 성명에 빨간색 네임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동그라미를 그리지 않은 선생님들 것만 추려서 한쪽에 모아놨다. 연말정산 대상자 80명 중 20명 정도였다. 며칠이 지나자 휴직했던 교사와 방학중에 학교에 올 수 없는 분들의 연말정산 서류가 등기로 도착했다. 1명씩 전화를 해서 미비서류를 말해줬다. 이렇게 연말정산과 함께 연이가 발령받아 근무한 첫 달인 1월이 가고 2월 다시 급여작업이 돌아왔다.


연이는 과연 연말정산을 잘 마무리했을까? 내년에는 올해에 허둥지둥하던 상황이 다시 초래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연말정산 뒷얘기

나이스에 입력하는 사항도 인적공제를 받는 것도 모두 연말정산 대상자들의 몫이다. 이 말을 다시 뒤집어서 얘기를 하자면 담당자는 임의대로 그것을 변경해서도 조작해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인적공제를 받을 때 가족 중에 중복으로 공제 받는다 해도 정산대상자 본인이 그렇게 입력하고 서류를 제출했다면 사실 담당자가 중복인지 아닌지 알 방법은 없다.(아주 극히 친하다면 가정 개인사까지 알면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중에 모두 국세청에서 걸러져서 가산세를 내야 한다는 공문이 해당 학교로 보내지면 그때서야 알 수 있다. 그래서 항상 서약서를 받고 서류제출 시 말을 해도 매년 1명 정도는 가산세를 무는 경우를 늘 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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