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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Jul 26. 2021

[교행일기] #22. 널브러진 서류 속 동그라미, 출장

첫 교육, 출장

출장을 다는 게 거기가 아니라고....


"연 주사! 교육 안 가?"

실장님이 불쑥 꺼낸 말에 연이는 벌떡 일어섰다가 머릿속을 뒤적였다.

'교육, 무슨 교육이지?' 

연이는 머릿속의 일정표에 교육 관련을 생각해보려 해도 좀처럼 찾았다는 신호등이 켜지지 않았다. 연이는 달력을 찾았다. 보이지 않았다. 서류 더미에 깔려 어딘가에 있을 텐데. 책상 위에 업무를 하기 위해 널브러진 수많은 서류를 뒤적이며 달력을 찾기 시작했다. 없다. 어라 하는 생각에 서랍을 위에서부터 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서랍을 열자 이 주무관님의 달력과 같이 연이의 달력이 있었다. 서류를 꺼내서 보다가 달력이 거추장스러워 서랍으로 넣어놨던 게 생각났다. 역시 기억에는 한계가 있었다. 


29일 빨간색 큰 동그라미, 사회복무요원 담당자교육.


행정실 창가 쪽 벽에 붙은 시계는 2시에 다가서고 있었다. 3시부터 교육인데, 벌써 나갔어야 했는데, 연말정산 서류를 검토하느라 교육이 있다는 사실은 까마득하게 기억 속에서 묻혀 있었다. 


"연 주사, 올려놓고 어서 가. 잠시 교장선생님 뵙고 와서 결재할 테니."


공문을 열어 교육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1시간하고 5분이 남았다. 얼른 나가야지 안 그러면 교육시간에 늦지 않을 것이었다. 1시간도 더 걸리는 본청 교육이라 마음이 바빠졌다. 그런데, 출장 상신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아차차 싶었다.


나이스를 열어 나의 메뉴에서 찾았다. 오호 보인다. 


개인출장관리


역시 여러 번 초과근무를 달아봐서 출장 상신하는 것은 비슷해서 그런지 어렵지 않았다. 3단 결재를 올리고 책상에 있던 많은 서류를 하나로 모아 3번 캐비닛을 열어 욱여넣었다. 컴퓨터를 끄고 서랍을 잠그고 캐비닛을 잠갔다. 그 사이 컴퓨터는 꺼져서 멀티탭의 전원 스위치를 껐다. 의자에 걸린 가방을 둘러메고 서둘러 행정실 문을 나섰다. 


버스는 다행히 빨리 왔다. 중간에 전철로 갈아타야 했기에 졸려도 참아야 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전화가 울렸다. 실장님이었다. 근무지내출장은 '개인출장관리'에서 다는 것이 아니라 '근무상황신청' 상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망했다. 다시 돌아가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다가 실장님이 대리복무를 달아준다고 했다. 그런 방법도 있구나 싶었다. 역시 어렵다. 물어보고 했어야 했는데, 물어볼 사람도 시간도 없었기에 보이는 대로 했던 게 화근이었다. 그런데 둘의 차이가 뭔지 들어서는 알 수 없었다. 연이가 상신한 곳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요즘 들어 자꾸 실수를 하는 것 같아 연이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실수연발, 꼬꼬마 교행직 연이. 거기가 아니라고!!!


첫 교육, 사회복무요원 담당자교육


교육청에는 첫 발령장 받았을 때 이후 처음이었다. 공무원 신분 이전의 연이와 공무원 신분 이후의 연이가 교차되는 시점이었다. 3시가 되려면 다행히 10분이 남았지만,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야 하는 일이 남았다. 에스컬레이터가 있었으면 했지만, 연이의 다리만이 교육장으로 이끌 수 있었다. 지하철 역을 나와 다시 교육청으로 들어가는 후문에 들어서니 또 계단이 있었다. 1월의 한기 정도는 연이의 열기에 부딪혀 땀으로 맺히듯 안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피부에 닿아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있었다. 셔츠 안에서 나온 열기는 한기와 만나 김이 모락모락 목과 어깨로까지 나오고 있었다. 다시 교육장 입구의 계단을 오르자 엘리베이터에 앞에는 연이처럼 늦게 나온 교육생들이 옹기종기 몰려 있었다. 


5층 교육장에서 멈춘 엘리베이터는 내려올 생각이 없는 듯했다. 할 수 없이 다시 계단을 올랐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뻐근했다. 마음만 바쁜 연이가 잠시 숨을 골랐다. 약속시간에 늦는 법 없이 항상 늦어도 10분 빠르면 30분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했던 연이에게 '어차피 늦었어'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뇌까리고 있었다. 다리가 말을 안 들었다. 다리를 털어 흔들어봤다. 다시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옆의 봉을 손으로 잡아 무게를 분산해서 좀 더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게 했다.


5층에 다다르자 지원청 담당자들이 자신의 책상 위에 출석명단을 펴놓고 있었다. 연이가 다가가자 모여서 얘기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연이가 근무하는 초등학교가 있는 지원청에 서서 명단을 훑었다. 수신기호가 뭐냐고 묻는 지원청 담당자의 물음에 답변을 못하고 OO초등학교라고 답을 했다. 곧이어 연이의 이름을 찾아내 옆에 서명란을 가리켜줬다. 사인을 하고는 책자를 받아 들고 강당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강당을 한 번 쭉 훑어보고는 빈자리를 찾아 일단 들어갔다. 미리 앉아 있던 사람들이 무릎을 살짝 기울여 연이가 지나가게 도와줬다. 강사는 병무청의 감독관이었고, 강의는 시원시원하게 진행이 되었다. 40분 진행하고 잠시 휴게시간이 있는 동안 연이는 동기들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한 무리의 뭉치가 보였다. 딱 봐도 동기들이다. 그런데, 뭔가 표정들이 낯설었다. 아니 정확히는 심각했다. 그들의 뿜어내는 심각한 아우라 속으로 연이는 인사를 하며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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