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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Oct 19. 2023

비양심과 오진료는 같은 길을 걷나요?

아무튼, 의사

얼마 전 뉴스에서 과잉진료를 넘어선 사기로 치아 2~3개를 제외하고 전부 임플란트로 바꾸게 된 피해자의 사연을 보게 되었다. 이 피해자 외에도 발치를 한 후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잇몸이 붓고 제대로 씹지도 못하는 불편한 생활을 하는데도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그저 그 병원을 선택하고 그 의사말을 믿은 것이 잘못한 것이라며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의 인터뷰와 함께 다수의 피해자 사례도 같이 방송되었다. 그 방송을 보며 잊고 지냈지만 떠올리면 화가 나 피가 뜨거워지는 경험들이 생각나 불쾌하고 속상해졌다.     

학창 시절부터 대학생이 될 때까지 잘 다니던 치과에 의사 선생님이 사고로 팔을 쓰기 어려워 병원문을 닫게 되었고 급한 대로 집 근처 다른 치과로 가게 되었는데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고 오래도록 후회할 일이 될 거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치과 원장이라는 사람은 매번 약속에 늦었고 항상 허둥지둥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정신없어 보였다. 뭐든 설렁설렁 대충대충 하는 것 같은 느낌.

마취를 치위생사에게 부탁하는 것. 이건 뭔가 이상하다 싶어 마지막 치료 후 다시 그곳을 찾지 않았었는데 시간이 흘러 신경치료를 한 곳이 욱신거리고 아파서 다른 치과를 방문했더니 그곳에서 이건 잇몸 염증 치료하면 되는 건데 왜 신경치료까지 했는지 모르겠다고, 이러면 나중에 치아색도 변하고 크라운도 해야 하는데- 라고 조용히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치료를 마쳤다.     

젠장. 그때 진료할 때 아프다고 말하는 내게 충치라고 신경치료 해야 한다고 3번 예약 잡더니.. 그게 염증이 있어서 그런 거였는데- 꼼꼼히 물어보지도 않고 대충 보더니마는.. 썩은 게 아니라 잇몸 염증이었어요. 이 의사 양반아.     

나뿐만 아니라 내 동생은 그곳에서 이전에 때웠던 치아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고 보철로 덮어씌우는 바람에 한참 고생하고 결국 다른 곳에서 거금을 들여 치료했다. 그 치과는 그 당시에 폐업하고 없어졌다. 따져 물으며 화를 낼 수 있는 대상이 없어지니 심장이 뒤집혀서 팔딱거렸다. 고통은 온전히 환자들 몫이다.     

의사도 사람이고 실수할 수 있으나 그것이 매번 반복되고 무엇을 잘못인지도 모르는 것과 알면서도 하는 태도는 안 되는 것이다.     

한 번은 무더운 여름에 샤워를 하다 겨드랑이에서 이상한 반점을 발견한 일이 있었다.

이게 뭐지? 싶어 두 배로 예뻐지는 피부과에 가려고 했으나 그 주에 휴가 기간이라 급한 대로 멀지 않은 거리에 유명하다는 피부과가 있어 그곳에 방문했을 때 겪은 일을 말하자면,

각종 시술을 소개하는 브로슈어가 진열된 유리 탁자를 앞에 두고 푹신한 의자에 앉아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부르고 막 일어서려는데 진료실 안에서 "기다려!"라고 날카로운 음성이 들렸다.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멈칫한 나는 간호사의 얼굴을 살폈고 그녀는 "잠시만요."라고 말한 후 데스크에 다시 앉았다. 조금 뒤에 안내하는 대로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안경을 코끝까지 내려쓰고 엄지와 검지를 모아 한 번에 침을 바르며 잡지를 넘기면서 눈동자를 위로 올려 힐끗 나를 쳐다보는 의사를 만나게 되었다.

첫마디부터 반말.     

"왜 왔어?"     

"여기- 겨드랑이 쪽에 갈색 옅은 반점이 생겼는데 신경 쓰여서요."     

"가렵고 그런가?"     

"아니. 뭐 그렇진 않은데."(속으로) 너도 들어봐라 반말.     

"겨드랑이 들어 봐. (돋보기 같은 걸로 들여다보더니) 이거 색소침착이네.

레이저 해야지. 아? 잠시만."     

들여다보더니 "어루러기네. 처방받아가요."     

"... 아. 그런가요.저.“

어쩌다 이 반점이 생긴 건지 그 원인을 물어볼까 하다가 그의 태도를 볼 때 잘 대답해 줄 것 같지도 않고 신경질적으로 타자를 두드리며 뭔가를 열심히 기록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입을 닫았다. 이렇다 할 인사도 없이 진료비만 결제하고 처방받은 연고를 산 후 집으로 돌아와서 인터넷 검색을 했다.

샤워 후 수건으로 몸을 잘 닦고 말렸다고 생각했으나 여름철 습기와 땀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곰팡이균 같은 것이었고 며칠 열심히 관리했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침 묻히던 두 손가락과 호랑이 눈썹이 인상에 남았던 그 의사가 떠오르면서 조금 친절하면 좋았을 텐데.

그가 잘못된 진료를 한 건 아니지만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첫마디에 판단했던 대로 치료를 진행했다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을지 모른다는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물론 중간에 알아챘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흔히들 어떤 증상이 있으면 병원 한 군데만 다녀오지 말고 여러 곳 가보라고들 하는데 의사들이 양심적으로 진료하고, 실수는 할 수 있으나 좀 더 세심하고 성실하게 살피는 노력을 한다면 이런 말들이 생길 일이 없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성형부작용, 약물부작용, 수술부작용.     

병원에서 의사 외에 중요한 결정을 선택해야 하는 사람은 환자와 보호자이며, 의사의 고의든 아니든 부주의로 인한 오진이나 치료로 오랜 시간 스스로를 원망하고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 사람 또한 환자와 보호자이다. 부디 병원을 찾는 모든 이가 비양심적이고 잘못된 치료로 슬픔의 시간을 겪지 않도록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주는 의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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