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탄알이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준비한다.
삶이라는 돌을 수 없이 던져도
바닥을 알 수 없는 죽음의 수렁을 딛고 올라설 순 없을 것이다.
죽는 것보다 사는 게 좋다고
순진한 얼굴로 속삭이던 어린이가 가혹한 밤.
붉은 벌레떼는 이 나라로 옮겨온 것들이라 추악했고
검은 개떼들은 이 땅에 살았다 말하기도 구역질 나는 것들이었다.
꺾인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면 그 밤으로 되돌아간다.
물방울이 쇳소리를 내며 번져가면 퍼렇게 시려오는 그 새벽으로 되돌아간다.
나는 그래도 아직도
발끝을 세워 수렁 위를 올려다본다.
잘못된 것이기에 부러뜨려도 나는 스스로 굽힐 수 없는 것이다.
이가 부딪히는 소리와 무릎이 떨리는 소리 그리고 심장을 울려대는 그 중얼거림.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