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하 Aug 11. 2021

선생님은 나만 좋아해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오후, 갑자기 학부모님의 전화번호가 뜨면 일순 당황합니다.

'무슨 일이지?'

전화한 학부모님의 자녀와 연관된 모든 일을 파노라마처럼 재생시킵니다. 미리 기억을 끄집어 내놓아야 어떤 질문에도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가 갖추어지기 때문이죠. 전화벨이 울리는 그 짧은 시간에 몇 달치의 기억이 한꺼번에 소환됩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님은 좋은 일로는 전화를 하지 않습니다. 자녀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거나 의문점이 있어서 확인하기 위한 민원성 전화가 대부분이지요.

           

“선생님이 우리 아이만 좋아한다면서요?”

"네? 그건 또 무슨 말씀..."

의도가 파악되지 않는 훈풍의 목소리에 일단 안도합니다.


“우리 아이가 그러는데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자기만 쳐다보며 설명하신다고 그러네요. 그래서 무슨 뜻인가 궁금해서 전화드렸어요.”     


그런 전화라면 얼마든지 반갑습니다. 왜 우리 아이만 미워하냐는 항의성 전화도 받아본 적이 있거든요.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해도 자녀의 서운한 표정을 본 부모님의 화는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교실 상황의 이해보다는 자녀의 속상함이 먼저 보이거든요.


달은 하나지만 그 달은 모두에게 비칩니다. 호수에도, 웅덩이에도, 내 눈에도, 아이들의 마음에도...

오직 나만 달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혹은 달이 나에게만 비추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면 그건 긍정의 의미입니다. 하지만 달이 너무 멀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달은 정말 거리가 멀어져 버립니다. 


"달이 자꾸 나를 따라와요."라는 광고 카피처럼 수업 시간에 그 아이를 더 쳐다보게 되지 뭡니까?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