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장난감 필요없고, 결국 다 죽는다.
싱가포르에 있었던 시절에 종종 듣는 말이 있었는데, 싱가포르에서는 두 가지를 자랑하면 안된다. 첫째는 돈이고, 둘째는 학벌이다. 차이나타운을 축늘어진 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노인들도 수백억씩 가지고 있는 백만장자들이 많고, 은행 카운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것 같은 직원들도 세계 랭킹 10위 정도를 꾸준히 육박하는 NUS나 NTU 출신들이 많다. 미국이나 영국 최고 학교들을 나온 수재들도 어디가나 즐비하고 각양각색으로 천재적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도 많다. 분석이 날카롭고 업계 평균보다 좋은 수익률을 내는 펀드매니저들도 즐비하고 이런거 저런거 없어도 그냥 금수저로 태어나서 돈이 돈같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이런데서 자기 잘난 멋 좀 부리면서 으쓱하며 자기 증명에 목메이는 것은 사실 촌스러운 일이지만 싱가포르라는 곳에 대해 파악이 안된 초짜들은 늘 이런 촌스러움을 달고 살았다.
김미경 작가는 "우리는 어차피 어떤 삶을 살았건 죽어요."라고 말하며, 세상에 우리가 얻고자 발버둥 치는 것들이 다 '장난감' 같은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자기 계발을 주창했던 자기 계발 분야의 대모가 하는 고백이라 예사롭지가 않다.
삶은 장난감 이상의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더 좋은 장난감을 가질려는 싸움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려는 싸움을 해나가게 될 것이다. '결국 다 죽는다'는 피할수도 없고 거부할 수 없는 종착지 앞에서 삶을 허무주의로 부터 지켜내고 삶 자체가 갖는 충만함으로 나아가는데에는 어떤 결단과 방향이 필요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