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초록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움직임은 무얼까
단단함에 의지하여 성근이 흔들리는 것.
그것을 나는 좋아한다.
버스를 타고 도심을 벗어나면 긴 초록을 볼 수 있다.
나는 그런 긴 초록을 좋아한다. 뿐만 아니라, 길을 걸어갈 때 마주하는 짧은 초록 또한 좋아한다. 특히, 큰 버드나무 같은 것. 잎의 색은 연초록보다는 짙은 녹색인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봄의 여린 것보다는 여름의 왕성한 그것을 좋아한다. 단단한 줄기에서 녹綠은 흔들린다. 과연 이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역이 가진 특정 환경 가령 바람의 세기, 추위와 더위의 정도 그리고 자외선의 양에 따라 초록의 개성이 지정된다. 태어난 곳에 따라 우리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초록들도 저마다 다르다.
초록은 떠나고 싶게 한다. 그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미지의 초록에 대한 갈망 내지는 과거의 초록에 대한 향수가 느껴진다, 참을 수 없는 초록 갈증이랄까. 드넓은 몽골의 초록은 시원한 느낌을 주고, 건조한 미국 남부 및 스페인 중부의 저채도 초록은 감각적이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주고, 격렬한 자외선을 먹고 자란 미국 서부와 세비야, 포르투갈의 짙은 녹색과 보기 좋은 구릿빛의 줄기는 건강한 느낌을 준다.
여기서 어떤 초록이 제일 좋은지 묻는다면, 나는 오랜 시간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 어려운 고민이 싫지 않다.
그러다가 질문에 대한 답을 잊어버리곤 나는, 아 여행 가고 싶다- 하는 것이다.
때로는 그 견실을 즐긴다.
아무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도는 불안한 여행자는 생각한다.
단지 그것의 색감만이 아니라
어쩌면 마음 한켠에서는
단단하게 정착한 뿌리를 가진 채로 자유로이 흔들리는 그것의 움직임을, 나는 부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