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지옥이다 with 드로잉
이제는 억지로라도 옷을 입히고 봉고차까지 데려다줄 부모님이 없었기에 혼자 단장을 하였고 그건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혼란스러운 마음과 무거운 몸은 컨디션을 저하시켰고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도 말살시켰다.
메스꺼움과 두통이 밀려왔다.
구역감을 느끼며 그제 오늘 먹었던 음식과 양을 찬찬히 떠올렸다. 어제는 서촌에서 약속이 있어, 이북식 만둣국을 먹고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밀크우롱차를 마시고 커피 한 잔을 마신 뒤 칸테일 바에서 도수가 낮은 칵테일 한 잔과 간단한 스낵류의 주전부리를 먹었다. 그리고 오늘은 점심으로 배와 커피를 마시려 준비했지만 배 한쪽을 베어 물자 구역감이 올라와 배 하나를 채 다 먹지 못하고 커피와 함께 남겼다. 식욕이 이상하리만치 많아서 다이어트를 고민하던 때가 인생의 대부분이었기에 식욕부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난생처음 방문하는 곳에서 불어올 것 같은 낯선 바람이 몸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 서자 내 안에서 이유를 색출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메스꺼움의 가장 유력한 후보를 찾아냈는데 그건 바로 오늘 오후에 있을 모임이다. 이 모임은 나 포함 5인으로 구성된 모임으로, 서로의 존재를 알긴 하지만 초면인 두 사람과 동갑이긴 하지만 교류가 적은 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이 모임에 참석할 생각을 하자 다시 한번 구역감을 느꼈다. 퇴사 이후 사회성이 바닥을 쳐버린 탓에 어색한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만으로 먹은 것도 없이 체한 것이다.
이윽고 핑계를 고안해 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약간의 몸살 기운이 느껴지는 ‘듯’ 했기에 독감 증상이 있다고 말하며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굉장히 송구스럽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핸드폰을 잡지는 않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유치원에 가기 싫어서 투정을 부리는 6살 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도 분명 실제로 배가 아픈 듯했고 머리도 아픈 듯하였지만 부모님은 샐쭉 웃으며 억지로 유치원 봉고차를 태웠고 나는 이내 울음을 그치고 복통과 두통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사람처럼 신나게 놀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런 종류의 꾀병이 떠오르자 부끄러운 감정으로 마음속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느끼는 메스꺼움은 어디서 오는 것이란 말인가. 꾀병이라기엔 실제로 나는 극심한 컨디션 저하와 메스꺼움을 겪고 있었다.
6살의 어린 나와 26살의 지금의 내가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입증하기 위해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제는 억지로라도 옷을 입히고 봉고차까지 데려다줄 부모님이 없었기에 혼자 단장을 하였고 그건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혼란스러운 마음과 무거운 몸은 컨디션을 저하시켰고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도 말살시켰다. 이윽고 한 두 사람이 모여 약속한 전체 인원과 인사를 하였다. 그러자 구역감은 더 크게 느껴졌고 실제로 토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곳의 화장실은 방음이 잘 되지 않다는 것은 미리 파악을 해두었기에 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끝내 게워내기로 마음을 먹고 화장실로 향했을 때, 내 안에서 무언가 이미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게워낸 것을 바라보자,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문구가 떠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