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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 Mar 08. 2023

27살의 나 홀로 워킹 홀리데이 in Victoria


                                                          <아담하고 쾌적한 빅토리아 공항>



아 여전히 내가 27살 인지, 28 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항상 외국인 친구에게 나를 소개할 때 필연적으로 붙었던 수식어인 '한국 나이'라는 게 사라진다는데 이렇게 애매할수가! 그래서 어차피 사라질 한국 나이, 그냥 나는 27살이라고 나를 소개하고 다니기로 했어요. 나는 27살입니다! 한 살 젊어졌어요. 다행입니다.


아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할 거냐면요, 어쩌다 캐나다 워홀을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요.


2년 전, 그러니까 25살 때 한 카페에서 매니저로 일 하고 있었습니다. 카페 운영이 처음인 사장님과 카페를 직접 운영해 본 경험이 있었던 25살 매니저라니.

그렇게 나는 사장님을 대신해 직원들을 관리하고, 모든 물류와 부재료들의 발주, 음료제조, 고객응대 등 모든 부분을 도맡아 하며 하루 기본 8시간에서 최대 12시간까지도 일을 했어요.


매일 시간당 매출 10만 원을 2명이 쳐내며 일을 하다 보니 손님이 없는 시간이면 카운터 옆쪽 의자에 걸터앉아 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들었던 생각. '캐나다 워홀 갈까?'


혹시 몰라 말해두지만 제 MBTI는 ENTJ입니다. 나의 모든일이 내 계획대로 내가 통제할 수 있어야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성격인데요, 이 날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2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나게 과감한 선택과 결정을 했습니다. 역시 젊음의 패기란(?)


그날 했던 폭풍 같은 생각과 결정을 5 문장으로 줄이자면


'캐나다 워홀 갈까?'

'가서 카페 일을 해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은데'

'스타벅스는 전 세계 레시피가 비슷하다던데'

'워홀 신청해 두고 스타벅스에서 좀 일 해보고 가야겠다'

'스타벅스 지원해야지.'


그렇게 저는 그날 바로 스타벅스에 지원을 했습니다.

그리고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도 신청했어요. 나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냥 아무것도 몰랐으니 용감했던 25살...


그리고 정확히 3주 뒤, 저는 한 카페의 매니저가 아닌 스타벅스의 바리스타로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책임감 없는 사람을 정말 너무 싫어해요. 그래서 짧게일한다고 말을 하면 채용이 안될걸 알면서도 스타벅스 면접을 보던 날 점장님께 "짧게 6개월만 일할 수 있다." 라고 미리 노티스를 드렸습니다. 아니 이게 당연한 거 아니야? 왜 다 거짓말하는 거야?

뭐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채용이 되어서 스타벅스에서 일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 일 모르는 거죠. 6개월만 일 하고 캐나다로 떠날 생각이었던 저는 함께 일 하는 파트너들이 너무 좋았고,일 하는 나의 하루하루가 너무 재미있어서 최대한 늦게 떠나고 싶어 졌습니다. 솔직히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으면 그것보다 더 좋은 건 없잖아요(?)


그렇게 예상했던 6개월에 8개월을 더 일 하고 워킹 홀리데이 출국 기한에 거의 딱 맞추어 퇴사를 했습니다. 1년 2개월을 일 했던 매장, 함께 했던 파트너들을 뒤로하고 마지막 출근을 했던 날에는 아침부터 눈물 파티를 했습니다.

뿌애애앵 하고요.


참내, 내가 뭐라고 다른 매장으로 전배를 간 내 첫 부점장님이자 이제는 든든한 내 편이 출근 전 새벽부터 일찍 나와선물을 안겨주고 궁둥이를 토닥토닥 그동안 고생했다고 꼭 안아 줬습니다.


참내, 내가 뭐라고 일도 우당탕탕 하고 말도 안 듣는 막내였는데 마지막 앞치마를 벗는 순간 풍선과 굿바이 문구로 꾸며진 백 룸에서 사진도 찍어주고 추억이 담긴 선물들을 안겨 줬습니다.


그렇게 퇴사를 하고 본가로 내려가 정확히 일주일간 가족들과 아주 애틋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부모님이 하시는 카페 일도 좀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집에서 쉬고, <요리할 때 겁나 이뻐> 라고 저장해 놓았던 적이 있을 만큼 엄마가 해주는 집 밥을 좋아하는데 그것도 실컷 먹었어요. 그렇게 걱정 어린 "가서 아프지 마." "힘들면 돌아와~" "꼭 가야겠어?" "잘 챙겨 먹고" 소리를 매일 듣다가 드디어 2023년 2월 11일 토요일. 나 홀로 캐나다 빅토리아로 출국을 했습니다!


늘 가족들과 함께 가던 출국장을 홀로 나서니 뭔가 이상했지만 '아 이거 막상 떠나긴 하는디 말여... 잘할 수 있으려나.' 싶어서 떨리는 마음 반, 설레는 마음 반으로 뒤에서 손을 흔들던 가족들과 반려견이 안 보일 때까지 인사를 하고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에어캐나다를 타고 9시간 50분을 날아 밴쿠버로, 그리고 또 환승을 해서 빅토리아로.

환승대기시간에 워크퍼밋을 받는 시간까지 총 16시간 만에 도착한 빅토리아의 첫인상은요.


'공항 되게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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