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일이란 쉬이 알 수가 없다. 다만 세월이 지나 되돌아보면 '그래서 그랬던가?' 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인정 혹은 수긍이란 걸 하게 된다. 이런 걸 두고, 운명이라 하나? 팔자라 하나?
아이들이 태어나고, 어쩔수 없이 가정이란 울타리에 갇혀지낼수 밖에 없었던 때가 있었다. 연로하신 부모님께 손을 빌릴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남의 손에 아이들을 맡기고 밖으로 나가기엔 많은 것들이 주저스러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저 이것이 나의 소임이요, 의무요, 권리라고 토닥이며 힘든 시간을 버텼다. 다행 아이들은 시간을 따라 제 속도대로 잘 자라 주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에게도 시간 여유가 좀 생겼고, 그 여유에 오전시간에 잠깐 아르바이트 삼아 몇년을 보냈다.
반나절 근무를 몇 년!
일상에 생긴 소소한 변화는 나름 활기차고 여유롭고 좋았다.
그 생활에 적응해 뭔가 좀 느슨해질 무렵!
또다시 일상의 변화를 맞이했다.
반나절 근무에서 종일근무로~~
일상이 바뀌었다.
오전 8시 20분이면 주부로서 오전 임무를 마치고, 출근을 한다.
이른 아침!
보통은 6시에 일어난다. 어떤 땐 그보다 이른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눈이 저절로 떠지기도 한다. 일단 일어나면 가볍게 온몸을 풀어준 다음, 아이들 방문을 살짝 열고, 한밤중인 아이들의 잠자는 모습을 살핀다.
어느새 저리 컸을까?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뿌듯해지는 순간이다.
거실 블라인드를 열고, 바깥 날씨를 살핀 다음, 대개는 세탁기부터 돌린다. 최소 1시간 반이 소요되는 일이니, 출근 전 빨래를 해서 건조대에 탈탈 털어 널어 마무리까지 하려면, 날씨부터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면 족하다.
세탁기를 돌리고 나면 아침 식사 준비에 들어간다. 일단 쌀을 깨끗이 씻어 전기밥솥에 넣고, 10여분 불린 다음 취사 버튼을 누른다. 밥이 되기까지 30분이면 족하다. 그 사이 아침에 먹을 따뜻한 찌개와 반찬 몇 가지를 챙겨 아침 밥상을 차린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으면 밥 먹겠다고 아침밥을 찾는 우리 집 부지런쟁이들! 둘째와 셋째!
고3, 중2 나의 저 나이 때를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두 녀석의 부지런함이다. 주중엔 늦잠이란 걸 거의 자는 법이 없다.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샤워를 하고, 학교 갈 준비를 알아서 한다.
사실 우리 집 둘째는 중학교 입학 이후 특별한 경우를 빼곤 일어나라고 깨워본 적이 없다. 스스로 알람을 설정해 놓고, 시계처럼 움직인다. 벌써 올해 고3이 되었다. 생활만큼은 잔소리가 필요 없다. 내가 봐도 참 신기한 녀석이다. 때론 어른인 내가 봐도 존경스러울 정도다. 저건 분명 타고난 본인만의 성향 혹은 기질이다. 어쩔 땐 안쓰럽기도 하다. 굳이 저렇게까지, 짜증을 내면서까지 자기만의 루틴을 지켜나갈 필요가 있나?
마음에 여유를 가져라, 간장종지 만한 마음그릇을 밥공기만큼 키워라고 농담 삼아 자주 하게 된다.
어쨌든 큰 그릇이 되어 큰 쓰임을 받을 놈! 될 놈이라고 칭찬을 해준다.
왜냐구?
어른도 쉽지 않은 그 꾸준함과 성실함을 칭찬하며, 그 생활태도라면 뭐가 돼도 될거란 믿음을 담아 격려와 칭찬을 해주는 것이다.
둘째, 셋째가 아침을 먹고 등교를 하면, 나도 집안 여기저기 마지막 뒷마무리를 하고 출근을 한다.
걸어서 30분 남짓, 버스를 타면 10분 거리다. 운동 삼아 출퇴근은 걸어서 한다.
상쾌한 아침 공기가 출근길을 상쾌하게 열어준다. 걸어가는 동안 잔잔한 사색에 젖어드는 시간이 좋다. 때론 팟캐스트를 들으며, 수다스런 방송의 주인공들과 동행하는 듯한 즐거움을 누린다. 타고난 말솜씨와 순발력, 해박함 그리고 사람들을 유쾌하게 해주는 그들의 능력에 때론 부러움이 일기도 한다. 하지만 저건 재능이다. 타고 나야 한다고 결론 내리면, 그리 부러울 것도 없다.
어쨌든 내가 사는 세상의 주인공은 나이기에, 주변의 복잡한 상황들 간혹 부러움을 불러일으키는 이웃들이 생기기라도 하면, 매번 내 유리한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나의 평안함을 찾는다. 내가 타인의 삶을 별로 부러워하지 않는 비결이기도 하다.
내가 부러워할 만한 우아한 백조의 모습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 타인들의 삶도, 그 속내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제각각의 이유와 사정으로 나처럼 바쁜 백조의 두다리 노젓기를 하고 있으리라고 미루어 짐작해본다.
사람사는 것 다 거기서 거기다? 정도의 차이일뿐?
그렇게 마음먹고 살다보면 크게 부러울 것도, 크게 괴로울 것도 없다. ㅎㅎ
출근길에 나만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며 일터에 도착하면, 하루는 금방 간다.
AM 9 To PM 6 내가 일터에 묶여있는 시간이다.
퇴근 후 나의 주부로서의 또 다른 출근이 시작된다.
저녁을 준비해서 먹고 마무리하면 끝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이들의 리듬에 얽매여 살았는데, 제법 아이들이 커서 제 역할을 스스로 할 즈음이 되니, 이제는 일터에 얽매이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인간의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이었나 보다.
그래서 그 많은 인간들이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유로운 삶을 꿈꾸고,
두 다리는 땅 위에 메어둔 채 하늘을 향해 한없이 날아오르고자, 자유로운 비행을 꿈꾸며....
그런 삶을 평생토록 갈구하며, 소망하며 살아가나 보다.
나 역시 그렇다.
일상의 피로도가 쌓여, 때때로 언제 잠드는지도 모르게 소파 위에서 곯아떨어져 습관처럼 이른 아침에 눈을 뜨기도 한다. 이전과는 다른 리듬으로 새로운 시작을 했다. 지금의 이 리듬이 아직까진 정신은 좀 없지만 좋다.
이 마음이 또 어떻게 돌변할진 모르겠지만, 이 즐거움을 감사한 맘으로 누려볼 생각이다.
새로움은 항상 사람을 설레게 한다.
그래서 시작은 항상 두렵기도 하지만 반갑기도 하다.
2024년 10월 05일 토요일
Half-time Job에서 Full-time Job으로! 진짜 일꾼이 된 늘봄 .... 일상의 적응을 이야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