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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yeon May 28. 2022

어떠한 선택도 정답이 될 수 있다

양귀자 <모순>을 읽고

어떠한 선택도 정답이 될 수 있다

 소설은 모순으로 둘러싼 주인공 안진진의 정리되지 않은 내면을 들여다볼  있으며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은 안진진의 모순적인 무의식의 욕망으로 전개되어간다. 모순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어떠한 선택을 했을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을 경우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소설 속에서 알려준 모순은 새로운 반전을 만들어내는  다른 삶의 요소이다. 험난했던 어머니의 행복과 열정, 그리고 풍요롭게 살던 이모의 죽음은 소설에서 흔히   있는 모순 모티프이다.


안진진에게는 어머니와 일란성 쌍둥이인 이모가 있다. 안진진의 어머니는 무능력한 남편과 사고만 치는 아들 사이에서도 양말을 팔며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알았고 그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 어머니라는 인물은 긍정적이며 포기하지 않고 노력만으로 꿋꿋이 살아가는 열정적인 인물임을 알 수 있다. 반면에 풍요롭게 살았던 이모는 오히려 인생이 너무 심심했고, 살아가는 재미를 찾지 못 했다. 이로 인해 평생을 누렸던 행복한 삶은 결국 죽음이라는 절망을 낳고 말았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낳고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하게 산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난한 사람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유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게 아닌, 그 사람들만의 꿈이 있기에 그 꿈을 향해 나아가려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모의 삶은 모순을 기대할만한 삶이 아닌 너무나도 잔잔한 물과 같은 인생이었던 것이다.이러한 이모의 죽음을 경험했음에도 나영규를 선택한 안진진을 보고 우리는 그녀가 정말 모순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진진에게는 ‘나영규’와 ‘김장우’라는 두 남자가 있다. 그리고 이들 중 한 명을 결혼 상대로 선택해야만 한다는 갈림길에 놓여져있다.


이 선택 속에서 안진진은 두 번의 모순을 보여준다. 첫 번째 그녀는 ‘사랑하기 때문에 나를 미화시키고 왜곡시킨다’라고 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겐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 나영규에겐 자신의 동생, 그리고 폭력적인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부 다 하지만 김장우에겐 고급 레스토랑에 함께 했던 이모를 엄마라고 칭하고,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으며 숨기려고 한다. 어머니를 보며 ‘결혼은 좀 더 견디기 쉬운 삶을 선택해야 해’라는 그녀의 다짐은 결국 김장우를 사랑하게 되면서 모순적으로 무너져내린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두 번째 모순이 보인다. 그녀는 이모가 죽고 난 후 그녀의 편지를 보고도 현실을 깨달으며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고 결국 나영규를 선택하게 된다. 사실 이모의 삶을 알았으면 김장우를 선택할 법도 한데 나영규를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때문에 내 삶은 발전 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모순> 296P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래서 모든 삶은 그만큼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평범치 않은 삶을 살아온 안진진을 비난하겠지만 그녀는 이러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 속에서 깨달은 바가 있었고 그 깨달음으로 결단력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어떤 종류의 행복과 불행을 선택할 것인지는 그 순간의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 말라고 하면 하고 싶고, 하라고 하면 하고 싶지 않듯이 우리는 살면서 이러한 모순된 감정을 매일 겪게 된다. 삶은 아무리 탐구해도 어떻게든 실수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굴레이다. 안진진도 일찍이 이를 깨닫고 모순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닐까 생각 든다.


 ‘모순’은 어떠한 선택을 해도 정답이 될 수 있다는 모순적인 관계를 말해준다. 작가가 나타내고 싶었던 이야기 또한 평이한 일상의 이야기가 아닌 그 속에서 끊임없이 모순되는 주인공의 생각과 선택들일 것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안진진부터 이모 그리고 엄마까지 그 누구도 모순적이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이들의 삶은 온전히 행복하거나 불행하기만 하는 삶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불행과 행복을 선택할 것인지는 그것을 결정하게 될 ‘나’와 ‘그 순간’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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