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책임 그리고 배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잠이 깬다. 우리 몸은 참 신비롭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9시까지는 잠을 자야 머리도 맑고 상쾌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는데 이젠 일어나는 시간보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나의 하루 컨디션을 좌우한다. 아무리 늦어도 10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그 상쾌함을 유지할 수가 있다.
모닝 루틴
매일 아침 걷기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걷기에 딱 좋은 요즘이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공원으로 나갔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아주 작고 하얀 강아지가 벤치 위에 조신하게 서 있다. 그 옆엔 집사로 보이는 건장한 남성이 물티슈로 자신의 손을 닦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사용했던 그것을 벤치 옆 풀밭에 훌쩍 던진다.
거기에는 이미 하얀 물티슈 한 장이 풀 위에 살포시 덮여 있다. 그 밑에는 그것이(?) 있구나 하고 짐작이 간다. 다시 또 한 장을 꺼내고 손을 닦는 그 사람의 얼굴에는 얼핏 짜증이 비치는 듯했고 주위를 살피는 모습이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면서 '뒤처리는 잘하고 가겠지'하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그것이(?) 있을 법한 위치가 애매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일자로 된 공원을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하얀 물티슈 무더기, 아뿔싸~~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고 갔다.
또 다른 날 아침
오늘의 목적지는 절이 있는 곳으로 걸었다. 주택가를 지나서 산 아래까지 가면 약간 비탈진 곳에 큰 절이 있어서 종종 가서 기도를 하곤 한다.
걸어서 20분이면 절에도 갈 수 있고 바다도 갈 수 있고 공원에도 갈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는 나는 복이 많다.
조금 더 걸을 욕심으로 골목골목을 돌면서 걷는다. 어느 집에서 참기름으로 미역을 볶는가 보다 고소한 냄새가 담을 넘으며 골목으로 퍼진다.
높은 담이 둘러진 도시의 주택가 골목을 걷고 있지만 마음은 어릴 적 여름 방학 때 놀러 갔던 외가의 아궁이와 부뚜막이 생각나고 가마솥 전을 따라 흐르던 구수한 밥물 냄새가 떠오르며 시골길을 걷고 있는 것 같이 편안하고 고요하다.
골목의 한 모퉁이를 돌아 절 입구로 들어서려는데 눈에 들어오는 작은 표지판 '개똥을 울타리 너머로 버리지 마세요' 며칠 전 아침 공원에서 봤던 작고 하얀 강아지와 그의 집사가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울타리 아래에는 한 아파트의 주차장이다. 오죽하면 그 위에 까지 와서 팻말을 붙였을까?
반려 동물 집사의 사랑과 책임 그리고 배려
옛말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했는데 이젠 약으로 쓰지 않아서 곳곳에 많은 것인가?
아침마다 달리기가 아니고 특별히 걷는 장소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기에 골목을 걷고 인도를 걷고 그냥 걷는다. 생각보다 여기저기 반려견들의 흔적들이 눈에 많이 띈다. 골목은 물론이고 가로등 아래, 심지어 신호등 아래에도 보도 블록에도 공원에도 의외로 많다.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것이 집사의 책임이듯이 그들의 배설물을 치우는 것까지도 집사의 책임이자 의무 일 텐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얼마 전 방송에서 배우 배정남 씨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반려견 벨의 죽음과 벨을 보내는 그의 아픔과 슬픔을 보면서 덩달아 한참 눈물을 흘렸다.
정말 부모나 동기간을 보내는 것과 같은 고통으로 힘들어하던 그를 보면서 반려 동물에게 엄마, 아빠, 언니, 동생이라는 관계를 만들어주는 그들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지기도 했지만 사랑하는 만큼 의무를 다 하고 그들을 사랑하는 만큼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지켜야 하지 않을까?
매너와 배려가 없는 일부 집사님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개똥을 버리지 말고 챙겨가 주세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