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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나는 평생 다이어트를 한다

남편 살찌우고 나는 살찌지 않기

by 힐링아지매



"할머니도 몸무게 체크를 해?"


8살 손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그럼, 할머니 매일 아침에 몸무게 확인하는데..."


"진짜?"


할머니가 요즘 살이 2킬로나 쪘다는 말에 손녀는 정확하게 맥을 짚고 물어본다. 2킬로라는 말, 그렇게 정확한 숫자를 말하는 할머니가 매일 체중을 확인한다는 것에 놀랐나 보다.


곁들이는 말,


"나는 한창 자라는 어린이라서 아무거나 많이 먹어야 하니까..." (자신은 몸무게 체크를 하지 않겠다는 말)



TMI


56kg, 여고 시절 최고의 숫자다. 당시 포동 포동한 얼굴에서 '이은하'라는 가수의 젊은 시절 얼굴이 보인다.


49kg,

"허수아비한테 옷을 걸쳐 놓은 것 같다"


결혼 전 시어머니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그날 어머니를 만나러 가면서 입었던 옷이 뽕이 들어가 있어서 어깨가 넓어 보였고 스커트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면서 라인이 다 드러나는 디자인의 정장이었다. 옷을 샀을 때 보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살이 빠지면서 아이가 어른 옷을 입은 것 같긴 했다.(그때 팩폭은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넘어갔지만 그 후로 시집살이에서 어머니는 여러 가지로 나를 참 많이 힘들게 하셨다. 아무리 팩트라고 해도 듣는 사람은 기분이 상하기 마련이고 더욱이 시어머니의 말은 그 강도는 다르니까.)


54kg, 결혼을 하고 딱 보기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둘째를 출산하고 허리와 손목에 무리가 왔고 살이 빠지면서 다시 52kg으로 빠졌다가 허리 근육 강화를 위해 시작한 에어로빅 덕분에 근육이 붙으면서 다시 54kg이 되었다.(나의 162cm 키에는 54kg 가장 좋은 컨디션이다)


47kg, 남편의 투병 생활을 함께 하면서 나 역시 심하게 야위었었다. 경상도 말로 '홀, 비틀어져서 못 보겠다'는 것이 친정 식구들의 표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과 병원에 있는 동안은 거의 콜라만 마시며 버텼다. 수술을 한 아들이 밥을 못 먹으니 시어머니는 도시락을 끊었고 가끔 들여다보시는 친정 식구들이 가져다주시는 음식이 전부였으니 살이 붙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63kg, 지금까지 내 생에 가장 높은 숫자다. 가장 힘들고 어렵던 최악의 시절었다. IMF 시절 겁 없이 차렸던 칼국수 가게를 하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고 순환이 되지 않으면서 온몸이 퉁퉁 부었고 부은 상태가 그대로 살이 되면서 최악의 컨디션이 되었다.(당시 맞는 옷이 없어서 쇼핑을 갔다가 입고 싶은 옷이 있어서 들어갔던 옷가게 점원이 '손님에게 맞는 옷은 우리 가게에 없어요'하는 말이 서러워 한참을 펑펑 울었던 적이 있다.)


52kg, 가게는 망하고 수중에 한 푼도 없었고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던 시간을 지났지만 보험회사에 다니면서 비교적 안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는 기초 생활 수급자가 되면서 우울증과 함께 심신이 지쳐 있던 시절이다.


48kg,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저 너무 열심히 일을 하는 바람에 그런 것이라고 여겼지만 살 빠짐은 결국 수술도 하고 동위원소 치료를 하면서 몸은 다시 야위었다. 요양병원에서부터 시작한 비건 생활을 1년 정도 하면서 정말 몰라 볼 정도로 살이 빠졌지만 몸과 마음은 정말 가벼웠다.(실제 몸무게도 적었으니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야윈 모습이 너무 보기 싫다며 걱정하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다시 육식을 시작했고 덩달아 몸도 무거워졌다.(수술 후 1년간 멸치 국물도, 우유도 입에 대지 않은 비건생활을 했고 지금도 날로 먹는 회나 해산물은 전혀 먹지 않고 있다)


실제로 채식을 할 때 가벼움과 육식을 하면서 느끼는 무거움은 비단 숫자뿐만 아니라 컨디션에서도 확실히 채식이 좋았다. 하지만 그 후로 다시 비건 채식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56kg, 불과 보름 전보다 정확히 2kg이 늘었다. 원래도 좋아하는 달달구리한 음식들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생각나는 대로 먹은 결과다. 초콜릿, 도넛, 케이크 등 손 닿는 대로 먹으면서 합리화하는 것은 '매일 운동하니까'(운동량보다 먹는 음식의 칼로리가 훨씬 높다)'나이가 들면서 살이 좀 있어야 한다'(무슨 근거로 그런 말들을 하는지 모르지만 위안이 되기도 한다.)'선생님은 아직 더 쪄도 돼요'(몸에 살이 오르니 확실히 얼굴이 더 보기 좋긴 하다)





나는 평생 다이어트를 한다


아직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시 외할머니의 말씀 때문에... 지금까지 나는 아마 평생 다이어트를 했는지 모르겠다. 새 신랑인 외 손주를 보면서 '양 사방에서 쥐어뜯다가 놔둔 것 같다'라고 하시며 쯧쯧 혀를 차시던 시 외할머니는 그냥 보이는 대로 걱정을 하며 하신 말씀이었지만 내겐 평생 과제를 받은 것 같았다.(겨우 7년밖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남편 살 찌우기... 나는 살찌지 않기

결혼 전에 야위었던 내가 결혼 후에 살이 찐다면 무슨 말씀을 하실지 안 들어도 뻔했기에 어린 나이에도 남편이 살이 찌지 않으면 나도 살이 찌지 않게 하리라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팩폭의 대가 시어머니와 시 외할머니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안 봐도 뻔했으니까...


그 후로 한 번도 음식을 배불리 먹은 적이 없다. 70% 정도 배가 차면 숟가락을 놨고 '나는 이제 배가 부르다'라고 최면을 걸었다. 그럼에도 배불리 실컷 음식을 먹었던 때가 있었는데 바로 두 번의 임신 기간이었다. 임산부는 먹어도 부르고 안 먹어도 부른 배를 하고 있으니 많이 먹고 살이 찐다고 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런 잔머리가 돌아갔는지... 그만큼 배를 곯았단 것인가?)


나의 다이어트의 처음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지만 그 후로도 100% 가득 배 부르게 음식을 먹은 기억이 별로 없고 그렇게 나는 평생 다이어트를 하며 살았던 것이다.


다이어트는 우리 모두 평생의 숙제일 것이다. 누구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듯이 나는 단 음식만 먹으면 살이 찐다. 그렇게 잘 알면서도 요즘 들어 단 음식을 끊지 못하고 2kg이나 찌운 것이다.


단 음식을 끊고 물을 많이 마시면 몸은 다시 돌아오겠지만 살짝 빵빵해진 얼굴 살이 같이 빠질 텐데... 어찌해야 하나?

이 역시 나이가 들면서 겪게 되는 딜레마다. 얼굴과 몸, 정확히 말하면 얼굴과 배 중에 어디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


오랜 시간 30%를 비우던 습관 때문인지 요즘처럼 배가 꽉 차서 위를 누르는 느낌이 들면 기분이 좋지 않다, 반면 단음식을 먹을 때 입의 즐거움 또한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배가 빠지고 몸이 가벼워지면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얼굴에 주름이 조금 펴지면 배에 튜브가 생기고...


하지만 얼굴 주름은 앞으로 더 늘어날 텐데 그 주름들을 배에 차는 지방과 바꿀 생각은 더욱더 없다.

미용보다는 건강을 위해서라도 달달구리의 유혹을 끊으리라 마음먹는다.


이것만 먹고, 이것만 피우고, 이것만 마시고 나면 이제 끊을거라고 하는 사람은 미련때문에 끊기 어렵고 아까 먹었던 것이, 아까 피웠던 것이, 아까 마셨던 것이 마지막 이라고 하는 사람은 끊을 수 있다고 했다.

'아침에 먹은 도넛이 마지막이었어...' 라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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