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만에 천만 원을 벌다
저의 글을 구독하고 라이킷을 눌러 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처음 브런치를 만났을 때 글을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그러다가 욕심을 내어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연재 글은 한 주제로 시간에 맞게 적는 것이라고 했는데 앞서 올린 14화와 11,12화의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14화 다음 글이 오늘 올리는 23화 '새로운 출발선에서'로 이어지고 11화 다음에 24화, 12화 다음에 25화의 에피소드로 이어집니다. 정신 없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나는 내 삶을 용서하기로 했다'를 1편부터 읽어 주신 분들께 더 죄송합니다. 당시 글을 올리고 한참 후에야 잘못 됐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수정을 할 수 없는 부분이라서 오늘 글을 올리면서 양해를 구합니다. 변함없이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본인의 장점을 한 가지만 꼭 집어서 말씀해 보세요.”
“저의 장점은 성실함입니다.”
“성실함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습니까? 눈에 보이는 업적과 달라서 제가 확인할 수 있게 증명을 해 보세요.”
“지난 13개월 동안 매일 아침 제일 먼저 지점 사무실에 불을 켰고 마지막으로 끄는 것을 거의 제가 했습니다.”
“지점장님 이 분 말씀이 맞습니까?”
“네, 이 분에 저희 지점에 오기 전까지 제가 항상 1등으로 출근을 했는데 말씀 대로 항상 저보다 먼저 출근해 있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조건부 입사
입사 자격 미달이었던 나를 지점장은 처음부터 못마땅하게 여겼고 매니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믿고 지지하고 응원해 줬다. 입사가 결정되긴 했지만 조건부 입사라는 것은 후에 알았다. 만약 입사를 하고 나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모든 책임은 매니저가 지겠다는 약속이었다.
매니저가 책임져야 했던 것은 지원 자격 미달과 관계가 있었다. 지점장뿐만 아니라 다른 팀 매니저들도 모두 같은 시선으로 나를 지켜봤다.
지원 자격 미달 고졸
2000년대 초반에는 보험영업을 하는 여성 설계사를 보험아줌마로 부르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에 외국계 보험회사인 '푸르OO 생명보험'과 메트라OO생명보험 등의 본사가 생기면서 대졸,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거 입사시켰고 새로 도입된 신입사원 교육을 이수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대졸 학력자였기에 엄격하게 제한했다.(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어떤지 모른다)
지원자격 미달 남편이 없는 여자
이 조건은 회사의 지침이 아니라 지점만의 조건이었다. 지점장의 경험으로 미혼 여성과 남편이 없는 이혼녀나 사별녀의 경우는 책임감이 부족하여 힘들고 어려워지면 쉽게 포기할 확률이 높다는 판단으로 추가된 조건이라고 했다. 중도 포기를 할 경우 신입사원에게 주어지는 교육시간과 교육비 손실에 대한 위험 요인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장치였다.
지원자격 미달 입사 전 신용불량자
비록 입사 전에 신용불량을 다 해결했지만 금융회사의 특성상 개인의 신용은 아주 중요하고 가장 타당한 조건이었다.
한 달간의 신입사원 교육
1:7 밀착 과외 교육을 받았다. 이번 기수의 입사자는 나 혼자였고 7명의 강사들이 각자의 전문 교과목으로 돌아가면서 꼬박 한 달간 교육을 했다. 지난 7년간의 영업 활동이 부끄러울 정도로 교육 내용은 차원이 달랐고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강사님들의 시선이 모두 나 한 사람에게 쏟아져서 한 눈을 팔 수도, 잠시의 졸음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가장 내 심장을 뛰게 하고 두근거리게 하는 시간은 바로 지점장의 수업이었다.
자신의 일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 지점장은 보험에 관한 전문 지식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매서운 눈초리와 냉철한 판단력과 함께 아주 얄궂은 심보까지 갖추고 있었다.
지점장의 고도의 전략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성향인지는 모르지만 수업시간에 은근슬쩍 부족한 학벌을 언급하면서 나를 테스트하듯이 자존심을 긁었다. 덕분에 절대 중도 포기는 하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하게 했고 기필코 해내고야 말겠다는 오기도 생기게 했다.
"알아듣고 끄덕이는지 못 알아듣고 끄덕이는지 도통 알 수가 없네"
처음 듣는 어려운 용어와 설명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한다는 낌새가 느껴지면 바로 대놓고 면박을 주면서 자극을 했다.
마지막 관문
드디어 오늘 한 달간의 교육이 끝났다. 이제 카메라 테스트라는 마지막 관문만 남았다. 이 테스트를 통과하고 나면 이제 현장 활동을 시작하며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교육 기간 중 마지막 일주일은 1시간 일찍 출근해서 교육 중에 지적받았던 나의 상담 태도를 녹화하고 수정 부분을 확인하고 다시 녹화하고 확인하고 수정하기를 계속 반복했다. 렌즈를 통해서 본 내 모습은 롤 플레이를 하는 내내 턱을 위로 치켜들면서 말을 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나도 모르게 몸에 베인 행동들을 하루아침에 고치기가 어렵겠지만 수도 없이 찍고 또 찍고 확인하면서 수정해 나갔다.
시작하기 전부터 겨드랑이에 땀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한 달 동안 배운 모든 것을 동원해서 고객에게 보험의 가치와 필요성을 전달하는 롤 플레이를 해야 한다. 매니저들은 실제가 아니니 편하게 하라고 하지만 최고의 경력자인 강사진과 지점장 앞에서 하는 시연이니 얼마나 떨리고 두려웠는지 모른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진심을 다해 테스트에 임했다. 보험의 가치 전달은 나의 스토리로 시작했다. 세상 물정 모르던 어린 나이에 남편을 잃고 어린 두 아들을 둔 가장이 되었던 이야기, 돈 벌러 나가는 엄마 때문에 아이들이 겪어야 했던 아픈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전달했다. 고객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의 눈시울이 나를 따라 붉어진다.
눈물과 땀이 섞인 테스트가 모두 끝났다. 심사를 보던 매니저들이 박수를 치면서 환호를 보낸다. 잘했다는 의미와 그동안 수고했다는 마음이 담긴 박수였다. 마지막으로 지점장이 크게 손뼉을 치고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믿어 줬던 팀 매니저가 활짝 웃으며 뿌듯해한다.
“마지막 테스트에서 지점장이 박수를 친 적은 내가 알기로 오늘이 처음이에요.”
다른 팀 매니저들도 지나치면서 다들 똑같은 말을 한다. ‘지점장이 손뼉 친 것은 처음이에요.’ 지점장은 교육을 받는 한 달 동안 수도 없이 나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어떻게 하면 나 스스로 포기하고 그만두게 할까 궁리하는 사람처럼 지독하게 굴었지만 지점장이 모르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이직을 선택하는 순간 '나는 이제 여기서 더 물러 설 자리도 없고 돌아갈 곳도 없다. 여기서 열심히 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은 없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는 것을 그는 몰랐던 것이다. 그 덕분에 지점에서 처음으로 지점장의 박수를 받은 설계사가 되었다.
13개월 만에 월 천만 원을 벌다.
손해보험에서 생명보험으로 이직을 하고 13개월 만에 수당 천만 원을 넘겼다. 입사 당시 매니저가 했던 공약이 이뤄진 것이다. 1년 만에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영업의 골든 룰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이다. 한 건의 계약이 이뤄지기까지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을 쉼 없이 반복하면서 나 역시 매니저와의 약속을 지킨 결과다.
"제가 하자는 대로 따라와 주시면 1년 뒤에 천만 원의 수당을 받게 해 드리겠습니다."
7년간의 손해보험회사에서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고 그간의 시행착오들을 보완할 수 있는 혹독한 신입 교육 덕분이었고 무엇보다 지난 1년 동안 그녀의 헌신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었던 일이다. 혼자가 아니라 앞에서 끌어주고 격려하고 뒤에서 응원해 주던 매니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으로 월 천만 원의 수입이 생겼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지점장과 함께 본부의 매니저 면접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나에게 힘이 되어 준 매니저가 또 다른 비전을 제시하며 한 단계 더 성장을 위한 도전을 하라는 것이다.(수많은 터닝포인트 중에 가장 후회하는 순간이 바로 이 지점이다. 결과론적으로 내 인생에서 그만큼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다)
비록 매니저가 추천을 하지만 지점장의 승낙 없이는 할 수 없는 도전이기에 지난 13개월 동안 나를 지켜본 지점장도 흔쾌히 추천서에 사인을 하고 부산 본부의 매니저 면접에 동행을 했다. 본부장과의 면접이 통과되면 팀 매매니저가 되어 나에게 성장할 기회를 주고 끝까지 믿고 응원해 줬던 나의 매니저처럼 나 역시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주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큰 꿈을 안고 새롭게 출발을 할 수 있었다.
그때 알았더라면...
어떤 일이든지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다양한 조건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실력과 전문적인 능력은 기본이고 뚜렷한 목표와 열정적인 태도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이었고 실력도 있다고 자부했던 시절이었다. 가고자 하는 목표점도 확실했고 설계사 시절 못지않게 성실하고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내게 가장 부족했던 것들로 인해 발목이 잡히고 한 걸음 나아가면 뒤로 두 걸음 처지는 원인이 나한테 있었다는 것을 보험 일을 그만두고 10여 년이 지난 후에야 확실하게 알았다.
내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팀원들과의 관계에서도 가장 부족했던 것이 바로 '공감과 이해'였고'여유와 여백'이었다. 모두가 나처럼 절박할 수 없고 성실함의 기준도 다 달랐고 나 역시 그들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지금도 공감과 이해가 그렇게 쉽지는 않지만 그때에 비하면 많이 여유로워졌고 여백의 아름다움을 이제야 조금은 안다.
잘 쓰고 못 쓰고를 차치하고라도 글을 쓰면서 스스로 반성도 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어서 좋다. 지금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