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꼬리표를 떼고...

세 번째 기회

by 힐링아지매

터닝포인트

어디서 유래된 말인지는 모르지만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다시 말하면 최소 세 번의 고비가 있다는 이야기도 되고 세 번의 터닝 포인트가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지만 긴 인생에서 기회와 터닝포인트가 어찌 세 번만 일까?


내 삶에도 몇 번 터닝포인트가 있다. 남편을 만나서 결혼을 하고 7년 만에 남편과의 인연을 놓치면서 가장이 되었고 이제 세 번째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은 일이 생겼다.


초심으로 돌아가 월 100만 원의 수입에서 250만 원까지 끌어올렸지만 그 이상의 성과가 나지 않아서 힘들어하고 있던 즈음에 그녀를 만났다.

카네기 트레이닝 과정의 같은 기수였던 그녀가 자신의 직업을 바꿨다는 말과 함께 같이 일을 해보자며 이직을 권한다.





기회는 준비된 자 만이 잡을 수 있다.

그리스에는 기회의 동상 '카이로스' 있다. 그 동상 아래에는 이런 의미의 문구가 있다고 한다.(직접 가보지 않고 책으로만 읽어서...)



기회는 준비된 자 만이 잡을 수 있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의 앞머리는 기회가 왔을 때 바로 낚아채기 쉽게 무성하고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붙잡을 수 없도록 뒷머리는 대머리이며 최대한 빨리 쏜살같이 사라지기 위해 발과 어깨에는 날개가 달려 있으며 눈에 띄기 쉽게 몸은 벌거벗었고 옳고 그름을 신중하게 판단하고 판단을 한 후에는 빠른 결단을 내리라는 뜻으로 손에는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


눈에 띄라고 벌거벗고 돌아다닌다는 기회가 좀처럼 눈의 띄지 않더니 그녀를 만나면서 나를 찾아온 것 같다.


예전에 그녀는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꽤 성공적으로 일을 했고 이제는 외국계 보험회사의 매니저로 있으면서 나에게 일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회사만 바뀔 뿐 금처럼만 활동을 해도 수당이 3배로 늘어난다며 회사소개 세미나 초대 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포스의 지점장은 열정을 다해 회사 소개를 하면서 자신만만한 자부심을 보여준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말이 있다. 'Life',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것도 아니고 상품 설명을 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의 일생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줬을 뿐이다.

그에 따르면 'Life'는 Live와 End 사이에 'If'가 있다고 했다.


그가 세미나 도중에 가장 강조하면서 이런 질문을 했다.
​"만약에 말입니다. 한 가정을 책임 질 가장이 먼저 죽는다면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요?"

내가 가장 잘 알고, 가장 절실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었다. 그 순간이 나에게는 트리거가 되었다.


지점장은 나의 아킬레스를 제대로 건드렸다. 갑자기 장을 잃고 우리 세 식구가 견뎌온 삶을 훔쳐보기라도 한 것처럼 고비고비를 정확하게 짚며 이야기를 한다. 분되었고 온몸에 열이 랐고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객과 함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들의 스토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 보험설계사가 하는 일이라는 말에 울컥 밀어 오르는 무언가에 명치가 아팠다.


지난 7년간 일을 하면서 단지 보험 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힘들었던 답답함이 침내 시원하게 풀리는 것 같았다.






입사서류가 한 묶음이다.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작성해야 하는 것도 많다. 하지만 그중에 눈에 띄는 조건 하나가 활활 타고 있던 나의 의지에 찬물을 확 끼얹었다.


입사 지원자격

'대졸 이상의 기혼 여성으로 신용에 문제가 없는 사람'(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학력과 싱글이라는 것 원 자격에는 맞지 않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신용불량자'라는 것이었다. 두 가지 조건은 어떻게든 회사를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다고 했지만 신용불량만큼은 그녀도 어찌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언니, 어떤 방법으로든 신용불량이라는 글자를 서류에서 보이지 않게 하고 오세요.”


나의 신용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그녀도 심하게 당황을 했고 어쩔 도리가 없다. 무조건, 어떻게든지 조건을 맞춰야 했다. 회사 설명회에서 받았던 감동으로 가슴에 울림을 줬고 지금보다 수입이 3배나 늘어날 수 있는 한 기회를 어떻게든지 붙잡아야 했다.


기존회사에 해촉을 신청하고, 처음으로 나의 미래를 담보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 입사가 되서 수당이 많아지면 최대한 빨리 갚겠습니다.' 입사가 되면, 이라는 불확실한 조건로 돈을 빌렸고 신용불량자 꼬리표를 떼고 당당히(?) 입사 서류를 접수했다.


한 시간의 인터뷰

입사 인터뷰는 1시간이나 진행됐다. 회사 설명회에서 봤던 지점장과 처음 보는 세 명의 매니저들이 마주 하고 앉아 있다. 한 사람은 눈인사를 보내고 한 사람은 책상 위의 서류를 뒤적이고 또 한 사람은 미소인지 비웃음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한 시간 동안 그들로부터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뭐라고 대답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놓친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이 면접을 통과하지 않으면 많은 일들이 뒤죽박죽 엉키게 된다.

내게 온 세 번째 기라고 생각한 나의 단이 과연 옳았을까? 약 계획 했던 대로 되지 않는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언니 합격했어요.”


이틀 뒤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던 매니저가 하루 만에 합격 소식을 전해왔다. 해냈다. 나의 매니저가 되어 줄 그녀가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제로 신용불량자 꼬리표를 뗄 수 있었다. 이제 앞으로 그녀의 코치를 받으며 더 많은 수당을 받고 빚도 갚고 은혜도 갚으며 잘 살아갈 일만 남았다.








여기저기 하게 빌려서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있던 빚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채권자가 은행에서 사채와 캐피털 금융으로 자리를 옮겨졌을 뿐이다. 그 후로도 아주 긴 기간 동안 빚을 갚아 나갔고 2015년이 되어서야 모든 빚에서 해방었다.


우리에게 기회는 세 번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회는 준비된 자 만이 붙잡을 수 있다'는 말이 맞다.

이직을 하기 직전 1년 간의 업적과 활동량이 그리고 7년간 한 직장에 근무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이 나도 모르게 다가오고 있던 기회를 붙잡을 수 있는 준비였던 것이다.

세상 일에는 그저 주어지는 일은 없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서 달렸던 나의 간절함까지도 한몫을 했고 세 번째 나의 터닝포인트를 맞을 수 있게 해 줬다.


힘이 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오면 우리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보다는 쉽게 포기를 선택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 번의 기회가 있다는 말은 로 이럴 때를 위한 방편인 것 같다. 닥쳐오는 힘든 고비에 주저앉지 말고 다시 또 도전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말이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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