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삼(三)’은 이(二)에 일(一)을 더한 수다. ‘삼‘과 ‘세’는 3자로 겹말이다. 예부터 ‘일’은 ‘양(陽)’, ‘이’는 ‘음(陰)’을 가리킨다. 즉 ‘삼’은 ‘음과 양’이 합해진 숫자다.
남녀가 결합해 아이를 낳듯이 ‘삼’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함의하는 완전수로 인식됐던 게다.
중국 고대 사상가인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이렇게 설하며 만물의 생성 중심에 ‘삼’이 있음을 강조했다. “도에서 일이 생기고(道生一), 일에서 이가 생기고(一生二), 이에서 삼이 생기고(二生三), 삼에서 만물이 생겼다.(三生萬物)”
▲‘삼’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단순한 숫자가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복삼(福三)이라고 해서 복을 안겨주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민속이나 전통 생활 등에서 ‘삼자 선호 관념’이 뿌리 깊게 자리잡은 이유다. 그 시초는 우리 땅을 점지해 준 삼신(三神)이 있다 하여 생명의 신으로 섬긴 상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신할머니는 여성의 잉태와 출산, 육아, 산모의 건강을 관장하는 신으로 숭배됐다.
해서 어린아이가 태어나면 출생한 날부터 삼칠일(三七日ㆍ21일)까지 부정 타는 것을 막기 위해 외부인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출입문에 금줄을 쳤다.
▲‘삼’은 다양한 분야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춥고 긴 겨울을 삼동(三冬)이라 하며 무더운 여름을 지나려면 삼복(三伏)을 견뎌야 한다. 연초의 작심삼일(作心三日)은 통과의례다. 만세를 부를 땐 삼창(三唱)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자주 쓰이는 속담에도 ‘삼’이 인용되는 사례가 적잖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귀머거리 삼 년, 벙어리 삼 년’, ‘삼대 거지 없고 삼대 부자 없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잘하면 술이 석 잔이고 못하면 뺨이 세 대’ 등이 해당된다.
▲그렇다. ‘삼’은 오늘날의 일상에서도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승패를 가리거나 어떤 일을 시도할 때 ‘삼세판’에 익숙하다. 여기서 ‘삼세판’은 ‘더도 덜도 없이 꼭 세 판’이란 얘기다.
‘삼세판’은 말마따나 ‘세 번 안에 승부를 끝내는 것’이다. 단판에 끝내기 아쉬워 세 번을 겨뤄 승자와 패자를 나눈다. 또 다른 해석은 두 번 떨어지고 한 번 더 도전하는 거다. 더불어민주당이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처리에 나선다. 과연 삼세판이 이번엔 통할까.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