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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의 노래 Nov 01. 2022

무명(無名)

나는 당신의 이름을 알지 못합니다.

어둠 위로 어둠이 쏟아져 내리는 짙은 밤

내가 나를 확신하지 못하는 오늘 밤

등을 맞대어 있는 우리가 존재하네요.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알지 못합니다.

우리 머리 위에 걸려 있는 저 별은 별이 맞나요.

당신의 눈빛을 머금은 흙이 쏘아올린 가냘픈 외침은 아닐까요.

어쩌면 내 눈물일 수도 있겠네요.


당신은 아시나요.

어째서 세상에는 고통이 가득하고

생명은 죽음을 맞이하나요.

당신에게는 상관없나요.


나는 당신의 시선이 품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문득 고개를 내밀어 우리를 비추어 주는 저 반달.

보름달이 구름에 가리어 반달이 된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애초에 그런 건 의미가 없었나요.


내가 모르는 세상의 절반을 그대가 알고

그대가 모르는 세상의 절반을 내가 알지만

등을 맞대어 있는 우리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네요

아마도 우린 평생 반달로 살아가겠지요.


나는 내일도 모레도 그다음 날에도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공간에 자리하여

같은 시간을 걸어갈 것입니다.

내 등을 맞대고 서 있을 당신은 당신일까요.

당신이 만나는 나는 내가 맞을까요.

섧은 그늘에 번지는 달의 외로움에는 왜 눈물이 맺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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