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면, 괜찮아질까요? #3

2000년대, 서울

by 엄마 안녕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2000년 당시, 학원을 가려고 집에서 나오면 머리 위에서는 헬리콥터가 매일 같이 아파트를 찍고 있었고, 연일 뉴스에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기사가 걸려있었다. 이사 올 때는 전셋값과 매매가가 2천만 원 차이였지만 정말 믿어지지 않는 속도로 하루에 몇천만 원씩 값이 올랐다.


당시 최선어학원이 간판조차 없을 때 아침에 학원을 가면 저녁 먹을 때야 집에 왔고, 메가스터디 온라인 강의가 처음 생겼으며, 손주은 사탐 강사 수업을 듣기 위해 줄을 서서 수강증을 끊던 그 시절. 그 시절에는 내가 학군지를 누리고 있음을 잘 알지 못했다. 그저 주차가 불편하고, 녹물이 자주 나오며, 아직도 이런 걸 쓰는 곳이 있던가 싶을 정도의 라디에이터가 거실을 차지하고 있었던 아파트일 뿐.


집 앞에 있던 은마상가에는 모든 것이 다 있어서 생활의 반경이 대치동 이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유행하던 닥터마틴 대신 닥터케이가 있었고, 자주 가던 폴로 짝퉁 샵도 있었다. (그 당시엔 진짜인 줄 알았다) 엄마가 장부를 달아주신 음식점, 김밥 써는 기계를 처음 봤던 줄 서서 먹던 김밥집, 개인적으로 떡볶이보다 떡꼬치가 더 맛있었던, 그 당시엔 여섯 군데가 넘었던 분식집들 (2024년 올해 초, 한 군데 남아있던 ‘은마분식’ 마저 없어졌지만). 처음 들어섰을 땐 입구도 많고 특히 지하는 통로도 좁아 길을 자주 잃어버리곤 했다. 이전 살던 동네의 학교 앞 상가와는 크기도 분위기도 차원이 다른 새로운 세상이었다.



나에게는 대치동이란, 그저 이사 간 새로운 동네였다. 좀 더 오래된, 상가도 크고 아파트 단지도 넓고 건물들도 높은.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만 가득해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두근두근하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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