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詩
양파는 뭔가 다르다.
양파에겐 ‘속’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양파다움에 가장 충실한,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완전한 양파 그 자체이다.
껍질에서부터 뿌리 구석구석까지
속속들이 순수하게 양파스럽다.
그러므로 양파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우리는 피부 속 어딘가에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야생 구역을 감추고 있다.
우리의 내부, 더 깊숙한 곳에 자리한 아수라장,
저주받은 해부의 공간을.
하지만 양파 안에는 오직 양파만 있을 뿐
비비꼬인 내장 따윈 찾아볼 수 없다.
양파의 알몸은 언제나 한결같아서
아무리 깊숙이 들어가도 늘 그대로다.
겉과 속이 항상 일치하는 존재.
성공적인 피조물이다.
한 꺼풀, 또 한 꺼풀 벗길 때마다
좀더 작아진 똑같은 얼굴이 나타날 뿐,
세 번째도 양파, 네 번째도 양파,
차례차례 허물을 벗어도 일관성은 유지된다.
중심을 향해 전개되는 구심성의 *푸가.
메아리는 **화성 안에서 절묘하게 포개어졌다.
내가 아는 양파는
세상에서 가장 보기 좋은 둥근 배.
영광스러운 후광을
제 스스로 온몸에 칭칭 두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안에 있는 건 지방과 정맥과 신경과
점액과, 그리고 은밀한 속성뿐이다.
양파가 가진 저 완전무결한 무지함은
우리에겐 결코 허락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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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가: 기악적 돌림노래
**화성: 일정한 법칙에 따른 화음의 연결
--출처: <끝과 시작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문학과 지성사, 최성은 옮김)
<단상>
양파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다. “중심을 향해 전개되는 구심성의 푸가”
“메아리는 화성 안에서 절묘하게 포개어졌다” 시인의 시선으로 양파를 본다는 것,
새로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