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딴 나라로 망명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일하던 2009년부터 2012년 사이에 NSA가 테러방지 명목의 프리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우방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기관의 통신을 감청하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에서 자국민의 개인 정보를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는 사실을 영국 가디언지를 통해 폭로했다. 곧바로 시민단체들은 미국 오바마 정부를 고발했다.
* 데이터 전쟁 2(2009-2012 대한민국)
2012년, 대한민국 국군 사이버사령부와 국가정보원이 여론조작을 주도했다. 특히 국가정보원은 2009년 이후 4년간 무려 3500여명의 댓글부대를 운영하며 1백만 건이 넘는 댓글과 좋아요/싫어요를 조작했고, 이는 대선과 총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일로 국정원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 데이터 전쟁 3(2016 영국과 미국)
2016년 6월, 영국에서는 유럽을 탈퇴할지를 두고 브렉시트투표가 실시되었고, 대다수 여론조사와 달리, 찬성 51.9%와 반대 48.11%로 영국의 유럽 탈퇴가 결정되었다. 같은 해 11월, 미국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맞붙었고, 힐러리 클린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던 여론조사를 뒤집고, 트럼프가 미시간 (유권자 +10,704; 선거인단 +16명), 위스콘신 (유권자 +22,748; 선거인단 +10명), 펜실베니아 (유권자 +44,292명; 선거인단 +20명)에서 겨우 77,744명 유권자 표를 더 얻으며 선거인단 46명을 추가로 확보하였고,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예측과 완전히 어긋난 결과에 크게 당황한 자료분석가들은 득표의 분포를 분석했다. 브렉시트 투표에서는영국의 EU 분담금에 대한 불만과 함께, 대거 유입된 EU 회원국 출신의 이민자를 위한 복지지출이 늘어나고 고용시장에서 이민자들과 경쟁해야하는 내국인들의 불안이 높아지면서, 옛 대영제국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왔다는 해석이 등장했다. 비슷하게 미국 대선에서도 분노한나이많은 저학력 백인 남성들(angry white)이 대거 투표장에 나타나서,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해석이 등장했다.
그런데, 그들은 어떻게 투표장으로 나왔을까?
2018년 3월17일, 가디언지와 NYT에서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이 보도되면서, 잊혀지던 두 사건의 진짜 원인이 뒤늦게 밝혀졌다. 케임브리지대학 코건 교수가 심리테스트를 만들었고,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이를 페이스북에 올렸으며, CA는 심리테스트에 참여한 27만명과 그 친구를 포함한 8,700만명의 LIKE 데이터를 이용해서 이들의 정치성향을 분석했다. CA는 설득가능자로 분류된 이들에게 'CA가 원하는 대로 LIKE'를 누를 때까지' 자극적인 정치광고를 집중적으로 보내서, 결국 이들이 시위장으로 그리고 투표장으로 나오도록만들었다. CA는 기존의 성별이나 나이 등의 인구학적 (demographics) 방법으로는 사람들의 정치성향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마케팅에서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여 제품을 홍보하는 사이코그래픽스 (phsychographics) 방법을 정치에 적용했다. 이들은 이전에도 이미 케냐, 인도, 토바고 등 전 세계 68개국 200개 이상의 선거에 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관련 단체나 정당, 정치인들은 CA와의관계를 부인했다.
넷플릭스의 '거대한 해킹(The Great Hack, 2019)'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롤이라는 사람이 페이스북 심리테스트 앱의 개인정보 사용약관을 발견하고, 자신의 정보를 보여달라며 C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건이 시작되었고, 오저버의 기자 캐드월래어가 이를 끝까지 파헤쳤으며, CA에서 일한 브리트니 카이저의 내부 고발이 이어지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개인정보유출을 묵인한 페이스북은 영국정부로부터 64만 5천달러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개인정보침해에 대한 집단소송 합의금으로 7억2천만달러를 물게됐다. 그리고 CA는 파산했다.
* 데이터 전쟁 4(2016 대한민국)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가 개인을 감시한 스노든 사건이 잘 알려진 데 비해서, 임의 단체가 이익을 위해서 여론을 조작하고 선거에 개입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은이상하리 만큼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2016년, 12월부터 2017년 3월 사이에집중적으로,경공모 회원들이 매크로 킹크랩을이용해서3천여개 포털 아이디로 7만여 개 기사에 달린약 118만개 댓글에 8840만개의 좋아요/싫어요를누르며댓글순위를 조작했다. 이 기간에전국적으로 촛불집회가 이어졌고, 대통령이 탄핵됐으며, 정권이 바뀌었다. 이후 관련 정치인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올 즈음, 당시기사들의한댓글 당수만 수십만에 달하던 좋아요/싫어요 수가 지워지고, 십 또는 백 단위로뚝떨어졌다.
* 개인의 데이터권
빅데이터가 된 개인 정보가 나와 내가 속한 사회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고 있으며, 이를 차지하고 이용하려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특이하게도 두어 개 포털이 모든 언론 기사를 모아서 제공하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지킬 수 있을까?나는그리고 우리는정체 모를 빅브라더의 사이코그래픽스 공격으로부터 안전한가?
데이터 전쟁이 시작되었다!
앞서의 글 '큰 수의 법칙'과 '여론조사의 함정'에 대하여 브런치 슈퍼피포 작가님께서 남겨주신 댓글을 읽고,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을 처음으로 알게되어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배대웅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스노든 사건를 더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나라 국정원 댓글사건과 드루킹 사건을 찾아보았는데, 같은 시기여서 또놀랐습니다.덕분에, 예정에 없던 글을 적었습니다. 관련 내용이 많아서, 타임라인을 따라 사건들을 간략히 요약하여 적었습니다. 혹시 발견하신 틀린 내용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