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축구 다큐 '죽어도 선덜랜드 (Sunderland Till Die)'는 2017-18 시즌에 영국 2부 챔피언쉽 리그로 강등당한 선덜랜드 AFC가 다시 영국 1부 프리미어리그(EPL)로 승격하려고 발버둥 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선더랜드는 지고 또 지며, 승격은커녕 2년 연속 3부로 강등당한다. 주전 공격수가 떠나고 남은 선수들은 힘겨운 경기를 계속하지만, 어느 순간 홈에서도 지고 원정에서도 진다. 경기 때마다 홈팀 관중도 줄고 원정팀 관중도 줄어서 관중석에는 빈자리가 늘어나고, 구단은 재정난에 허덕이며, 덩그런 축구장이 커보이는 인구 18만 명의 이 작은 공업도시는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팬들은 경기 때마다 지기만 하는 팀을 향해 분노하고, 울부짖으며, 절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아버지부터 선더랜드는 '우리 팀'이기 때문에, 관뚜껑을 선덜랜드 깃발로 덮으며, 이 동네 사람들은 차마 팀을 버리지 못하며 말한다.
'박수쳐주자. 죽어도 선덜랜드야 (Sunderland till die)!'
멋모르고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후유... 저 팀이 저렇게 처참하게 무너질 줄 어떻게 알고 이 슬픈 다큐를 찍었을까 싶은 의문이 든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선덜랜드의 열렬한 서포터즈가 선덜랜드가 1부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할 거라 믿고, 그 과정을 생생히기록하고 싶어서 찍기 시작한 다큐였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선덜랜드가 강등 또 강등되는 바람에, 이 다큐는 선덜랜드의 가장 비참한 역사를 담게 되었다.
넷플릭스의 또 다른 축구 다큐 '베컴'은 배우 뺨치게 잘 생겨서 아시아의 어느 산골 양치기만 빼면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 정도로 유명하다는 꽃미남 선수 베컴의 다이나믹한 축구인생을 보여준다. 베컴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스에서 15살 때 전설의 퍼거슨 감독에게 발탁되면서, 이후 멋진 크로스와 그림 같은 로빙패스, 빼어난 골결정력뿐만 아니라 잘 생긴 외모로 온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당시 유명하던 스파이스 걸스의 빅토리아와 결혼까지 성공했다. 패션모델까지 겸하면서 잘 나가는 거 같던 베컴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건,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에서 아르헨티나와의 경기 때부터였다. 지금은 스페인 라리가의 아틀랜티코 마드리드 (꼬마)의 감독인 디에고 시메오네가 심판 몰래 뒤에서 베컴을 살짝 건드려 넘어뜨렸다. 짜증난 베컴이 그라운드에 엎드려서 팔에 얼굴을 파묻고 툭 뒷발길질을 했는데, 뒤에 있던 시메오네가 거기에 걸려 넘어지며 아프다고 떼굴떼굴 굴렀다. 비디오 판독이 없던 시절이었는지, 주심은 바로 베컴을 퇴장시켰고, 10명만 남은 영국은 아르헨티나에 힘없이 무너지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20년도 더 지나서 시메오네는 인터뷰에서 축구는 실력으로만 겨루는 게임이 아니다, 그때 자신들보다 특출나게 잘 생긴 베컴을 약 올리려고 주심 몰래 뒤에서 살짝 베컴을 건드려 넘어뜨렸고, 일부러 베컴 발에 걸려 넘어진 척하며 떼굴떼굴 굴렀다, 사실 그때 베컴은 퇴장당할 만한 파울을 하지않았다고 말하며, 씩 웃었다.
진실이야어찌 되었든 베컴은 순식간에 '역적'이 되었다. 영국의 온 미디어가 한순간을 참지 못했던 베컴의 애 같은 행동을 비난했고, 온 영국 사람들이 베컴을 저주했다. 베컴을 추앙하던 사람들은 길에서 베컴에게 손가락질하고 침을 뱉었고, 어떤 사람은 베컴 인형을 만들어서 목매달았다. 베컴은 도망가서 숨고 싶어 했지만,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베컴을 경기에 내보냈다. 하지만, 경기에서 만난 EPL 다른 팀의 영국 선수들조차 경기 중에 노골적으로 베컴을 발로 걷어차며 폭행하는 바람에, 보다 못한 맨유 선수들이 베컴을 보호하느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퍼거슨 감독의 지휘 아래, 1999년 맨유가 리그우승, FA 컵, UEFA 챔피언쉽을 우승하고 트레블을 달성한 뒤에야, 베컴은 대중의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내내 우울증에 시달리던 베컴은 레알 마드리드, LA 갤럭시, AC 밀란, 파리 생제르망에서 뛰며 많은 상을 탔지만, 1998년 아르헨티나 전의 퇴장을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으로 꼽았다.
경기를 뛰는 선수도 응원하는 서포터즈도 지역 팀이든, 국가 대표팀이든, 전쟁터의 전사들이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에서는 100년도 더 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첼시, 블래번 로버스, 뉴캐슬 유나이티드, 아스톤 빌라 같은 팀들이 만들어졌고, 탈의실도 없거나 여기저기 기울어지고 구멍난 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르며 시작된 '풋볼리그'와 최상위 '퍼스트 디비전'이 있었다. 그리고 한참 뒤 1990년에, 영국민영방송 iTV가 중계권과 중계료를 독점하려고, 영국축구협회와 별도로 빅5 팀들과 '프리미어리그'를 창설하려 했다. 하지만, 신생 방송국이던 스카이 스포츠가 당시로는 거금이던 3억 파운드를 제안하며 독점 중계권을 따냈다. 그리고 1992년 프리미어리그는 풋볼리그와 단절하며,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
영국 프로축구에는 1, 2, 3, 4부가 운영되며, 1부 프리미어리그에는 20개의 팀이 있고, 전체 시즌의 승점, 골득실 등을 따져서 프리미어리그의 하위 3팀이 2부 챔피언쉽리그로 강등되고, 챔피언쉽리그의 우승 준우승팀이 자동 승격되며, 3, 4, 5, 6 위 네 팀이 다시 경기를 치른 후 1팀만이 승격된다.
아래 그림1은 2023-24년 EPL에 속한 20개 팀들이 리그전에서 페널티 킥을 제외하고 넣은 총 골 수와 총 기대골 수를 그래프로 나타낸다. 총 골 수는 시즌 동안 그 팀이 넣은 골 수의 합이고, 총 기대골 수 (xG)은 전적을 바탕으로 확률로 계산한 이론적인 골 수의 합이다. 빨간 점선 위의 팀들이 기대보다 잘 한 팀들이고, 점선 아래의 팀들이 기대보다 못한 팀들이다. 맨시티(Machster City)와 아스널(Arsenal)이 1, 2위를 다투며 기대보다 더 잘했고, 리버풀(Liverpool)이 딱 기대만큼 해냈다.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Tottenham)도 기대보다 잘했다. 황희찬이 뛰는 울브즈(Woves)는 왼쪽 아래에 위치해 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거의 꼴찌로 강등 위기에 놓였다. 승격과 강등은 관중수가 늘어나냐 줄어드냐를 결정지으며, 동시에 중계권 수입을 결정짓기 때문에, 특히 강등 팀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래도 팀을 버릴 수 없는 팬들은 '죽어도 우리 팀'을 응원한다.
그림 1. 2023-24 EPL의 기대 골 수 vs 실제 골 수 (PK 제외, fbref 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