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장애인당(當) 대(對)통령 경선 취재기

[특집 '장애'] 편집장 상민

당신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는가? 물론 저마다 달랐겠지만 적어도 초등학생 시절 장래 희망을 적어낼 때는 ‘내가 정말 될 수 있을까’, ‘이 직업으로 밥은 잘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천진만만한 초등학생들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것이 ‘대통령’이라는 꿈이었다. 반에 꼭 한두 명은 있던 ‘대통령 지망생’들은 중학교만 가더라도 한 학년에 한둘도 찾기 힘들어졌으며, 그마저도 놀림거리가 되거나 마땅히 적어낼 직업이 없어 적어낸 것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면 그 누구의 생활기록부 장래 희망란에도 ‘대통령’은 찾아볼 수가 없게 됐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유튜브 라이브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이라는 그 문구를 정말 오랜만에 다시 듣게 되었다. 선거철에만 활동하는 ‘가짜’ 정당인 탈시설장애인당(當)의 1차 선전전 방송에서였다. 탈시설 당사자라는 젊은 여성 후보는 확고한 목소리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많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지원 예산을 늘려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하고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 다른 이가 들어주는 마이크에 대고 발언을 하던 중년 남성 후보의 발언 내용은 (사실 음질 문제와 발음 문제가 겹쳐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 내용에는 모두 공감이 갔지만 ‘내가 대통령이 되면’이라는, 초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 들어보는 표현에는 어쩐지 적응이 어려웠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이재명은, 윤석열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기에 ‘내가 대통령이 되면’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나머지 ‘5천만 빼기 2’의 사람들에게는 부자연스러운 것일까? 탈시설장애인당은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과 같이 정치적 무리라는 뜻의 정당(政黨)이 아닌 정정당당하게 투쟁한다는 뜻의 정당(正當)이며, 클 대(大)를 쓰는 대통령이 아닌 대항할 대(對)를 쓰는 대통령 후보들을 내놓았다.[1] 사회 도처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차별, 기후 위기에는 입을 꾹 닫고, 공약집에는 성장과 개발만이 가득하지만 사실 그마저도 별로 논의되지 않는 대신 녹취록과 배우자 의혹 공방만이 난무하는 이번 대선에서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이라는 탈시설장애인당의 슬로건은 딴 세상 얘기처럼 느껴졌다. 그렇기에, 더 필요한 얘기였다. 그래서 나는 같은 날 있었던 봄호 1차 편집회의 문건에 ‘탈시설장애인당 대통령 경선’이라는 아이템을 적어갔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선전전을 벌인다고 했다. 일단 앞으로 열리는 선전전에 가보기로 했다. 막무가내로 탈시설장애인당 측에 메일을 보냈고, 답장이 왔는지 확인도 못 한 채 1월 12일 열린 2차 선전전에 가게 되었다.



2022년 1월 12일 2차 선전전 – 탈시설이 뭐길래


풀렸던 날씨가 전날부터 다시 추워지기 시작했다. 늦게 나온 2021년 겨울호 인쇄가 전날 완료되어 일단 아침에 먼저 학교에 들러 배포를 해야 했다. 11시에 시작한 배포가 끝나니 어느덧 1시가 다 되어있었고, 책 인쇄가 잘 되었는지 확인해보지도 못한 채 급히 광화문역으로 향했다. 열차가 종로3가역을 지나 광화문역에 진입하자 노란 야광 조끼를 입은 경찰들이 가장 먼저 보였다. 열차 안의 사람들은 웅성웅성하며 내렸고, 경찰의 안내에 따라 출구로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나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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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광화문역 승강장에 야광점퍼를 입은 경찰들이 스크린도어 쪽에 일렬로 서있고, 그 사이로 휠체어를 탄 백장발의 박경석 대표가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승강장 공간에는 행인들과 전동휠체어, 일반 휠체어 등이 보인다. 사진 설명 끝.


나는 쭈뼛대며 경찰들의 틈바구니를 뚫고 전동휠체어들과 피켓들이 있는 곳에 들어갔다. 도착해서 일단 메일을 통해 전달받은 활동가분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고, 같이 피켓을 들고 서 있으면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분이 이번 선전전의 진행을 맡으시기도 해서 나까지 챙겨주실 여유가 없어 보였기에 더는 묻지 않고 서둘러 탈시설장애인당 조끼를 받아 입었다. 모두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은 선전전 무리 속에서 낯선 얼굴인 데다가 비장애인인 내가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지 않기 위해.


그러고 일자로 늘어선 선전전에 서 있자니 다른 분이 ‘탈’, ‘시’, ‘설’, ‘장’, ‘애’, ‘인’, ‘당’’이 한 글자씩 적혀있는 피켓을 한 명씩 나눠주었다. 나는 ‘당(當)’이 적힌 피켓을 받았고, ‘탈당시설장애인’ 혹은 ‘탈시설당장애인’과 같은 문구가 만들어지는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선전전 내내 제자리를 고수해야만 했다. 내가 든 피켓의 사진을 찍으며 나는 이 사진과 함께 왜 탈시설장애인당이 일반 정당과는 다른 정당이라는 점을 한자 병기를 통해 밝히는지를 설명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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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파랑색-보라색 그라데이션 배경에 ‘당’이라고 큰 글씨가 쓰여있는 피켓을 위에서 찍어 글자가 뒤집혀 있다. ‘당’ 자의 아래에는 괄호치고 當자가 조그맣게 쓰여있다. 사진 설명 끝.


탈시설장애인당이라는 기획이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해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이다. 선거 국면에서 중증장애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가짜 정당’을 만들어 ‘가짜 후보’를 내는 방식으로 장애 이슈를 부각시키려 한 것이다. 이는 중증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기성 정치권의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2] 의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시도였다.


우리는 비장애인들이 기약한 ‘나중’을 믿지 않습니다. 그들의 세치 혀에 속지 않습니다. 우리의 생명을 나중으로 저당잡는 그들의 핑계에 헛된 희망도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성 정치가 장애인을 언제나 시혜와 동정으로 대상화하고, 장애인의 주체적인 권리를 짓밟는 나중정치에 분노합니다. 더 이상 나중정치에 속지 않고자, 장애인 ‘먼저투쟁’하는 당장정치를 꿈꿉니다.

오늘 탈시설장애인당 창당을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 정치의 주체가 될 것입니다. 나중을 기다리지 않는 우리는 오늘 지금 이 자리에 모여 당장 창당을 선언합니다.


- 탈시설장애인당 창당 선언문 중 일부


그러나 그해 3월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는 탈시설장애인당 앞으로 정당법 제41조에 의해 등록된 정당이 아니면 명칭에 정당임을 표시하는 문자를 사용해선 안 되고, 공직선거법 제90조에 따라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을 명시한 현수막 등 시설물을 설치하는 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경우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해 꼼수를 부려 만든 위성정당에는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선관위가 소수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시작한, 그것도 ‘가짜 정당’이라고 명시해놓은 활동에 대해서는 냉혹한 잣대를 들이민 것이다.[3] 결국 탈시설장애인당은 이후 활동에서 ‘당’ 자 옆에 괄호로 한자 병기를 해야만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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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위반의 여지가 다분함에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더불어시민당 홍보물. ⓒ더불어시민당

정방형 포스터 상단에 ‘더불어시민양! 더불어민주군과 평생 함께 할 것을 맹세합니까?’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여져 있고, 아래에는 결혼식장의 신랑 신부의 사진이 있다. 그 왼쪽에는 ‘네! (단호) 평생 더불어 살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오른쪽 구석에는 아주 작게 ‘더불어시민당’이 쓰여있고 그 아래에 크게 숫자 ‘5’가 있다. 사진 설명 끝.


다시 선전전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날 현장에는 네 후보가 참석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와는 달리 ‘대통령’ 후보들인지라 전국을 대상으로 후보를 모집했기에 모든 후보가 참석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9명의 후보는 기호로 숫자가 아닌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을 한 글자씩 나눠 가졌는데, 이날 선전전에는 기호 ‘시’ 서기현 후보, 기호 ‘장’ 이규식 후보, 기호 ‘지’ 유진화 후보, 기호 ‘설’ 김수정 후보가 참석해 각자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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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후보자의 공식 포스터. ⓒ탈시설장애인당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내가 첫 번째 선전전의 라이브 방송에서 본 중년 남성 후보는 이진우 후보였다. 서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기도한 그는 자신이 부여받은 기호인 ‘탈’을 장애로 인해 차별·억압받고, 가난하고, 시설에 있어야만 하는 그런 세상에서 벗어나자는 의미로 해석했다. 기호 중에서나 정당명에서나 가장 핵심인 단어는 역시나 ‘탈’이었다. 그런데 탈시설이란 게 도대체 얼마나 중요하기에 ‘장애인당’, ‘장애인권리당’ 등이 아닌 ‘탈시설장애인당’이 당명이 됐을까?


장애인 시설 수용의 역사는 유구하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장애인은 시설과 함께 탄생했다. 저마다 다른 손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장애(disabled)라는 이름으로 묶인 것은 1834년 영국에서 신구빈법(New Poor Law)이 만들어지면서부터이다. 신구빈법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인력을 노동시장에 편입시키는 것이었기에, 빈민 중에서도 일할 수 있는 몸을 가진 이들(the able-bodied)과 일할 수 없는 몸을 가진 이들(the disable-bodied)을 구분해 ‘교정’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후자를 구빈원에서 내쫓아냈다. 그중 아동을 제외한 병자, 광인, 심신 결함자 그리고 노약자는 별도의 시설에 맡겨졌는데, 이들이 현대적 의미의 장애인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들이 보내진 시설은 장애인 수용시설의 기원이 되었다.[4] 즉, 장애는 사회가 자본주의화 되는 과정에서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이들을 격리하면서 ‘발명’된 개념이며 그 격리에는 시설이 필연적으로 따라왔다.


한국의 장애인 시설들은 한국전쟁 이후 구호사업의 일환으로 생겨났다. 초기에는 외국 원조·선교단체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시설들은 60년대 중반 이후에는 지역 토착 유지 혹은 종교단체의 지원에 의존하게 되었고,[5] 1970년 사회복지법인 제도가 만들어지며 시설 지원을 통해 국가는 장애 문제를 민간에 공식적으로 ‘외주화’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설이 다양한 비리를 저질렀는데 대표적인 두 유형이 공금 및 후원금 착복과 인권 침해였다.[6] 그러나 시설의 폐쇄적인 구조로 인해 이러한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경우는 드물었고, 그마저도 지난한 투쟁을 동반해야만 했다.


이러한 문제 시설들을 모두 바로잡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완전한 해결 방법도 아니었다. 이제 장애인들은 ‘문제 시설’이 아닌 ‘시설 문제’를 말하기 시작했다.[7] ‘나쁜’ 시설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모든 시설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보호/관리’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사회와 분리하여 권리와 자원을 차단함으로써 ‘불능화/무력화’된 존재로 만들며,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제한하여 주체성을 상실시키(조미경, 2020: 285)”기 때문에 나쁘다는 것이다. 따라 그들은 시설 밖으로 나와 살 권리를 주장했다. 그것이 탈시설 혹은 장애인 자립생활(IL; Independent Living) 운동이다. 1960년대 말 미국에서 시작된 IL운동은 80년대 세계 각국에 퍼졌고, 한국에서도 90년대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8] 탈시설의 의의는 단순히 몸이 시설 바깥으로 나오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결정권을 가지는, 나아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탈시설한 장애인들의 주거권·이동권·교육권·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시설을 나와서도 맘 편히 몸 뉘일 집이 없다면, 가고 싶은 곳에 자유롭게 갈 수 없다면,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다면 이를 두고 진정 ‘자기 삶의 주인’이 된 것이라 말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이렇듯 여러 쟁점을 압축하고 있는 것이 ‘탈시설’이기에 아홉 후보의 공약 모두 탈시설로 수렴될 수 있었다.


다른 후보들의 발언과 박경석 대표의 마무리 발언까지 있었지만 그 내용은 이후 기록에서 차차 소개하도록 하고, 경선 방식과 이날 있었던 첫 번째 경선 결과를 먼저 이야기하고자 한다. 탈시설장애인당의 아홉 예비후보 중 최종 대통령 후보는 각각 15점씩 배당된 ‘베스트포토상’, ‘이것도노래다’, ‘사다리타기 관운’ 경선, 20점의 활동 점수(당원 모집, 후보자 활동 참여) 그리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35점짜리 당원 및 시민들의 구글독스 투표를 통해 결정되었다. 그중 첫 번째 관문인 ‘베스트포토상’의 발표가 이날 있었다. 앞서 본 후보자 포스터의 사진 중 누가 가장 잘 나왔는지를 묻는 당원 대상 투표가 일주일간 있었고, 결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마냥 8위부터 공개됐다. 1위는 기호 ‘법’ 서미화 후보였다. 32.3%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1등을 차지했는데,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장차연) 전남지부 공동대표이기도 한 그는 목포에서 전화 연결로 소감을 밝혔다. 진행을 하는 활동가들은 우스갯소리로 ‘목포 표밭’을 토대로 1위를 하셨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그렇게 선전전은 종료됐고, 나는 종로5가 방향 차에 재빨리 몸을 실었다. 전동휠체어와 경찰들로 가득했던 주변이 갑자기 고요해졌고, 나는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왔다. 다만 내가 탄 열차 안에 전동 휠체어가 평소보다 많았을 뿐.

가는 길에 이제 집에 가서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1차 선전전 라이브를 봤을 때는 경찰들이 많아서 험악한 분위기일까 봐 염려했는데 일단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시민들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있는 느낌이었다. 박경석 대표는 선전전 현장을 누비며 명함을 나눠주셨는데, 경찰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재밌었던 것은 나의 편견과 달리 명함을 진지하게 읽어보고 주머니에 잘 챙겨 넣는 경찰관들의 모습이었다.


그 외에 별 소감은 사실 없었다. 그냥 발언 끝에 마다 ‘투쟁!’을 붙이는 곳에 오랜만에 와서 새삼 신났다는 것 정도. 오래전 학교에서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방문했던 시설에서 그들을 ‘도와줄’ 때보다 동료 시민으로서 함께 거리에 서서 구호를 외치는 편이 훨씬 좋았다는 것 정도였다.


1월 19일 3차 선전전 – 2012년 광화문역에서 있었던 일


오랜만에 눈이 예쁘게 온 날이었다. 이 선전전을 야외가 아닌 승강장에서 한다는 사실이 정말 다행으로 느껴졌다. 눈이 와서일까, 지난주보다 참가자 규모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 대신 동물해방 직접행동 DxE의 활동가들,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그리고 노동당 대선후보 이백윤이 연대 발언으로 그 공백을 채워주었다(DxE와 빈곤사회연대는 이후 선전전에도 계속해서 찾아왔다). 지난번에는 피켓을 들고 서 있느라 영 어색했고, 무엇보다 발언하는 사람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장롱에서 썩고 있던 DSLR을 챙겨 나왔다. 그래도 조끼 입고 큰 카메라로 사진 찍고 있으면 뭔가 관련 있는 데서 왔다고 생각해주지 않을까 해서.


이날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후보는 기호 ‘시’ 서기현 후보였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의 소장인 그의 대표 공약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 장애서비스 전달체계 지원 및 공공성 강화’이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 광화문역사 안에서 있었던 농성에 대해 먼저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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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서기현 후보 (사진은 4차 선전전 때의 모습이다).

스크린도어 앞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모자, 안경, 마스크를 쓴 서기현 후보가 활동보조인이 들어주고 있는 마이크에 대고 발언하고 있다. 주변에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장연 활동가들이 핸드폰을 보고 있다. 사진 설명 끝.


때는 2012년 8월, 18대 대선을 넉 달 앞둔 시점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를 주장하며 광장으로 나가는 방향의 광화문역 출구에 농성장을 차렸다. 목표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그것이 반영되게 하는 것, 그리고 실제로 이루는 것이었다. 박경석 전장연 (그리고 탈시설장애인당) 대표가 회고하기로는 농성을 시작할 때는 “문재인이 될 거라고 예측했기 때문에 길어봤자 6개월” 이라고 생각했지만,[9] 박근혜가 당선되고 관련 논의가 5년간 교착상태에 빠지며 1,842일의 농성이 이어지게 되었다.[10]


장애등급제는 사람의 몸에 등급을 매긴다는 것 자체로도 문제가 있지만, 신체·정신적 제약이라는 단순한 사실적 상태만으로 그 사람의 ‘등급’을 판단함으로써 장애에 대한 부정적 낙인 효과를 강화한다는 문제가 있다.[11] 그리고 장애인 한 명 한 명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지원의 종류와 양이 다름에도 정해진 등급에 따라 일괄적으로 지원이 이뤄진다는 점이 문제였다.[12] 탈시설 이후 독립해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은 활동보조지원서비스를 받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노력은 2005년 전장연 출범 이후에야 이뤄지기 시작했고 장애인들이 한강대교를 맨몸으로 6시간 기어서 건너는 투쟁 끝에야[13] 2007년 활동보조지원제도의 도입이 확정되었다.[14] 하지만 정부는 장애 1급, 그중에서도 조사를 해서 합격하는 이들에게만 활동보조지원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내렸다.[15] 수급 대상이 너무 적을 뿐만 아니라 같은 등급이라도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유형과 시간이 다름에도 6구간으로 나눠진 기준으로 모든 것을 재단함에 따른 병폐가 컸다.[16]


한편 부양의무자 기준은 민법 제974조에서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에는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다고 규정해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이 기초생활수급자의 자격을 따지는 데 적용되어 실제로는 부양을 받지 못함에도 부양의무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이 있다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실제로 부양이 이뤄지는 경우에도, 일반 가구원에 비해서 치료비 등 훨씬 큰 비용이 장애가구원에게 들어가니 수입이 풍족하지 않은 대부분의 가정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사안을 개별 가정에 떠넘기는 부양의무자 기준은 장애인의 가족이 탈시설을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였다.


다행히 박근혜 탄핵으로 정권이 교체되며 농성은 2천 일은 넘기지 않게 되었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약속한 문재인이 당선되고,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인 박능후가 농성장에 직접 찾아와 사진까지 찍고 간 뒤 2017년 9월 5일 농성은 마감되었다. 그 역사적인 장소가 바로 광화문역이기에 그 연장선상에서 탈시설장애인당의 선전전 역시 광화문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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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역 9번 출구 농성장 자리에 남겨진 기념현판.

은색 직사각형 현판의 상단에는 큰 글씨로 ‘1842일 장애등급제 · 부양의무자기준 · 장애인수용시설 폐지를 외치다!’가 쓰여져 있고, 그 아래에는 영어로 같은 내용이 작은 글씨로 적혀있다. 그 아래에는 검은 네모 배경에 ‘2012.08.21 ~ 2017. 09. 05’가 적혀있고, 맨 아래에는 손글씨 폰트로 ‘장애등급제 · 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공동행동’이라 적혀있다. 사진 설명 끝.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들은 이번 정부의 장애등급제 폐지가 ‘가짜’ 폐지라고 말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장애의 정도가 심함’,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음’이라는 표현으로 두 단계의 분류체계를 유지하고 있고, 여전히 많은 제도에서 ‘원래’ 몇 급인지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라는 말에는 단순히 그 제도를 없애라는 것뿐만 아니라 장애인 개개인을 개별자로 보고 각자의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라는 요구가 함축되어 있었지만, 등급제 폐지 이후 시행된 종합조사 결과 많은 장애인이 이전보다도 더 적은 서비스 시간을 할당받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서기현 후보는 자신은 장애등급제 폐지 이전 월 400시간의 서비스를 받고 있었지만, 종합조사를 통한 평가제로 바뀌자 신체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음에도 110시간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는 하루에 4~5시간이 줄어든 것으로 혼자서는 식사가 불가능한 서기현 후보에게는 한 끼를 굶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보건복지부는 2019년 7월 갱신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지원 시간이 기존보다 감소하는 경우 기존 시간을 보전하는 ‘산정 특례’를 적용했지만, 그마저도 올해 6월에 종료된다. 기존에 하루 두 끼를 먹던 서기현 후보는 올해 7월부터는 강제로 1일 1식을 하게 생겼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아직까지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다. 서기현 후보는 이렇게 일갈했다. “이게 사람 사는 것입니까? 이것이 진짜 폐지 맞습니까?”


뿐만 아니라 부양의무자 기준 역시 완전히 폐지되지 않았다. 교육급여에서는 2015년, 주거급여에서는 2018년에 폐지되었지만, 지난해 10월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완화’되는 데 그쳤다. 심지어 고소득·고자산가를 제외한다는 이유로 연봉 1억과 재산 9억 이상이 확인되는 부양의무자를 가진 수급권자는 급여에서 여전히 제외된다. 결정적으로,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재정부담을 이유로 폐지되지 않았다.[17]


이렇듯 국가는 여전히 장애인 부양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지 않았다. ‘원래는 가족의 책임이지만 형편이 아주 풍족하지 않으면 국가가 지원해주겠다’ 정도가 국가의 변화된 태도인 것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이기도 한 기호 ‘설’ 김수정 후보는 마무리 발언으로 장애인은 왜 가족의 지원만을 기반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한 폐지 없이는, 그리고 24시간 활동보조지원서비스 없이는[18] 장애인 자식·형제는 비장애인 가족들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장애인이 진정한 시민이 되려면 가족의 힘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다. 온 나라가 필요하다.


1월 26일 4차 선전전 – 이동권은 핏줄이다


참석률이 저조했던 지난주에 비해 이번에는 참가자가 거의 두 배 수준이었다. 반면 노란 조끼를 입은 경찰의 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현장의 활동가분께 혹시 이유가 있는지 여쭤보자 요새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자주 해서 경찰들이 혹시나 하고 왔었던 것인데, 지난 3주간 승강장에서 별다른 이동 없이 선전전만 하자 어느 정도 안심하고 위쪽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해주셨다. 탈시설장애인당 선전전은 오후 2시에 이뤄지고 있지만, 사실 이날 아침 8시에 혜화역에서도 전장연의 선전전이 있었다. 항상 내가 광화문역 선전전을 가기 위해 일어나면 전장연 페이스북 라이브 알람이 왔던 기록이 있어 늦잠을 잔 것이 멋쩍어지곤 했다. 12월 6일 시작한 선전전은 평일 아침마다 진행되어 이날로 38차를 맞고 있었다. 혜화역 선전전의 경우는 광화문과 마찬가지로 승강장에서만 진행되었지만 전장연은 지하철 타기 투쟁을 과거부터 줄곧 해왔고, 5일 전인 21일에도 출근길 지하철 탑승 투쟁이 있었다. 그러면 열차 지연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데, 이는 단순히 휠체어가 타서만은 아니고 애초에 꽉 차있는 열차에 자리가 많지 않을뿐더러, 다른 시민들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도 탑승해야 하며, 때로는 활동가들이 휠체어를 열차 출입문에 걸쳐 놓고 시민들에게 이 시위를 하는 이유를 설명하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장애인 시위’는 꽤 화제가 되었으며 욕도 많이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혜화역 선전전과 지하철 탑승 시위 현장에서도 꾸준히 볼 수 있는 얼굴이 바로 기호 ‘장’ 이규식 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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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이규식 후보.

승강장에 있는 광화문역 정보안내판 앞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안경을 쓴 이진우 후보, 전동휠체어를 쓰고 짧은 머리를 한 이규식 후보가 피켓을 앞에 걸고 있다. 이규식 후보는 직접 마이크를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그림 설명 끝.


서울장차연 대표이자 2001년 오이도역 사고 이후 결성된 장애인이동권연대의 ‘투쟁국장’을 맡았던 이규식 후보는 사실 1999년 혜화역에서 리프트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그는 23년 전 자신이 추락했던 리프트가 있는 그 혜화역에서 다시 출근길 투쟁을 하고 있었다.


규식의 사고 소식을 듣고 야학 사람들이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왔다. 목과 머리에 큰 부상을 입은 그를 본 사람들은 지하철공사에 찾아가 항의했다. 하지만 공사는 적반하장으로 규식의 장애 때문에 사고가 난 거라고 주장했다. 권리도 없고 법도 없고 ‘당연히’ 엘리베이터도 없던 시절이었다. 분노한 사람들은 지하철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년 후 법원은 규식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하여 규식은 보상금 500만원을 받았고 혜화역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죠. 그때 규식이 보상금 일부를 야학에 후원했고 그 돈으로 이 복사기를 산 거예요.” 사람들은 그 복사기가 마치 혜화역 엘리베이터라도 되는 것처럼 늠름하게 두드리면서 말했다. 규식은 이렇게 썼다. “그 경험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참지 않고 목소리를 내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일은 그들의 생각보다 훨씬 거대한 일의 전조였다. 이듬해 오이도역에서 리프트를 타던 장애인이 추락해 사망했다. 노들야학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외치며 서울역 철로 점거를 감행해 지하철 1호선을 30분간 멈춰 세웠다. 그러자 30년간 갇혀 있던 중증장애인들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규식은 본격적으로 장애운동에 뛰어들었다. 야학 수업엔 잘 나오지 않았지만 거리의 투쟁에는 혀를 내두를 만큼 성실했던 그는 귀신같은 능력으로 경찰 저지선을 뚫고 가장 먼저 길을 만들면서도 가장 마지막까지 저항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쉼 없는 활동으로 2005년 드디어 이동권을 권리로 명시한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었다.[19]


이동권연대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서 저상 버스 도입을 권고 조항으로 처리하려는 건설교통부의 시도를 저지하고 의무 조항으로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20] 하지만 의무 조항이 되었다고 해서 당장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로 바뀌지는 않는다. 2007년부터 제1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5개년 계획이 진행되었고, 2011년까지의 목표치는 31.5%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땠을까. 법이 도입된 지 11년 차인 2017년에도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은 22.4%로 처음 5개년 계획의 목표치에조차 도달하지 못했으며,[21] 그마저도 서울의 보급률(43.6%)이 평균치를 크게 올려놓은 것이었다.[22] 이에 지난 12월부터 시작된 출근길 투쟁의 요구사항 중 하나가 기존 차량의 대폐차(代廢車)[23] 시 저상버스 도입의 의무화였고, 해당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12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에만 해당할 뿐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는 제외였다. 시외·고속버스의 경우 2021년 기준 전국에 저상버스가 7대에 불과함에도 말이다.[24] 또한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의 경우 지자체의 자율에 맡기게 되면 지역별 격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는데, 개정안에서조차 국가나 시·도가 특별교통수단의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구절이 ‘할 수 있다’로 바뀐 것이 장애계를 분노케 했다. 이규식 후보는 이런 사항들을 모두 바로잡아 모든 장애인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할 것을 약속하고 있었다.


물론 세상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이번에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 선전전 이틀 뒤인 28일 서울교통공사가 2024년까지 지하철 1~8호선 275개 역사 중 현재 엘리베이터가 없는 21개 역사에도 엘리베이터를 모두 설치해 ‘1역 1동선’[25]을 확보할 것을 약속한 것이 그를 입증한다.[26] 하지만 서울교통공사의 약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에도, 2015년에도, 2018년에도 서울시는 ‘100% 이동권’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재 상태에나마 이른 것은 장애인들의 지속적인 점거와 투쟁의 성과이다. 그리고 그 혜택은 장애인들만이 아니라 비장애인들 역시 누리고 있다. 임산부나 노인과 같은 교통약자는 물론 무거운 짐이나 캐리어를 가지고 이동하는 비장애인들도 엘리베이터와 저상버스의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장애인들의 편의는 어느 하나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에 가장 앞서서 싸운 장애인들에게 빚지고 있는 것이다.


박경석 대표는 이동권을 “한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핏줄”과 같은 것이라고 표현한다.[27] 팬데믹으로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많은 비장애인이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에게는 ‘자가격리’가 낯설지 않다. 자유로운 외출이 불가능한 시설에 사는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고, 탈시설을 하더라도 열 명 중 한 명은 거의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28] 자가격리를 2주만 해도 그렇게 고통스러운데, 그렇게 몇십 년을 산다고 생각해보라. 이는 또 다른 시설에 갇힌 것에 불과하다. 비장애인들의 이동권은 누군가가 방해를 하지 않는 이상 방해받지 않는 소극적 권리이지만 장애인들의 이동권은 적극적 권리, 즉 사회가 적극적 조치를 통해 보장해야 할 권리이다.[29] 비장애인의 이동권은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점거했을 때야 비로소 방해를 받았다. 생전 처음 겪는 일에 그들은 분개했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그것은 평생동안 겪는 일이다. 내가 타려는 버스 노선이 저상버스로 올 때까지 계속해서 계단식 버스를 보내야 하고, 장애인 콜택시가 올 때까지 길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거리가 넓으니 주의’하라는 안내 방송을 듣더라도 손쓸 수도 없이 바퀴가 틈에 빠진다. 마을버스도, 시외버스도, 고속버스도 탈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30] 많은 비장애인들은 ‘아무 잘못 없는’ 시민들을 인질로 잡는다고 했다. 그런데, 비장애인들은 앞서 말한 현실에 대해 ‘정말’ 아무 잘못이 없는가. 그저 그렇게 믿어도 되는 편리한 위치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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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선전전에서는 사진과 같은 유인물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고, 각자 후보자들에게 원하는 내용을 적게 한 다음 스크린도어에 붙였다.

‘대선후보야 ______ 부탁해’라 적혀있는 유인물에 빨간 마커로 ‘자유로운 삶을’, ‘장애인 이동권’, ‘OECD기준 예산안’ 등이 적혀있다. 사진 설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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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노래다’ 경선에서 1등을 한 배영준 후보의 피켓을 전장연 활동가가 높이 들고 있다.


한편 이날은 ‘이것도노래다’ 경선의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었다. 각 후보자가 자신이 선곡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전장연 유튜브를 통해 1월 14일에서 20일에 걸쳐 공개되었고, 당원과 시민들의 투표로 순위가 결정되었다. 결과는 서미화, 유진화 후보 3위, 김진수 후보 2위 그리고 배영준 후보 1위였다. 이번에도 1위 후보는 지방에 있어서 전화로 소감을 들어야 했다. 그가 선곡한 노래는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였는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로 이 노래를 선곡했다 하여 사회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반주에 맞춰 그가 다시 한번 부르는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들으며 선전전은 마무리됐다.


2월 2일 5차 선전전 – 결국 핵심은 예산 확보


설 연휴의 마지막 날, 이번 선전전은 귀경길 승객들을 타겟으로 서울역 대합실에서 진행되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승강장에서 대합실로 연결되는 출구 앞에서 선전전이 시작되었다. 인원은 이제까지 중 가장 적었고, 현장에 참석한 후보도 두 명뿐이었다. 아무래도 명절이니만큼 후보자들도 각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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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기차역사 가운데에서 활동가들이 탈시설장애인당 피켓을 들고 나란히 서있고, 앞에는 박경석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있다. 위층의 몇몇 시민들이 이 광경을 보고 있다. 사진 설명 끝.


이날 선전전에는 광주장차연에서 활동하는 기호 ‘원’ 배영준 후보가 처음으로 참석했다. 배 후보는 장애인 예산을 OECD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었다. 2017년 기준 OECD 가입국 평균 장애인 복지지출 규모는 GDP 대비 1.9%이다. 이에 맞는 한국의 장애인 예산은 7조 8,024억 원이다.[31] 하지만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책정한 2022년 장애인 예산은 3조 1,107억 원[32]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의 공약이었던 장애인 탈시설을 위한 로드맵을 임기 4년 차인 지난해 8월에야 내놓았는데,[33] 그로부터 한 달 후인 9월 발표된 탈시설 지원 예산은 고작 22억 원이었다. 시설 운영지원 예산에는 6,212억 원이 배정된 것과 적나라한 대조를 이룬다. 탈시설,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주거권 등등은 결국 모두 예산의 문제이다. 여느 운동 단체들과 전장연이 보이는 차이점은 전장연은 ‘대놓고’ 예산을 내놓으라 말하고, 자신들의 전선을 예산 확보로 명확히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결국 돈 달라는 거 아니냐’는 비아냥이 따라오기도 하는데, 이는 사실 아주 적확한 것이다. 전장연의 운동은 장애인이 정당한 권리를 가지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살 수 있게 보장하는 책임은 개인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가족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국가에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러한 비아냥은 이들에게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가장 ‘확실한’ 타겟을 잘 잡고 있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는데, 지하철 시위에 대해 비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죄 없는 시민들 말고 국회나 청와대 가서 말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예산 문제에 있어 ‘최종 보스’는 국회도, 청와대도 아닌 기재부다. 앞서 말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서 국가나 시·도가 특별교통수단의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에서 ‘할 수 있다’로 바뀐 것 역시 기재부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물론 장애인들은 국회도 갔고, 청와대도 갔고, 대선후보도 찾아갔다.[34] 심지어 기재부 장관 홍남기의 집도 여러 차례 찾아갔다.[35] 하지만 이렇게 ‘평화롭게’ 한 시위는 언론에 기사 한 줄 나기도 힘들다. 반면 지하철 시위는 바로 기사가 주르륵 올라온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고 하지 않는가. 국회도 손을 쓸 수 없고, 대통령의 의지마저 꺾을 수 있는 무소불위의 기재부[36]와 전장연이 싸우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둘 중 하나인 것처럼 보인다. 자신을 해치는 것―단식, 삭발, 분신 등―혹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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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배영준 후보.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문 앞에서 파마머리를 하고 휠체어를 탄 배영준 후보가 마이크를 잡고 있고, 오른쪽의 박경석 대표는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 앞에는 선전전을 중계하는 스마트폰이 있으며, 뒤편에는 야광조끼를 입은 경찰 두 명이 앞을 바라보고 있다.


그중 후자를 선택한 이들은 언제나 경찰에게 있어 요주의 단체가 되었다. 이날도 선전전 내내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출구 쪽에 방패를 든 경찰들이 스무 명도 넘게 대기를 하고 있었다.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재빨리 출구로 나가던 광화문역의 비장애인 시민들과는 달리 서울역의 귀경객들은 조금 더 관심을 보였지만, 금세 지나가 버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여기에는 도처에 깔려있는 경찰들이 큰 몫을 했으리라.

이날 준비된 발언을 모두 마친 뒤, 여느 정당의 선거 운동과 마찬가지로 탈시설장애인당 역시 시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러 승강장에 내려가려 했다. 하지만 휠체어들이 승강장으로 향하는 문에 몰려드는 순간, 모여있던 경찰들이 바로 그들을 방패로 막아섰다. 이들은 선전전 무리가 “일반 시민을 방해”하고 있으며 “안전에 위험이 된다”라는 말만을 반복했다. 당연히 따라오는 두 가지 질문, 장애인은 ‘일반 시민’이 아닌가? 그리고 그저 여러 명이 휠체어를 타고 플랫폼에 내려가는 것이 안전에 위험이 되는 역 구조는 정상적인가? 이런 질문을 곱씹어볼 틈도 없이 상황은 격렬해졌다. 경찰들의 방어선에 약간의 틈이 생긴 틈을 타 휠체어들이 진격했기 때문이다(휠체어들을 막고 있는 이들에는 철도경찰과 일반 경찰이 있었는데 일반 경찰 측에서 자기네들이 정가운데 있으면 보기 안 좋으니 철도경찰 측이 가운데 있게 자리를 바꾸라고 무전을 하는 과정에서 이 틈이 발생했다). 배영준 후보는 전동 휠체어를 마구 들이밀었고 그 바퀴에 피켓 하나가 갈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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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타는 곳이라 적혀 있는 유리 문 앞에 야광조끼를 입은 경찰 20명 정도가 방패를 들고 길을 막고 있고, 그 앞에서 활동가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 설명 끝.


다행히 코레일 측과 합의를 했는지 경찰의 봉쇄가 풀렸고, 선전전 일행은 승강장까지 내려가지는 못하고 승객들이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구호만 외치고 해산해야 했다. 승강장의 찬 바람 탓에 얼었던 손을 따뜻한 물에 녹이는 동안 내 귓가에는 계속해서 “이재명이 와도, 윤석열이 와도 이럴 겁니까?”하고 외치는 전장연 활동가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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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경찰 봉쇄가 풀려서 들어온 뒤 글자 순서를 맞추는 모습. 이것이 내가 처음 갔던 선전전에서 걱정했던 상황이다.


2월 9일 6차 선전전 – 무엇이 정치인을 정치인으로 만드는가


회의에서 내가 가져간 글과 사진들을 본 열음이 이번 선전전에 함께 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1시 50분에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이전까지의 선전전 중 가장 인원이 적었던 저번 5차 선전전보다도 더 적은 인원만이 와 있었고, 이제까지는 없던 테이블 하나가 마련되어 있었다. 아, 이번 선전전은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때문에 (이날 신규 확진자는 거의 5만 명에 육박했다) 현장에는 소수 인원만이 참석하고 나머지는 줌(Zoom)으로 참석하는 것이었다! 현장에 있는 후보는 이규식 후보 한 명뿐이었지만 줌 속 열기는 후끈했는데, 회의 제한 인원인 100명을 넘겨서 참석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이날은 세 번째 경선 순서인 관운(官運)을 가늠하는 사다리타기가 있는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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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으로 이뤄진 6차 선전전.

스크린도어의 출입문 사이에 책상을 설치해두고, 그 위에 있는 노트북을 활동가들이 보고 있다. 활동가들 뒤편에는 이규식 후보가 있다. 그림 설명 끝.


줌에서 후보 혹은 후보 대리자들이 순서를 선택한 뒤, 최대 15점에서 최소 7점의 점수를 얻어가는 사다리타기가 화면 공유 기능으로 생중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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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으로 실시간 중계된 사다리타기 경선 결과. 서기현 후보가 가장 높은 15점을 받아 갔다. ‘투모사’는 ‘투쟁 밖에 모르는 사람’의 줄임말으로 이규식 후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글을 쓰며 가장 곤란했던 부분은 이처럼 언뜻 보면 장난스러운 경선 과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였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정책 토론 등을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선전전이 끝나고 늦은 점심을 먹던 중 나에게도 있었던 이 물음이 열음에게 나왔을 때 내 입에서 툭 튀어나온 말은 이 탈시설장애인당이라는 기획이 일종의 ‘패러디’ 같다는 것이었다. 패러디란 일반적으로 비판/비평적 거리를 가지고 원전을 모사하거나 조롱하는 것을 의미한다(린다 허천, 1992). 탈시설장애인당이 사용하는 ‘후보’, ‘경선’과 같은 용어는 제도권 정치에서 사용하는 말과 동일하지만, 실질적인 의미는 동일할 수가 없다. 이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와 후보자들 모두 그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다만 제도권 정치가 외면하는 자리에 서서 스스로 ‘대통령 후보’를 자임하며 정치인들을 조롱 내지는 비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설명은 어딘지 석연찮다. 서두에 내가 던졌던 질문, 윤석열과 이재명, 좀 더 쳐주면 안철수와 심상정을 제외한 이들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하는 것은 왜 ‘패러디’로만 남아야 하는가.


‘패러디’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사용한 버틀러의 도움을 받아 이 난국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 버틀러는 자신의 저서 『젠더 트러블』에서 ‘젠더는 패러디’라 선언한다. 여기서 패러디는 원본에 대한 단순한 모방이나 의미전복이 아니다. 버틀러가 말하는 것은 원본이란 것은 없고 패러디만 있다는 것이다(‘진정한’ 여성, ‘진정한’ 남성 같은 것은 없다). 우리가 철석같이 원본이라고 믿고 있는 소위 여의도 정치, 제도권 정치 역시 원본 없는 모방본에 불과하다. ‘달파멸콩’ 같은 초성 놀이나 ‘어퍼컷’, ‘하이킥’ 유세, 중년 남성들의 자존심 싸움과 술자리에서의 실없는 화해는 대단한 정치적 사건으로 포장된다. 이들의 패러디는 거대한 자본과 조직력이 있기에 더 그럴싸해 보일 뿐 실질적으로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그들만의 ‘놀이’이다. 탈시설장애인당의 이런 장난 같은 경선 방식은 그것을 폭로하고 있다. 똑같은 ‘놀이’인데 왜 한쪽의 것은 신문 1면을 장식하고, 다른 한쪽은 신문 기사 한 줄 나지 않는가.[37]


하지만 동시에 버틀러는 젠더란 수행성이라고 했다. 젠더란 “양식적인 행위의 반복을 통해 시간 속에 희미하게 구성되고, 외부공간에 제도화되는(주디스 버틀러, 2006: 349)” 것이라는 말이다. ‘정치’ 역시 같은 메커니즘으로 작동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치인들이 정치인으로 호명되는 까닭은 선거 승리나 시험 통과 같은 조건보다도 그들이 그들만의 ‘양식적인 행위’를 반복하는 것에 있지 않은가.[38] 탈시설장애인당의 아홉 후보가 스스로를 ‘대통령 후보’라 부르고 ‘경선’과 ‘당원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과정은 패러디인 동시에 이들이 정말로 ‘대통령’이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39]


하지만 이런 말들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너무나 크다. 만약 전국에 5개 시도당 이상, 천 명 이상의 당원이 있어야 한다는 창당 조건이 없었다면[40] 탈시설장애인당은 이런 거창한 학자의 말 인용 같은 것 없이도 ‘진짜’ 정당일 수 있었을 테다. 또 후보 등록비는 어떤가. 대선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는 3억 원의 기탁금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내야 한다. 선거비용 역시 막대하게 드는데,[41] 국가에서 지급하는 선거보조금은 국회 의석수가 많은 정당에게만 돌아간다.[42] 이런 제도가 아니었다면 이번 경선에서 최종 승자가 된 후보는 ‘진짜’ 대통령 후보로 등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탈시설장애인당의 활동은 자신들의 ‘양식적 행위의 반복’만을 ‘진짜’ 정치로 정해놓고, 기득권이 아닌 이상 그 틀에 들어올 수 없게 하는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했다.


이제 예고된 여섯 번의 선전전이 모두 종료되었다. 1월에 공지된 바로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2월 15일부터라 14일에 최종 후보자를 발표하고 활동을 종료한다고 했었는데, 일정이 바뀌었는지 16일을 마지막으로 선전전과 행진을 진행하고 국회 앞에서 후보자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여의도까지 갔다가 돌아와서 편집회의를 하려면 시간이 빠듯하겠지만 놓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2월 16일 최종 후보자 발표 – 저쪽 세계를 이쪽 세계로


조금 황당한 전개로 이 글이 마무리가 될 것 같다. 15일에 일어나서부터 갑자기 인후통이 생겼고, 감기약을 먹고 푹 잤음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검색해보니 오미크론 변이의 초기 증상이 인후통이라는 말에 걱정이 커져 취재에 가기 전에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갔다. 그리고… 양성이 나왔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 선전전과 최종 후보자 발표는 PCR 검사를 받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페이스북 라이브로 보게 되었다. 조금 놀랐던 것은 1차 선전전 라이브와는 달리 댓글이 아주 활발하게 달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1월까지는 뜸했던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이 2월 3일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뤄지며 전장연에 대한 분노의 여론이 들끓고 있었고, 몇 명의 사람들은 지하철 시위와는 별도의 행사인 탈시설장애인당 경선 라이브에까지 찾아와 그 분노를 풀고 있었다. 그 댓글의 양상을 관찰하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으나)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 매일 같이 ‘병신’과 ‘장애’를 타인에 대한 욕설로 사용하던 이들은 댓글에서 ‘너 장애냐’라고 할 수 없었는데, 영상 속 이들이 정말로 ‘장애’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우 찾은 말이 ‘이러니 장애지’ 내지는 ‘머리까지 장애냐’ 정도였다. 어떤 이는 장애인들에게 ‘코로나와 오미크론’에 걸리라고 저주를 하고, 여기에 다른 이들이 대응하자 그들에게 ‘에이즈 임질’에 걸리라는 말로 응수했다. 코로나19 양성일 확률이 높다는 판정을 받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이런 댓글들을 보는 내 기분은 참으로 묘했다. 이런 댓글을 다는 이들은 질병과 장애를 고통과 징벌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코로나19 초기에만 해도 코로나19 역시 낙인으로 작용했고 코로나에 걸리는 것보다 그 낙인이 두려워 동선을 숨기는 사람마저 있었다.[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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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선전전 일행이 여의도역에서 국회 앞 이룸센터까지 행진 중인 모습. 전장연 페이스북 라이브 캡쳐.

활동가들이 ‘탈시설장애인당 대통령후보를 찾아라! 누구도 배제되지 않은 탈시설장애인당 거리선전전’이라 적힌 가로로 긴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설명 끝.


나는 이 댓글들을 보며 그들과 내가,―조금 건방지게 써보자면―우리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두 세계는 같은 문자 체계를 공유하지만, 진정한 ‘대화(對話)’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저쪽 세계에서 ‘장애’는 결여고, 징벌이고, 낙인이라면 이쪽 세계에서 ‘장애’는 사회로 인한 것이고, 정체성이고, 자부심이다. 하여 ‘이러니 장애지’라든지 ‘XX에 걸려라’라는 말은 아무런 타격이 없다. 저쪽 세계는 이 선전전을 보고 비웃었다. 무슨 대통령 같은 소리냐고, 초등학교 반장 선거가 더 유익하겠다고. 저쪽 세계로서는 도통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 후보’를 자처하면서도 동시에 ‘대통령 후보님들’에게 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보며 나 역시 이 일련의 선전전을 진지한 ‘정치적’ 활동이라기보다는 운동의 일환으로만 바라보았었다. 하지만 ‘정치적’인 것은 무엇인가. 청와대에서, 국회에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일어나는 일만이 ‘정치’인가? (결국 또다시 거창한 학자의 말을 가져오자면) 랑시에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런 정치 활동―집단들의 결집과 동의, 권력의 조직, 장소들 및 기능들의 분배, 이러한 분배에 대한 정당화 체계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치안(police)’이라 규정한다.[44] 치안은 어떤 활동은 가시적인 것으로, 어떤 활동은 비가시적인 것으로 만들고, 어떤 말은 ‘담론’에 속하는 것으로, 어떤 말은 ‘소음’에 속하는 것으로 알아듣게 만든다.[45] 체제 내부의 ‘공정’을 묻는 목소리는 담론에 속하는 것이 되지만, 그 체제 자체가 ‘공정’한지 묻는 것은 소음이 된다. 이것이 저쪽 세계 ‘정치’의 실체이다.


하지만 이쪽 세계로 넘어와 보자. 치안과 대비되는 ‘정치(politique)’는 치안이 감각적인 것을 나누는 방식과 단절하는 것, 다시 말해 “오직 소음만 일어났던 곳에서 담론이 들리게 하고, 소음으로만 들렸던 것을 담론으로 알아듣게 만드는 것(자크 랑시에르, 2015: 63)”이다. 치안 속에서 장애인들의 목소리는 항상 소음으로만 치부되어왔다. 하지만 이 선전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잠시라도 가만히 서서 그들의 ‘소음’ 같은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그것이 우리 사회의 폐부를 찌르는 ‘담론’임을 알게 될 것이다.[46] 고로 이 시도가 성공을 하든 못하든, 제도권 정치 진입 여부와 관계없이 탈시설장애인당은 이번 대선 국면의 그 어떤 정당보다도 ‘정치적’인 정당이다.


13. [특집] 탈시설장애인당 그림 17.jpg

열차가 도착해 스크린도어가 열려있고, 열차 안 사람들이 승강장 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의 중앙에는 탈시설장애인당 조끼를 전동휠체어에 입혀두고 헤드폰을 쓰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 있다. 그림 설명 끝.


이렇게 글을 끝내면 참 멋진 마무리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저쪽 세계를 그냥 방치해 두고 이쪽 세계로 넘어오자며 글을 끝내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치안의 세계에서는 장애인들이 대통령이 되기는커녕 대통령을 직접 뽑는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47] 그리고 저쪽 세계의 사람 중 발걸음을 멈추고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비록 ‘가짜 정당’이지만 수행성을 통해 진짜 정당, 진짜 대통령이 된다는 말, 치안과 정치를 구분하고 이들이야말로 정치를 한다는 말 다 좋지만 그렇게만 이 글을 끝낼 수는 없다. 저쪽 세계를 비웃고 이쪽 세계가 맞다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저쪽 세계를 이쪽 세계로 만들어야 한다.


이 정당의 이름 앞에 언제나 붙었던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이라는 슬로건을 다시 한번 되뇌어보자. 자본주의 국민국가가, 치안의 질서가 시설에 넣고 치워버리고 싶어 하는 존재에는 장애인만이 있지 않다. 홈리스, 이주민, HIV 감염인, 그리고 비인간동물이 그들이다. 그리고 탈시설장애인당은 단순히 장애인의 이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그 슬로건처럼 이 ‘몫 없는’ 존재들의 목소리를 규합해내고자 하는 시도였다(그것이 DxE와 빈곤사회연대가 계속해서 이 선전전에 참여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비록 이 선전전은 지하철 시위에 비해 많은 관심을 끌지도 못했고, 주최 측의 역량도 다른 시위와 농성에 더 집중된 것 같았으며, 경찰들의 과도한 존재감으로 인해 이것이 선전전이라기보다는 집회에 가깝게 느껴졌지만, 그 기획 자체는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선거의 폭풍이 가라앉기도 전인 6월에 또 지방선거가 있다. 지방선거에도 이 ‘가짜정당’의 활동은 계속된다.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가 ‘소음이 아닌 담론’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 저쪽 세계를 이쪽 세계로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당신의 당원 가입일지도 모른다.


덧, 나에게는 너무 친숙해진 탈시설장애인당 당가의 가사를 글의 에필로그 격으로 넣고 싶다. 멜로디도 좋으니 한 번씩들 들어보시라.


탈시설 장애인당

탈시설 장애인당


더 이상 죽지 않아

밖으로 나가는 거야

시설 밖으로 나와

빛나는 장애인으로

사는 거야


다 함께 살아 보자

탈시설 장애인당

그 누구도 차별 않는

탈시설 장애인당

그 어떤 정당도 이루지

못한 그 꿈을

우리가 당당히 나서서

이룩하자


편집장 상민 / poursoi0911@gmail.com



[1] 물론 여기에는 슬픈 사연이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2] 탈시설장애인당 창당… “중증장애인이 정치 주체 될 것” 선언 (2021.01.13.). 비마이너.

[3] 탈시설장애인당 창당대회의 보도자료에도 탈시설장애인당이 본선거 이전에 산화할 ‘가짜정당’,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위성정당’, 탈시설의 전선을 구축하고 장애해방을 앞당기는 ‘투쟁정당’임을 명시하고 있었으며 이후 관련 행사에서도 지속적으로 진짜 정당이 아님을 밝혔음에도 이러한 제재를 받았다.

[4] 김도현 (2019). 305.

[5] 김도현 (2007). 50.

[6] 같은 책. 51.

[7] 배경내 외 (2013). 238.

[8] 김도현 (2007). 139.

[9] 후보 시절 문재인은 장애등급제 폐지에는 동의했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가 아닌 완화만을 약속했고, 박근혜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 모두 현행 제도에서 ‘개선’할 것만을 약속했다. 그리고 대통령 당선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10] [박경석⑥] 진지를 구축하다 / 홍은전 (2021.12.03.). 비마이너.

[11] 이승기 (2017). 231.

[12] 심사기준의 자의성 역시 문제였다. 2010년 장애심사센터는 재심사대상자 중 36.7%의 등급을 하락시켰다(비마이너, 2010.10.11.).

[13] 2006년 3월 20일부터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서울시청 앞 노숙 농성이 이어지던 와중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시범운영 중이던 활동보조사업의 예산(15억 원)을 삭감했던 서울시가 7천억 원 예산을 들여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짓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분노한 장애인들이 노들섬으로 직접 ‘기어들어’ 간 것이다(홍은전, 2020: 60).

[14] 김도현 (2007).

[15] 정부의 초기 사업 방침은 소득 기준과 연령에 따라 지원대상에 제한을 두고 상한 시간은 월 80시간, 자부담 비율은 최대 20%로 설정하는 것이었다. 이에 장애계는 국가인권위를 점거하고 집단농성을 벌여 소득기준과 연령 제한을 철폐시키고 상한 시간을 180시간으로까지 늘렸다(홍세미, 2021: 312). 하지만 최대 15%, 월 최대 20만 원의 자부담은 유지되었다. 이 자부담금으로 인한 부담 때문에 활동보조지원을 받지 않기를 선택하는 장애인들도 여럿이었다.

[16] 일례로 우측편마비와 언어장애가 있었지만 탈시설 후 장애 3급 판정을 받아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던 송국현은 혼자 있던 집에서 불이 나 숨졌다. 한창 농성이 진행되던 2014년의 일이다.

[17]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면 연간 3조 원의 예산이 더 필요해진다. 평년 의료급여 예산의 40%에 육박하니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건강보험 가입자가 의료급여 수급자로 전환되어 건강보험 예산은 줄어드는 만큼 무조건 큰 부담이라고 하기만은 어렵다. 뿐만 아니라 현재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73만 명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건강이 악화되고 노동을 할 수 없게 되며 사회적 비용은 더욱 불어날 수밖에 없다(비마이너, 2022.01.17.).

[18] 2012년 10월 26일 뇌병변장애가 있던 김주영 활동가는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지 3시간 후인 새벽 2시 자신의 집에서 발생한 화재를 신고할 수는 있었지만, 홀로 이동이 불가능해 빠져나오지 못한 채 연기에 질식해 사망했다. 3일 후인 10월 29일에는 파주에서 각각 발달장애와 뇌병변장애가 있던 남매 박지우 양과 박지훈 군이 부모가 모두 출근한 사이 화재로 사망했다. 24시간 활동보조지원이 있었다면 이런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19] [홍은전 칼럼] 혜화역 엘리베이터의 유래 (2022.01.10.). 한겨레.

[20]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14조③ 시장 또는 군수는 제7조의 지방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수립할 시에 저상버스 도입 계획을 반영하고, 이에 따라 저상버스를 도입하여야 한다.

제14조④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제3항에 따라 저상버스를 도입할 경우 노선버스 운송사업자에게 예산의 범위안에서 재정지원을 하여야 한다.

[21] 국토교통부의 2020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에도 전국 보급률은 27.8%로 5%가량만이 증가했다. 이 정도 속도라면 법 개정 없이 보급률 100%에 이르려면 40년도 더 걸렸을 것이다.

[22] 홍현근 (2018). 14.

[23] 차령(車齡)이 만료되거나 운행 거리를 초과한 차량 등을 다른 차량으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4조②).

[24] 지난 2월 17일 대법원은 2014년 제기된 관련 소송에 대해 장애인들이 “모든 광역·시외버스 이용할 현실적 개연성이 없다”며 국가, 지자체, 버스회사 모두 이를 시정할 의무가 없다는, 장애인 시외이동권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25] ‘1역 1동선’은 휠체어 사용자가 지하철역 출구(지상)에서부터 대합실, 승강장까지 별도의 도움 없이 혼자서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이 한 역사에 하나는 있다는 말이다.

[26] 서울지하철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 생긴다…올해 10곳 신설 (2022.01.28.). 내 손안에 서울.

[27] [박경석⑤] 차별에 저항하라 / 홍은전 (2021.12.02.). 비마이너.

[28] 2017년 발표된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종단연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시설 후 지역사회에서 거주 중인 장애인 중 6.5%는 거의 외출하지 않고, 8.7%는 월 3회 이내로 외출한다고 답변했다. 거의 매일 외출한다고 답변한 비율도 47.8%에 이르기는 하지만, 장애인의 경우 외출을 하더라도 전체 이동 시간이 10분 미만인 경우가 절반에 가까이 된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이유신, 2019: 110) 비장애인과 같이 잦은 빈도로 자유롭게 외출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9] 김도현 (2019). 351-352.

[30] 이규식 후보의 하루 일정을 따라간 《한국일보》의 기사 「1999년 혜화역 리프트에서 추락했던 장애인, 그의 싸움은 계속된다」를 참고했다. 일독을 권한다.

[31] 장애인들, 경제성장 자랑하는 기재부에 “OECD 평균 예산 보장하라” (2021.07.28.). 비마이너.

[32] 활동지원 예산(이하 ‘예산’ 생략) 1조 7,405억 원(이하 ‘원’ 생략), 발달장애인 지원 2,006억, 장애인연금 8,326억, 장애인 일자리 1,832억, 장애아동 가족지원 1,492억,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운영 지원 24억 그리고 탈시설 지원 22억을 합친 금액이다.

[33] 이 로드맵 자체도 ‘탈시설’이 아닌 ‘시설 쪼개기’에 가까운 것이었다. 하지만 “작은 시설도 시설”이다. 자세한 내용은 전근배 대전장차연 정책국장의 글 「‘탈시설로드맵’, 문재인 정부의 선진국 흉내 내기」(2021.08.10., 비마이너)를 참고하라.

[34] 전장연 활동가들은 지난 12월 8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의 일정에 기습적으로 찾아가 탈시설지원법안, 장애인권리보장법안, 장애인평생교육법안의 제정과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의 연내 통과에 힘을 실어줄 것을 부탁했고, 윤석열이 그 자리에서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그 다음 주 중 국토교통위원회 소위를 여는 것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그 소위에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35] 전장연은 지난 12월 3, 20, 31일 그리고 2월 1일 마포구에 위치한 홍남기의 자택 앞에서도 항의 시위를 벌였으나 언론에는 지하철 시위만 부각되어 보도되었다.

[36] 홍남기의 기재부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재난지원금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에 있어 항상 국회 안보다 규모를 줄일 것을 주장해 상당수 관철시켰으며, 이번 대통령이 신속한 처리를 당부한 2월 추경 문제에서도 여야는 물론 국무총리의 증액 요구마저 거부하며 시간을 끌었고 결국 35조, 50조까지 이야기가 나왔던 올해 1차 추경은 16.9조 원 선에서 의결되었다.

[37] 첫 번째 선전전이 있던 1월 6일부터 최종 후보자 선출이 있었던 2월 16일까지 탈시설장애인당을 단독으로 다룬 기사를 낸 언론은 《비마이너》와 《에이블뉴스》 그리고 EBS 뉴스뿐이다.

[38] 국회의원 선거에서 마이너스 3선을 달성한 모 당대표도 ‘정치인’이 줄곧 그의 직업이었다.

[39] 버틀러는 인간을 언어적 존재로 보고 언어에는 행위를 수행하는 힘이 있고, 그 언어적 수행력이 인간을 구성하기도 한다고 보았다(조현준, 2014: 44).

[40] 정당 등록기준이 당원 2명 이상인 영국, 정당 등록제도가 아예 없는 프랑스 등과 비교되는 법 조항일뿐더러 헌법 제8조 1항에서 말하는 정당설립의 자유를 해친다는 지적 역시 꾸준히 나오고 있다.

[41] 심지어 장애인 후보는 선거비용이 추가로 나간다. 이번 종로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정의당 배복주는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세차량에 승객용도 아닌 화물용 리프트를 설치하는 데에만 500만 원이 더 들었음을 밝힌 바 있다.

[42] 게다가 득표율이 15%가 넘어야만 기탁금과 선거비용 전액을 돌려주는데 이는 사실상 거대양당은 세금으로, 나머지 정당은 후원금으로 선거를 치르는 제도이다.

[43] 조금은 본문의 흐름에서 벗어난 얘기인지라 각주로 달자면, 장애인 시설은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온상이었다. 국내 첫 코로나19 사망자는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나왔으며(수용되어 있던 104명 중 102명이 감염되었으며 7명이 사망했다), 이후에도 장애인 수용시설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칠곡 밀알사랑의집, 여주 라파엘의 집, 경산 성락원 등). 그날 거리에 나와있던 이들도 그들의 생애 궤적이 조금만 달랐더라면 시설에 갇혀 코로나19로 진작 사망했을지도 모른다.

[44] 랑시에르 (2015). 61.

[45] 같은 책. 63.

[46] 물론 이 비유조차도 너무 비장애인 중심적인 비유일지도 모르겠다.

[47] 공보물이나 토론 중계에 있어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는 극히 부족한 수준이며 점자 공약집에서 오타가 다량으로 발견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또한 각 후보자가 잘 구분이 되지 않고 칸이 너무 좁은 투표용지는 발달장애인들의 투표를 어렵게 만들며, 계단이나 문턱 등으로 인해 이동권을 침해하는 투표소들 역시 산재해 있다.


참고문헌

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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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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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 2022. 1. 28.] [법률 제18346호, 2021. 7. 27., 일부개정]


논문 및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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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선 (2009). 정당설립의 자유와 정당의 등록요건 - 정당법 제25조 등 위헌확인 결정에 대한 판례평석. 한림법학 FORUM 20, 67-84.

홍현근 (2018).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 정책현황. 월간교통,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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