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편집위원 카이
주거 문제가 이슈다. 주거 정책과 그에 대한 반응에 따라 각 정부의 지지도는 유의미하게 달라져 왔으며, 최근 제20대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에도 주거는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이재명은 “민주당이 여러분께 부동산 때문에 고생시킨 것 알고 있다.”라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주거-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언급했다. 다른 후보들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하고, 그에 대한 대안공약을 내세우며 표를 호소했다. 대선토론에서는 부동산 문제의 해법으로 공급확대, 금융제재 완화가 이야기되고 LTV[1], DSR[2]같은 전문적인 용어까지 등장했다.
주거 문제는 중요하다. 누구에게나 뉠 곳은 필요하고, 그 공간의 유무는 삶을 이어가는 데 있어 크든 작든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정부가 주거 정책과 방향성을 어떻게 제시하는지 면밀히 살펴 나의 한 표를 행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대선토론을 보고서도 누구에게 표를 주는 것이 맞을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부동산 대출 규제와 관련한 기존의 정책을 완화해야 마땅한지에 대해 설전을 벌이는 대선 후보들의 모습을 보니, 이미 고구마를 한껏 입에 머금고 있는데 고구마 덩어리를 더 욱여넣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안 그래도 학자금 대출에 의존해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규제를 풀어줄 테니 억대에 달하는 집을 사기 위한 목적의 대출을 하라니. 불과 몇십 분 전의 내가 무엇을 기대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화면을 껐다.
주거 문제는 어렵다. 정치권은 그 어려운 것을 해결하라는 절실한 뜻이 담긴 소중한 표를 받아 유지되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고민을 멈출 수도 없고, 멈추고 싶지 않다. 대출 제도가 어떻고, 집값이 어떻고 하는 내용을 보며 매번 복잡하고 어렵다는 생각으로 피하기만 했기에, 이번엔 우선 나와 가장 밀접한 곳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주거 문제의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시점이 언제인지를 되돌아보았고, 대학 입학 후 약 1년간 기숙사 생활을 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나, 그리고 고향을 떠나온 수많은 대학생에게 기숙사는 주거 문제를 이야기할 때에 빠질 수 없는 내용이다. 신입생 시절 나는 운이 좋게도 입사 요건을 충족해 ‘구관’이라고 불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학생동에서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민자기숙사인 ‘신관’, 즉 프런티어관에 입사한 동기들은 나의 두 배에 달하는 기숙사비를 내야 했으며 기숙사에 입사하지 못한 동기들은 왕복 4시간에 달하는 거리를 통학했고, 막대한 보증금과 월세를 내며 캠퍼스 인근 원룸에서 자취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 학생사회는 이를 공론화하고 해결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고 학생회는 비대위 체제가 지속되면서 그 운동은 동력을 잃었다. 다시 일상으로의 회복이 시작되고 대면수업이 재개되려는 지금,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전혀 새롭지 않은 이야기일지라도, 이 글을 계기로 주거 문제와 관련한 학내 공론장이 조금이나마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안암학사의 현황은 기숙사 존재 의의에 부합하는가
대학은 학생에게 충분한 기회와 여건을 제공하여 학문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교육기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대학은 학생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의무가 있으며, 기숙사는 교육 여건의 요소로 평가된다. 대학생은 학문을 탐구하고 각종 대내외 활동을 이어나가야 하지만 금전적인 이유로 이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장학금 제도가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 등록금, 생활비, 활동비와 같은 학생의 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학업과 자기계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기능을 하듯, 기숙사는 주거 문제에 대한 지원으로 이 기능을 담당한다.
구성원이 각자의 이유로 겪는 공간 문제가 해소될 수 있도록 다양한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기숙사는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약 2년 간의 비대면 기간 동안 오히려 공간과 대면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대학은 단순히 학위를 사고파는 곳도 공부’만’ 하는 곳도 아니며,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수 등 다양한 관계와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적어도) 지금의 비대면 만남은 개개인을 밀접하게 연결하기에 충분하지 않았고, 이전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캠퍼스라는 공간에서의 만남이 더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대학은 이 모든 의미가 실현되는 공간을 충분히 제공해야 하며, 모든 구성원이 그 공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기숙사는 주거난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캠퍼스에 대한 접근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안암학사(安岩學舍)는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 출신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주거환경과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사감장 이하 사감, 관계직원, 사감보·사생회가 구성되어 있어 원활한 학사생활을 돕고 있으며 방학 중에는 자기계발과 계절학기 수강에 도움이 되도록 사생의 잔류를 연장 허가하고 있다.
- 고려대학교 안암학사 소개글 (출처: 고려대학교 홈페이지)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이하 본교)는 ‘안암학사‘라는 이름으로 직영기숙사와 민자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3] 직영기숙사는 학교가 직접 운영하는 기숙사로, 크게 한국 국적 학부/대학원생들을 위한 학생동과 일부 행정고시 준비생을 위한 호실,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호실이 있다. 민자기숙사는 민간자본을 지원받아 건립되는데, 안암학사에는 2011년 준공된 프런티어관이 있다. 그 외에도 체육위원회 연수관, 한국장학재단 행복기숙사가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주거환경과 편의시설을 제공’한다는 안암학사는 기숙사가 지닌 본래의 의미와 중요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우선 절대적인 기숙사 호실 수가 부족한 탓에 학생 다수가 기숙사에 입사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구성원의 주거 문제 완화라는 의미가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숙사 비용도 문제다. 직영기숙사는 월 20만 원 정도의 기숙사비를 책정하고 있는 반면, 민자기숙사인 프런티어관 2인실의 경우 인당 월 4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캠퍼스 인근 월세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학생들의 주거 비용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기숙사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한다.
부족한 호실, 지나친 기숙사비
본교 재학생 총 26,232명(2021년 대학알리미 공시 기준) 중 안암학사가 수용 가능한 인원은 3,205명으로, 따라서 최대 수용률은 12%이다. 이는 국내 4년제 대학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인 23%보다 현저히 낮다. 특수목적대학을 제외한 대학 중 본교와 비슷한 규모[4]인 서울의 사립/국립 대학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의 경우 36%로 평균을 10% 넘게 웃돌았으며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25.3%, 이화여자대학교 21.7%, 성균관대학교 21.2%,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18.9%의 수용률을 보였다.
2021년 본교 신규 입학자 4,551명 중 서울 외 지역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3,156명으로 전체의 약 70%에 해당한다. 즉, 현재 기숙사 수용률은 비서울 지역 출신 학생 중 신규 입학자만을 겨우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비서울 지역 출신 학생 중 신규 입학자가 아닌 학생과 서울/경기권 출신 학생들은 기숙사 입사 자체가 어렵다. 실제로 안암학사는 신규 입학자 중에서 출신 지역과 본교의 거리를 기준으로 입사자를 선발하며, 입사자의 학년을 2학년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3학년 이상 학부생의 경우에는 사생회 활동과 성적을 바탕으로 극히 일부만을 선발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 주도의 기숙사 신축을 통해 호실 수를 늘리는 일이 우선시되어야 한다.[5] 물론 노후화된 기존 건물을 개보수하여 새로운 호실을 마련하거나, 기존 호실에 배정되는 학생 수를 늘리는 방안도 있다. 실제로 본교의 경우 낙후된 교원기숙사인 IFH(International Faculty House)를 철거하여 대학원생들을 우선 수용하는 학생동을 신설했고, 이에 따라 2020년 공시 기준 수용 가능 인원이 2,851명에서 2021년 기준 3,205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공사 기간 동안의 수용 문제가 발생하기에 한계가 따른다. 이미 다수의 학생이 거주하고 있는 기존 직영 기숙사 학생동을 공사하게 되면 그 기간 동안 임시로 학생들을 수용할 공간은 마련되기 어려울 것이다. 기존 호실에 배정되는 학생 수를 늘리는 방안 역시 한계가 있다. 건축 과정에서 배정될 인원수를 기준으로 각 호실의 공간이 만들어졌기에, 쉽사리 호실 별 인원을 늘리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기존 공간에 대한 활용도 충분히 고려하되, 궁극적으로는 기숙사 신축을 통해 호실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앞서 잠시 언급된 프런티어관의 높은 기숙사비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월 40만 원에 달하는 프런티어관의 기숙사비는 기숙사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본교 인근 원룸의 월평균 월세가(보증금 1천만 원 기준)는 2019년 43~45만 원, 2020년 40~44만 원 선이다. 물론 월세 주거와 비교했을 때, 기숙사는 보증금을 낼 필요가 없지만 매달 평균 월세가와 비슷한 금액의 기숙사비를 납부해야 한다. 학기당 356만 원에서 620만 원에 달하는 본교 등록금까지 함께 고려하면, 안 그래도 막대한 비용에 주거를 위한 비용까지 더해져 학생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이 지속된다.[6]
안암학사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민자기숙사도 비슷한 실정이다. 2006년 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140억 원을 지원받아 건국대학교가 쿨하우스(KU:L HOUSE)를 개관한 것이 민자기숙사의 시작이며, 그 외 연세대학교에 SK국제학사, 한양대학교에 스마트빌이 있다. 앞서 언급한 본교의 프런티어관의 경우처럼 이들 기숙사의 기숙사비는 캠퍼스 인근 평균 원룸 월세 비용보다 높거나 비슷한 금액으로 책정된다. 한 달 기준 건국대학교 약 62만 원, 연세대학교 약 65만 원, 한양대학교 약 70만 원인데 반해, 인근 평균 월세가는 40-50만 원 선이다. 이는 민자기숙사의 높은 기숙사비 문제가 단순히 본교만의 문제가 아닌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본교의 높은 기숙사비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민자기숙사의 구조 자체에 대해서도 분석이 필요하다.
“맘편히 ‘뉠 곳’을 달라”, 기숙사 신축과 합리적인 기숙사비 책정 요구
절대적으로 낮은 기숙사 수용률, 민자기숙사의 높은 기숙사비는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일 뿐만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사안이다. 코로나19 등의 요인으로 당장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대학생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는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목소리 내는 것은 중요하다.
본교가 기숙사 신축 계획을 발표하고 토지의 용도 변경을 신청하면서 2013년경에 그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나, 지금까지도 마땅히 이뤄진 바가 없다. 본교와 기숙사 수용률이 비슷한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도 2015년에 기숙사 신축을 발표했으나, 인근 주민들이 생존권 위협을 이유로 반대하여 빈번히 미뤄졌다. 이 외에 동덕여자대학교, 홍익대학교에서도 유사한 배경으로 기숙사 신축이 지연되었다. 아무리 기숙사가 공공성을 가지고 있고, 이를 학교 사유지 내에 짓는다고 할지라도, 주민들의 반대가 존재하거나 지자체의 승인이 없을 경우에는 기숙사 신축이 어려운 것이다.
본교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본교는 개운산근린공원 중 학교 소유 부지에 기숙사를 신축하는 계획안을 추진해왔다. 해당 부지의 개운산근린공원이 사라질 경우 발생하는 환경 파괴를 이유로 주민들이 반대하자, 학교 측은 지역주민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체육시설을 보장하고 훼손된 녹지와 산림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안을 내놓았다. 인근 원룸의 공실률 상승과 월세가 하락 우려에 따른 반대도 잇따랐다. 본교를 관할하는 성북구청은 이러한 여론을 따라 신축안 승인을 거부했다. 이후 빈번히 지연되었고 본교가 새로운 안을 내놓기를 반복했지만, 진전은 없었다.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구청은 주민들의 의견을 따랐고 이에 따라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했다. 학생들은 분명 학교와 그 인근에서 생활해야 하고 구의 여러 정책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음에도, 대다수가 행정적으로 주민이 아니다. 그러한 점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학생회나 기타 단위를 통한 여론의 수렴 및 표출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기숙사 신축을 위한 우리들의 움직임: 도토리 프로젝트’[7] 운동의 일환으로 기숙사 신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 기자회견 개최, 탄원서 제출을 진행했다. 2018년에는 기숙사 신축 요구를 위한 ‘뉠 곳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현재는 신축에 대한 논의와 공론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기숙사의 문제는 지속되고 있고 이는 학생들의 삶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학생사회가 더욱 주도적으로 공론화를 시작하고 이전의 과정들을 참고해 지속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그림 1] 2018년 당시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에 이뤄진 ‘기숙사 신축을 위한 뉠 곳 행진’ 포스터
출처: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KUStudentUnion/posts/1805048746226498)
한편, 주민들과의 갈등을 묵인하고 회피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주도하여 상충하는 의견을 조율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방식을 고민해야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학교의 사례를 참고해볼 수 있겠다. 앞서 언급한 한양대학교의 경우, 본교와 비슷한 맥락으로 주민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최근 성동구청-인근 지역주민과 협의하여 해결책을 도출해냈다. 성동구가 원룸을 운영하는 인근 주민들에게 예산 지원을 제공하며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내고, 이를 통해 한양대학교는 1,200명 규모의 기숙사 신축을 승인 받았다. 이에 더해 한양대학교-성동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상생협약‘을 맺고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반값 원룸’ 상생학사를 제공하는 방안 역시 추진하기도 했다.
[그림 2] 2016년 2월 11일 연세대·고려대·건국대 민자기숙사 정보공개청구소송 제기에 관한 기자회견 현장 모습
©시민사회신문
기숙사 신축을 통해 호실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저렴하고 합리적인 기숙사비를 책정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 민자기숙사에 대한 ‘설립 및 운영의 적정성 감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합리적인 기숙사비를 요구하는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2016년 2월, 본교 총학생회가 민달팽이유니온, 시민단체와 함께 ‘민자기숙사의 주요 운용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공익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해당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고, 비록 전체 내역은 아니지만 기숙사비가 책정되는 구조의 일부가 공개되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기숙사를 관리 및 운영하는데 사용되는 금액은 월 기숙사비의 20% 수준인 8만 원이고, 나머지 80%인 32만 원은 ‘건축비 원금 상환’과 ‘이자 비용‘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구조를 요약하자면 대학이 건축에 사용해야 할 적립금을 아끼고 해당 기숙사를 건립한 민간자본은 수익을 내는 한편, 건축과 유지에 대한 재정 부담은 학생이 지게 되는 방식이다.
이렇듯 학생에게 부담을 요구하는 기숙사비 책정 방식을 공론화하고, 더욱 적극적인 공개 정보와 구조 개편을 요구해야 한다. 대학과 민간자본이 수익성을 좇느라 오히려 학생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구조는 명백히 부당할 뿐만 아니라, 기숙사의 본래 의미와 대학의 공공성을 퇴색시킨다. 따라서 학생사회에서는 이익의 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민자기숙사의 실체에 대한 공론화를 시작으로 다른 학교나 시민단체 등과 연대하여 법과 제도의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 또한 본교가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적립금에 대한 투명성 제고를 요구하고, 학생들을 위한 주거지원에 보다 많은 재정적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맺으며
대학 기숙사 의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이래로 대학이 운영하는 기숙사 외에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기숙사와 사회적 주택 등의 대안도 제시되었다. 이 글이 학내의 사안에 집중해 대학 내 기숙사를 중점적으로 다뤘지만, 그러한 대안적인 공동 주거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본교와는 다른 상황으로 인해 소멸 위기에 처한 각 대학의 문제는 다를 것이다. 학내 공론장에서 더 나아가 타 대학과의 연대를 통해 대학생 전체의 주거 이슈에 대해 목소리 낼 필요도 있다.
궁극적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과 공간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한국 사회 주거 문제의 핵심은 집이라는 ‘사는(live)’ 공간이 ‘사는(buy)’ 것이 되어버린 지점에 있다. 더욱이 그 집을 사고 팔고, 빌리고 빌려주는 시장은 집을 필요로 하는 자가 아닌 집을 공급하는 자의 주도로 돌아간다. 사실 이 글에서 언급한 기숙사 신축과 호실 확대는 공급을 중시하는 시장의 구조와 사고방식을 반복하는 방안이다. 민자기숙사비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에 대한 방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공론장이 사라진 지금의 학내에서 ‘뉠 곳’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으면 좋겠다는,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르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다. 이 글이 비록 많은 것을 담지도 못했고 다소 낡아버린 이야기를 꺼냈지만, 대학생의 뉠 곳은 너무나도 부족하고 지금 당장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분명 존재한다. 오랜 기간 목소리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지만, 이야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편집위원 카이 / x_chi@naver.com
[1] Loan to value ratio. 주택을 담보로 대출할 때,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의) 자산 중 자산가치로 인정되는 비율을 말한다.
[2]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의) 소득 대비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을 말한다.
[3] 흔히 비교적 오래된 직영기숙사를 ‘구관’, 그에 비해 신축인 민자기숙사를 ‘신관’이라고 부른다.
[4] 재학생이 18,000-25,000명인 대학.
[5] 각 대학이 재학생 위한 다양한 여견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우선적으로 대학이 운영하는 기숙사를 확충하고 그 이후에 공공부문 기숙사를 늘리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6] 기숙사비로만 학기당 160만 원을 부담해야한다. 인문계열 학생이 한 학기에 평균적으로 납부하는 356만 원 기준으로 단순 등록금과 기숙사비만 고려했을 때 학기당 총 516만 원이 필요하다.
[7] 기숙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 ‘도미토리(dormitory)’에서 ‘미’를 빼, 기숙사에 내가 살 곳이 없다는 의미로 ‘도토리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정해졌다.
참고문헌
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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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 (2020.11.12.). 10월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 4개월 째 하락세 - 다방 10월 임대 시세 리포트 [브런치]. 접속일 2022.03.01.. Retrieved from https://brunch.co.kr/@dabang/121
민달팽이유니온 (2015.05.19.). [2015 기숙사활동 연재-2] 고려대 개운산 신축 기숙사. 접속일 2022.02.28.. Retrieved from https://minsnailunion.tistory.com/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