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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시선] 편집위원 석규

2024년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이 승리를 거두었다.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전국에서 48.3%를 득표하여 선거인단의 42%인 226명을 확보했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전국에서 49.8%를 득표하여 선거인단의 58%인 312명을 확보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뒤늦은 대선 후보 사퇴로 경선도 거치지 못한 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추대된 카멀라 해리스는 이른바 ‘블루 스테이트’로 불리던 민주당 우세 지역 캘리포니아주, 일리노이주 등에서도 전통적인 지지층을 놓치며 ‘2000년대 이후 민주당 대선 후보 중 가장 적은 선거인단을 획득한 후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이러한 민주당의 약세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인플레이션,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대한 우유부단한 태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피로감 등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 2024년 7월, 도널드 트럼프가 유세 중 피습을 당한 직후 피를 흘리며 주먹을 치켜세워보이는 암살 시도 사건이 있었다. 선거에 끼친 영향은 여전히 평가하기 어려우나, 트럼프에게 유리한 사건이었음은 분명하다. 이어 트럼프는 토론회에서 “고양이를 먹는 이민자들” 등의 막말을 쏟아내기도 하며[1] 여론조사에서 또다시 불리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그랬듯 여론조사를 뒤집고 과반의 선거인단을 획득하며,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후 4년만에 대통령으로 복귀하였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등을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빠르게 그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주요 요직에 지명했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폭스뉴스 출신 인사 피트 헤그세그, 숀 더피, 마이크 허커비, 털시 개버드를 각각 국방부 장관, 교통부 장관, 주이스라엘 대사, 국가안보국DNI 국장으로 지명했고, 자신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내놓은 기업가인 일론 머스크와 비벡 라마스와미는 정부효율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수장에 지명했다. 트럼프 1기 임기 중 탄핵 심판 변호인이었던 팸 본디는 법무부 장관에,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과 기밀문서 유출 사건의 개인 변호인이었던 토드 블랜치는 법무부 차관에 지명했다. 자신의 사돈들을 주프랑스 대사와 중동 및 아랍 문제 담당 선임 고문에 지명하는 등 족벌 정치까지 숨기지 않았다.[2]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트럼프는 2020년 대통령 선거 당시 자신이 패배한 이후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국회의사당에서 폭동을 일으켜 중형을 선고받은 1,500여 명을 사면했다. 이 과정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은 엔리케 타리오 등 중범죄자까지 무차별적으로 사면하여 논란이 일었다. 취임식 당일 곧바로 파리기후변화협정과 국제보건기구 탈퇴를 선언했고 유엔 국제난민기구 역시 탈퇴했다. 철강, 자동차 등 수입 품목에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 발표했고, 특히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와 캐나다, 오랜 무역 분쟁의 대상이었던 중국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3]

트럼프는 주권국가인 캐나다와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 병합, 파나마에게 반환한 파나마 운하에 대한 지배권 회복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SNS 게시글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고 칭하는가 하면, 캐나다를 경제적으로 굴복시킬 것이라 공언하고,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는 군사적 수단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4] 1월 7일부터는 멕시코 만을 ‘미국 만’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2월 4일에는 전쟁범죄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가자지구를 ‘영유’하여 팔레스타인인을 주변 중동국가로 추방하고 휴양지로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5]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선거운동 내내 함께한 일론 머스크 역시 주목받고 있다. 공공연하게 정부와 자신의 기업 간 유착을 공언하던 그는 자신의 극우적 성향조차 숨기지 않고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에서 연설을 마친 뒤 손을 가슴에 댔다가 45도 각도로 펴는 ‘나치식 경례’를 당당하게 선보였다.[6] 자신이 직접 정부효율부의 수장으로 취임한 그는 연방 지출을 5천억 달러 이상 삭감하겠다 공언하며 국제개발처와 연방교육부의 폐지를 발표했다. 국가핵안보국에도 핵무기 감독관 300명을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하는 등 거침없이 칼을 휘둘렀지만, 이후 뒤늦게 이들의 업무를 파악해 다시 복직을 위해 연락을 시도하기도 했다. 예산 사용 내역 공개를 명분으로 국가정찰국의 기밀 사항까지 인터넷에 공개해버리는 등 혼란을 자초하고 있는 상황이다.[7]

트럼프 행정부의 급진적인 정책과 인사 기용은 미국 내외에서 극명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의 강경한 보호무역 조치는 글로벌 경제 질서에 충격을 주고 있으며, 캐나다와 영국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과의 외교적 마찰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트럼프 지지층은 이러한 움직임을 ‘미국의 주권 회복’이라 평가하며 더욱 결집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 개혁 또한 실책과 논란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과 전 세계를 휩쓸 그의 극우적 행보가 미국과 세계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평가일 것이다.


편집위원 석규 | ksk030306@gmail.com


[1] 트럼프, 5분 더 말했지만…“개·고양이 잡아먹는 이민자” 황당 발언도 (2024.09.11.). 경향신문.

[2] 인선 완료된 트럼프 2기 내각…충성파·관세 옹호 등 특징 (2024.11.24.). 경향신문.

[3] 트럼프의 관세전쟁…왜 동맹부터 먼저 때리나 (2025.02.04.). 한겨레.

[4] 트럼프 2기 일성 "영토확장"…유독 캐나다·그린란드 '눈독' 왜 (2025.01.07.). 중앙일보.

[5] 트럼프 “가자지구 돈으로 살 필요 없다, 미국이 가질 것” (2025.02.12.). 경향신문

[6] 머스크, 나치식 경례로 트럼프 찬사…“충격적 행동” (2025.01.22.). 한겨레.

[7] 머스크 칼날에 핵무기 감독관 공백…복직시키려해도 연락 안돼 (2025.02.16.). 연합뉴스.



참고문헌

기사 및 온라인 자료

강태화 (2025.01.07.). 트럼프 2기 일성 "영토확장"…유독 캐나다·그린란드 '눈독' 왜. 중앙일보. Retrieved from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5729

김서영 (2024.09.11.). 트럼프, 5분 더 말했지만…“개·고양이 잡아먹는 이민자” 황당 발언도. 경향신문. Retrieved from https://m.khan.co.kr/article/202409112101035/amp

김유진 (2024.11.24.). 인선 완료된 트럼프 2기 내각…충성파·관세 옹호 등 특징. 경향신문. Retrieved from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241641001

임화섭 (2025.02.16.). 머스크 칼날에 핵무기 감독관 공백…복직시키려해도 연락 안돼. 연합뉴스. Retrieved from https://www.yna.co.kr/view/AKR20250216014600009

정의길 (2025.02.04.). 트럼프의 관세전쟁…왜 동맹부터 먼저 때리나. 한겨레. Retrieved from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80607.html

최우리 (2025.01.22.). 머스크, 나치식 경례로 트럼프 찬사…“충격적 행동”. 한겨레. Retrieved from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178952.html

최혜린 (2025.02.12.). 트럼프 “가자지구 돈으로 살 필요 없다, 미국이 가질 것”. 경향신문. Retrieved from https://www.khan.co.kr/article/20250212082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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