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윤석열'] 편집위원 서연
어떤 노동은 숭고하고 어떤 노동은 천시받는다. 윤석열 정부에서의 2년은 이 말을 가장 잘 체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다. 계엄 후를 이야기할 것도 없이, 그저 윤석열의 당선 이후 노동은 자주—대한민국의 대다수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천시받는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년간 노동 개혁이란 이름으로 사용자의 이익만을 도모해 왔다. 그가 말한 노동 정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는 3년 동안 노동조합을 악마화했고,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감을 보편적인 정서로 만들었다.
당선인 시절, 윤석열은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겠다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윤석열 정부로부터 시작된 노동자, 노동조합 혐오는 우리 사회를 얼마나 망가뜨리고 있을까.
1. 윤석열, 노란봉투법을 거부하다
2024년 8월, 정부는 ‘노란봉투법’이라 불린 「노동조합법·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발동했다. 거부권 행사로 노란봉투법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되었다. 즉, 대통령의 권한으로 국회에서 투표를 마친 법안을 ‘거부’ 했다는 뜻이다.
노란봉투법은 현행 「노동조합법·노동관계조정법」 2조와 3조를 개정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함으로써, 노동자 및 노동조합의 정당한 권리 투쟁을 보호하고, 원청 사업주에게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 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를 부여하여 이에 불응할 시 책임 소재를 물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현행 노조법 2조의 2항과 5항을 수정하는 것, 그리고 3조에 두 가지 항을 추가하는 것이 개정안의 주된 수정 사항이다.
우선 현행 노조법 2조 2항의 ‘사용자’의 용례를 확대한다. 사용자를 ‘원청’에 해당하는 사업주 혹은 사업의 경영 담당자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법률적으로 사용자로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주로 원청-하청의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하청 노동자들이 근무조건에 관해 주장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도, 원청은 이들의 주장을 들어줄 의무와 책임이 없다.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것은 ‘원청’이지만 그들은 ‘하청’ 업체 소속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허점을 개선하고자 개정하기로 한 법률이 윤석열이 ‘거부’한 노란봉투법이다.
또, 현행 노조법 3조에는 ‘이 법에 의한 파업’으로 기업이 손해를 입는다면, 노동조합이나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음이 명시되어 있지만, 사실상 재판에서는 이 조항이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가 되고 있다. 파업의 기본 골자는 생산 활동을 멈추어 기업에 타격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에 의한 파업’, 즉 합법적인 파업이 아님을 증명해 내어 근로자의 쟁의활동이 ‘불법 파업’이 되었을 때, 법원은 ‘불법 파업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현행 노조법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보호한다기보다, 기업의 손해배상 근거를 마련해주고 있는 것이다.
원청-하청을 구조로 하는 우리나라의 시장에서는 대법원이 요구하는 ‘합법적인 파업’—즉, 주체, 목적, 절차, 수단과 방법 측면에서 정당한—파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주체는 이들을 고용하는 원청의 사용자이지만,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원청업체의 사용주에게 협상을 요구할 수도, 파업을 신청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법률상 하청업체의 근로자들은 하청업체의 사용주이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에서 원청에 대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파업은 ‘불법 파업’이 되고 만다. 더하여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파업에서 사업장에 피해가 발생하면, 파업에 동참한 근로자들이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
노란봉투법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13년의 소송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당시 파업에 참여했던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해 회사와 경찰은 47억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고, 2013년 회사와 경찰 측이 승소하면서 노동자들은 빚을 떠안게 되었다. 이에 시민 배춘환 씨가 노란 봉투에 4만 7천 원을 담아 《시사IN》에 보냈다. 시민들의 연대를 통해 노동자들이 떠안게 된 손해배상액을 함께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그렇게 2014년, 노란봉투법 캠페인이 출범한 후 약 14억 7천만 원의 성금이 모였다. 시민단체의 연대는 손해배상액 일부를 모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노동조합법 개정 논의로 나아갔다.
노동조합법이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보호하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계를 걸고 권리를 투쟁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쌍용자동차 노동자 중 30여 명이 손해배상의 고통으로 목숨을 잃었다. 노동은 삶의 밖도 아니고 안도 아닌, ‘삶’ 그 자체이다. 노동하지 않으면 인간은 살아갈 수 없지만, 노동하기 때문에 인간은 죽을 위험에 처한다. 노란 봉투법은 약자의 위치에 놓인 노동자가 생계를 걸지 않고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법률이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그러나 기업이 노동자의 말을 경청하지 않을 때, 세계에 이 부조리함을 외칠 수 있도록 법으로서 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 일부 보수 언론들은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을 용인하며, 노동조합이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법률로 입법하려는 것이라는 인식을 퍼뜨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란봉투법을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법안[1]”이라고 주장했고 《조선일보》는 노란봉투법이 “노조가 불법을 저질러도 손해 배상을 면제해주는 내용[2]”이라고 표현했다. 국민의 힘은 노란봉투법이 사회를 혼란하게 할 것이라고 말하며 법안 표결에 불참하였다.[3]
그러나 묻고 싶다. 이 법은 실질적인 손해배상 가압류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이다. 더불어, 노란봉투법은 폭력을 용인케 하는 조항이 없다. 그저 정당한 파업일 경우,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주 골자인 법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권리를 정교하게 보완하고,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을 돕겠다는 것이 어떻게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며, 불법을 행사하는 한 개인을 법 위의 군림자로 만드는 것인가?
원청의 책임을 강조하는 법률인 만큼, 경영계의 반발 역시 존재했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임을 생각해 봤을 때, 정말 국민을 생각한다면, 국회는 ‘노동자’인 국민의 편에 더 가까이 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노란봉투법 입법을 둘러싸고 생기는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노동조합이 특혜를 받는다는 주장, 혹은 노동조합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언론 플레이와 발언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위축시킨다. 결국 노동자의 쟁의 권리를 점점 앗아간다.
2. 윤석열, 노동조합을 억압하다
윤석열 정부가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표면적인 ‘거부’이자 ‘무시’다. 그리고 윤석열은 큰 틀에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해왔다.
윤석열 정부는 당선 이후 1년을 ‘노동정책 원칙을 바로 세우는 기간’이라고 명명했지만, 사실상 이 시기는 대한민국의 노동권이 훼손당한 기간에 불과했다. 유엔 자유 인권 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낙인찍기/수사에 우려를 표하며, 한국 정부가 「자유권 규약」 22조(결사의 자유)[4]의 유보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권 이후 대한민국의 노동권 진보의 역사는 다시 뒤를 보고 있는 것이다.
유엔 자유 인권 위원회는 2023년 11월 3일, 한국의 5차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국가 보고서를 심의한 결과, 대한민국 정부가 노동조합의 활동을 ‘심각하게 탄압’했다는 보고에 우려를 표했다.[5] 윤석열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라는 이름으로 정당한 노동쟁의를 불법, 폭력으로 둔갑시킨 바 있다. 윤석열은 2022년 6월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쟁의에 나선 화물연대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며 화물연대를 압박했다. 적정 운임을 지급해 화물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막아 온 화물안전운임제는 폐지됐다.
또, 건설노조를 ‘약탈 집단’이자 ‘독버섯’으로, 건설노조의 쟁의 활동을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로 매도하며 사회적으로 탄압했다. 윤석열은 화물 연대의 파업을 ‘북한의 핵 위협에 빗대’어 공식적으로 표현했으며, 지난해 2월에는 건설 노조를 건설폭력배, 건폭이라 부르기까지 했다. 2023년 12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은 “강성 기득권 노조가 금품 요구, 채용 강요, 공사 방해와 같은 불법 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6]”며 노조가 일종의 특혜를 받는 집단으로 보이게 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윤 정부는 노동자를 법치주의의 이름으로 검거했다. 2022년 12월부터 ‘건폭몰이’ 수사를 통해 약 5,000명의 노동자가 검거되었고, 양회동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은 분신 끝에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경찰은 2024년 12월, ‘일당 2만 원 삭감’ 철회 등을 요구하며 10월 한 달간 국회 인근의 광고탑에서 고공 농성을 진행한 건설노조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26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경찰은 “건설노조 집행부가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을 보아, 고공 농성이 건설노조 내부 지침, 의사 결정에 따라 사전에 조직적으로 계획됐을 가능성이 매우 상당하다”[7]고 압수수색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건설노조는 사전에 광고탑 소유주와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를 마쳤고, 경찰이 제시한 ‘업무방해와 건조물 침입, 재물 손괴’ 등의 혐의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단지 이것은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것뿐이다.
더하여, 윤석열 정부는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표하였으나, 공무원과 교사 그리고 특수고용 노동자[8]와 플랫폼 노동자 등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을 위한 자유와 권리는 보장되지 않았다. 이들은 비조직 노동자로서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에 제약을 받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은 13년 만에 노동조합 가입 수가 감소하였다. 이는 소외된 노동약자인 비조직 근로자가 증가했다는 것이며, 투쟁하는 노동자를, 조직하는 노동자를 악마화하고 ‘폭력’의 주체로 둔갑시킨 윤석열 정부의 기조 아래서 이루어진 일이다.
이런 정부의 분위기 아래에서 거대 기업들은 노조 탈작업을 진행했다. 실제로 SPC는 기업 차원에서 노조 탈작업을 실시했다. 현 피비파트너즈 전무는 사측에 친화적인 ‘어용노조’를 설립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또 사측 관계자들은 ‘어용노조’를 사내 과반수 노조로 만들기 위해 지회 소속 노동조합원에 대한 탈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사업부장들에게는 매달 탈퇴 노조원 목표 숫자가 전달됐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는 승진에 타격을 줄 수 있도록 D 등급이 부여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노동조합 탈작업의 배후로 추정되는 허영인 SPC 회장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한 혐의로 2024년 4월 구속되었다.
정의가 구현되는 듯 했으나, 바뀌지 않는 정부의 ‘노조 탄압’의 기조 아래에서 SPC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SPC 그룹에서 파리바게뜨 식자재 물류를 담당하는 SPC GFS 계열사는 운수사들과 용역계약을 맺고 화물기사들과 운수사의 계약을 통해 물류를 유통하고 있다. 식자재를 운송하는 화물기사들은 안전한 노동환경과 화물 운송 근로 시간의 보장을 위하여 노동조건 개선 논의를 요구했다. 지난 10여 년간 광주지역 가맹점이 2배 이상 증가해 운송량 역시 두 배 이상 증가하였으나, 배송차량과 기사의 인원은 늘어나지 않아 화물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는 거세졌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회사에 정당한 요구를 하며 논의를 지속했지만, 사측은 합의 직후 합의를 파기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농락했다. 여러 차례의 합의 불이행에 화물연대 SPC 지부가 파업에 돌입하자, 사측은 합의를 이행할 것을 약속하고 파업 관련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SPC GFC는 이것이 운수사와의 합의일 뿐 원청인 자신과의 합의가 아니라며 운수사를 상대로 8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고 운수사는 화물연대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82억의 손해 배상 책임은 모두 노동자의 몫이 되었다.
어딘가 비슷해보이지 않는가. 48일간의 파업에 82억 원의 손해배상액이 산출된 논리 역시 알 수 없지만, 그것은 결론적으로 노동조합을 억압하고 끝내 파괴하는 작업의 일부일 뿐이다. 《경향신문》에서 운수사로부터 운송료 내역을 확보하여 확인한 결과, 2021년 10월 당시 기사들은 1,400만~1,500만원의 운송료를 받아갔지만 평상시 기사들은 기본 운송료로 약 400만원을 받고, 정해진 코스 이외에 추가 운송을 한 경우 거리에 따라 최대 15만 원까지 받는다. 그런데 파업기간에는 평소의 3배 이상을 받아 간 것’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SPC 측은 “사법기관에서 조사 중이거나,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답변드리기 곤란하다[9]”고 입장을 밝혔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024년 5월 7일, 민주노총·참여연대 등이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연 ‘윤석열 정부 2년 노동·사회정책 평가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정부의 노사관계가 전반적으로 사용자 지향적이고 노동자를 배제했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정부의 노사관계 정책은 초기부터 친사용자 중심 거시경제정책과 궤를 같이했다[10]”며 “부자감세와 규제완화를 추진하며 노조활동을 관리·통제했고, 노동자를 노사관계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인식했다[11]”고 주장했다.
일하는 시민연구소 김종진 소장은 “윤석열 정부 지난 2년은 사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12]”이라고 말했다. 시장 구조 안에서, 기업이 노동자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은폐하려 하고, 특정 노동조합의 쟁의 활동 때문에 산업계가 경영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은 “대단히 문제가 있는 국정 방향[13]”이라고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 사회가 신자유주의 질서로 재편된 이후 경제는 빠르게 ‘탈정치’화 되기 시작했다. 노동자는 생산자에 불과해졌고, 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고려는 신자유주의 안에서 ‘능력주의’ 혹은 여타 다른 말들 뒤에 자취를 감췄다. 이에 노동자의 권리 행사와 쟁의 활동이 ‘탈정치’되어야 하며, ‘정치적인 것’이 되는 순간, 순수한 노동자의 활동이 아니라 외부 세력의 공모와 계획에 따르는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같은 노동자를 악마화하기 시작했다. 노동권을 주장하는 것이 지나치게 ‘정치’적이며, 자기들 잇속을 채우기 위한 발악에 그치지 않는다며 비난했다,
그렇다면 순수한 노동자는 누구인가. 불공정함 앞에서 묵인하는 노동자인가? 동료의 죽음을 보고도 외면하지 못하는 것이 과연 ‘순수하지 않은’, 악마와 같은 노동자인가? 노동조합에 속하지 않고 어떤 노동 쟁의를 꿈꿀 수 있는 것인가?
3. 껍데기는 가라[14]
어떤 노동은 천시받았으나 어떤 노동은 여전히 숭고하다. 윤석열은 대통령 시절, 지각을 감추기 위해 빈 차량만 보낸 바 있다. 경찰은 이를 ‘위장제대’라는 은어까지 만들어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15] 비참한 현실이다. 윤석열 퇴진을 위해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여러 사람 중, 한 시민이 이런 팻말을 들고 있었다.
‘최저시급 받는 나도 정시출근 하는데 너는 맨날 지각 출근하냐.’
그렇다. 어떤 노동은 여전히 숭고하며, 위장 출근 역시 국가를 위해 ‘출근’은 하지 않았느냐며 칭송받는다. 하늘 아래 다른 인간이 어디에 있겠는가. 함께 노동하며 살고, 살며 노동하는 것이 인간인데 왜 누군가는 고귀한 대접을 받고 누군가는 천한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노동은 삶의 필수적 조건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노동 현안에 비켜서 있으면 안 됨을 여실히 느낀다. 노동에 대한 이중 잣대는 ‘노동’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어떤 노동이 정당하고 어떤 노동은 정당하지 않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떤 노동을 정당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점점 ‘정당함’의 값은 오른다. 우리는 점점 정당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가장 필수적인 조건인 노동마저 우리가 포기한다면 우리가 지킬 수 있는 건 무엇이란 말인가?
당장 이런 ‘두려움’으로 우리는 행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에 대한 이중잣대는 노동 현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윤석열의 퇴진을 위한 집회에도 ‘순수하지 못한’ 집회라는 오명이 따라붙는 현실에서, 수많은 노동조합원이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길을 열었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붙잡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생각한다. 언제부터 우리의 외침과 권리투쟁은 ‘조작된 것’ 그리고 ‘위험한 것’이 되었나. 노동에 대한 이분법은. 권리투쟁에 대한 이분법으로, 삶에 대한 이분법으로, 인간의 조건에 대한 이분법으로 이어진다. 어떤 인간은 칭송받고 어떤 인간은 멸시받는 삶의 진실이 우리의 눈앞에 있지 않은가?
직면할 때다.
마음을 모아야 할 때다.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자.
두 눈을 부릅뜨고 노동자를 살리자.
투쟁!
편집위원 서연 | waveandwavy@gmail.com
[1] 노란봉투법 두고 국민의힘 “헌법 위배”…민주당 “잘못된 현실 고쳐야” (2024. 06. 27). KBS.
[2] 여권·재계 "李 실용주의, 노란봉투법 철회·중대재해법 개선으로 진정성 보여야" (2025.02.04). 조선일보.
[3]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국민의힘 표결 불참 [영상](2024.08.05). 한겨레.
[4] 자유권 규약 제22조는 결사의 자유․단결권에 대해 규정한 규약이다. 규약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사람은 누구나 타인과 결사하는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에는 자기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이에 가입하는 권리가 포함된다.
2. 법률에 규정된 제한으로서, 국가의 안전․공공의 안녕․공공질서 또는 공중건강과 도덕의 보호 또는 타인권리의 자유로운 보호를 위해 민주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 이외의 어떠한 제한도 이 권리의 행사에 가해지지 않는다. 이 조항의 규정은 군대와 경찰 구성원의 상기 권리의 행사에 대해 합법적 제한을 가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
3. 1948년에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ILO조약’이 체결된 바 있다. 그런데 이 조문의 어떠한 규정도 동 조약의 가맹국이 동 조약에 규정된 보장을 해치는 입법조치를 강 구하거나, 동 조약에 규정된 보장을 해치는 방법으로 법률을 적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5] 유엔 자유권 위원회 최종견해, 윤석열 정부의 노조때리기 중요 이슈로 부각 [보도자료]. 2025.02.24. 민주노총.
[6] 윤 대통령 “건설현장 강성노조 폭력 방치, 국가라 할 수 없다” (2023.02.21). 한겨레.
[7] 경찰, ‘고공농성’ 건설노조 압수수색…노조 ”투쟁 불법화 목적” (2024.12.26). 한겨레.
[8] 겉으로는 독립 사업자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대부분은 특정 업체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직·간접적 업무 지시와 감독을 받아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용어는 2003년 노사정위원회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국가인권위원회, 2016)
[9] 노조 파괴 몸통은 회장님?…SPC에 무슨 일이 (2024.04.06). 경향신문.
[10] “윤석열 정부 2년,노동정책, 노동자 대신 사장·부자 편들었다” (2024.05.07). 경향신문.
[11] 위의 기사.
[12] 위의 기사.
[13] 위의 기사.
[14] 신동엽의 시 제목을 차용함.
[15] 윤석열 가짜 출근, 경찰이 망봐줬다…은어는 “위장제대” [영상] (2025.01.06). 한겨레.
참고문헌
기사 및 온라인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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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이 뭐길래.. ‘노동권’ VS ‘재산권' 논란 확대 (2022. 09. 16). BBC. Retrieved from https://www.bbc.com/korean/news-62912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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