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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는 백신도 없다

[시선; 가을에서 여름을] 편집위원 다연

지난 8월 9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1]는 제54차 총회에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1실무그룹(WG1)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5차 보고서 이후 8년 만에 발간되는 것으로,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과거에 비해 더욱 빠르고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예컨대 IPCC는 지난 2018년 발표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도 이상 높아지는 시기를 2030~2052년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번 6차 보고서에서는 그 시기가 9~12년 정도나 앞당겨졌다.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는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시나리오에서조차 1.5도 상승이 불가피하다. 사실 전지구 지표면 온도는 이미 2011~2020년 10년간 산업화 이전 대비 1.09도가량이나 올랐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게 될 경우 100년 안에 태평양의 섬나라 전체가 물에 잠기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100년까지 해수면이 0.5m만 높아져도 인도 뭄바이, 중국 상하이 등 세계 주요 해안 도시들이 침수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과거(1901~1971년) 연평균 1.3mm씩 오르던 해수면은 현재 3.7mm씩 상승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태풍과 해일 피해 역시 심해졌다. 같은 세력의 태풍이라도 높은 해수면으로 인해 연안 침수 피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작년 9월 기상청 국립태풍센터는 21세기 말까지 태풍의 강도가 최대 11%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제껏 인간이 무분별하게 탄소를 배출한 결과물은 자연 재해의 형태로 발현되어 전세계를 짓누르고 있다.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에서는 100년 만의 폭우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섭씨 48도가 넘는 폭염에 신음하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페인과 미국, 터키와 러시아 또한 연이은 폭염과 산불로 신음하고 있다. 지속적인 이상 고온 현상으로 전세계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 탓에 지난 7월의 탄소 배출량은 역대 7월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달 동안 산불로만 3억 4천만 톤이 넘는 탄소가 배출된 것이다. 전국에서 수백 건의 산불이 발생한 그리스에선 지난 두 달간 서울 면적의 2배 가까이가 전소되었다. “공포영화가 따로 없어요. 영화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건 현실이에요.” 마치 종말의 날을 보는 것 같았다며 입을 모으는 그리스 에비아 섬 주민들은 시뻘건 불길을 뒤로 한 채 배를 타고 긴급 대피했다.


지난 2013년 제5차 평가보고서에서 “기후시스템에 대한 인간의 영향은 확실하다(clear)”고 선언했던 IPCC는 이번 6차 보고서에서는 “인간의 영향으로 대기와 해양, 육지가 온난화한 것은 자명하다(unequivocal)”고 못박았다.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의 명백한 근거라는 점을 강하게 규정한 것이다. 우리가 꿈꿀 수 없는 미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와는 달리 기후위기에는 백신조차 없다.[2] 우리와 우리 미래 세대의 집이 물에 잠기거나 불타 사라지기 전에 신음하는 지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편집위원 다연 / mandy1423@naver.com



[1]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기후변화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산하기관이다. IPCC는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기후변화와 관련한 기존 연구를 종합·검토·평가하고 7년 안팎의 기간마다 평가보고서를 작성한다.

[2]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유엔 산하 IPCC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관해 이 같이 밝혔다.



참고문헌

기사 및 온라인 자료

강찬수 (2020.09.02.). 美선 1000㎜ 물폭탄…온난화가 무지막지한 괴물 태풍 만든다. 중앙일보. Retrieved from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862715

김민제, 이근영 (2021.08.09.). ‘온난화 인간 탓’ 99~100%…30년내 북극 다 녹을 수도. 한겨레. Retrieved from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07005.html

김정연 (2019.09.25). IPCC "2100년 해수면 1.1m 상승"···부산 해운대도 잠긴다. 중앙일보. Retrieved from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586795

김한솔 (2021.08.09.). ‘명백히 인간에 의한’ 전례없는 기후변화…곧 1.5도 상승 가능성↑. 경향신문. Retrieved from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8091700001/

박유빈 (2021.08.09.). “2040년 전 1.5도 상승”… 기후위기 시계 12년 빨라졌다. 세계일보. Retrieved from http://www.segye.com/newsView/20210809515585

임소정 (2021.08.09.). 세계 곳곳 '꺼지지 않는' 산불…탄소배출량도 최대. MBC 뉴스. Retrieved from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292262_34936.html

한승수 (2021.08.10.). IPCC, '100년 뒤 태평양 섬들 물에 잠길 수도' 경고. 뉴시스. Retrieved from

https://newsis.com/view/?id=NISX20210810_000154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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