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봄에서 겨울을] 편집위원 다연
KBS 사극 〈태종 이방원〉 촬영에 동원된 은퇴한 경주마 ‘까미’가 촬영 중 발생한 사고 이후 일주일 만에 사망하면서 동물 학대 논란이 일었다. 작년 11월 2일 낙마 장면 촬영 중 발생한 사고는 약 두 달만인 지난 1월 19일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공개된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누군가 전력 질주하던 까미의 앞다리에 묶여 있는 와이어를 잡아당기자 까미는 목이 꺾이며 땅바닥에 고꾸라진다. 비판이 거세지자 KBS 측은 까미의 죽음을 뒤늦게 확인한 후 까미가 아닌 시청자들에게만 사과의 말을 전했다.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행동 카라 등의 단체들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태종 이방원〉 촬영장 책임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KBS 시청자 게시판에도 시민들의 분노가 끊이질 않았지만 이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이전에 유사한 사건으로 고발된 대부분의 방송들은 학대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아 별다른 처벌 없이 방송사가 개선 의지를 담은 입장문을 발표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촬영 현장에서 까미는 생명이 아닌 소품이었다. 영상 속 스태프들은 배우의 안위를 살피기 위해 황급히 달려갔지만, 와이어에 발목이 휘감긴 채 바들거리는 까미를 살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에겐 번거롭게 모형 말이나 CG를 사용하는 것보다 사망할 위험이 있더라도 실제 말을 사용하는 편이 저렴했을 것이다. 까미의 죽음은 생명마저 한번 쓰고 버릴 소품으로 여기는 한국 영상 산업의 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어디 까미뿐일까. 현장에서 관행처럼 되풀이되는 폭력적인 촬영방식에 너무나 많은 동물이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사망에 이른다. 촬영장에서 소의 부상을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상처를 내거나 새가 멀리 날아가지 못하도록 다리를 부러뜨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방송을 위해 동물을 아무렇지 않게 학대하는 비극적 행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사항이다. 까미의 죽음에 대해 공영방송 KBS에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방송계 전체에도 보다 강력한 관련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세상의 수많은 ‘까미’들의 죽음을 기억하며, 까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편집위원 다연 / mandy1423@naver.com
참고문헌
동물권행동 카라 (2020).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 Retrieved from https://drive.google.com/file/d/1MQNB1q1J9B4GA_IxyVV6TMC9kRV0ebdy/view?usp=sha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