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면

[시선; 봄에서 겨울을] 편집위원 숙영

지난해 12월 24일, 문재인 정부가 국정농단으로 20년 형을 선고받았던 박근혜를 특별사면·복권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 화합’이 그 명분이었다. 이에 2016년 10월경부터 시민들이 대규모로 운집했던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가 박근혜 사면으로 허무하게 마무리되어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집회를 ‘촛불 혁명’으로, 스스로를 ‘촛불 정부’라고 불렀다. ‘적폐 청산’을 약속하며 임기 시작 이후 이를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촛불 집회 이후에 등장한 정권으로서 이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직후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 속에서 촛불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행위성이 강조되었고, 한편으로는 마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촛불 집회를 주도한 세력인 것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이번 사면 결정은 정권의 정당성을 촛불 집회에서 찾고자 했던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스스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또한 박근혜 탄핵과 그 후에 크게 선전되었던 ‘적폐 청산’의 의미가 정치 보복으로 축소되었음은 물론이다.


박근혜 탄핵은 시민들이 거리 위에서 뜻을 모아 이끌어낸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선제적으로 사면을 발표한 후 그 명분으로 ‘국민 화합’을 사후적으로 제시했다. 박근혜 사면을 통해 국민 화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사면 그 자체가 아니라 공론장을 형성하고 이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서일 것이다. 시민들의 동의를 마련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수반하지 않은 독단적 사면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만을 여실히 드러낼 뿐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사면을 결정했다고 해서 2016년경에 전개되었던 모든 대중운동이 실패했다거나 무의미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오히려 대통령의 결정 하나만을 기준으로 대중운동의 성패를 판가름할 수 있다는 생각이 ‘촛불 집회’에서 민주당이 수행했던 역할을 과대평가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본래부터 ‘촛불 집회’의 핵심은 민주당이나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시민들, 그리고 시민들을 조직해낸 사회운동에 있었다. 박근혜 사면 결정으로 이 지점이 더욱 선명해졌을 뿐이다.


편집위원 숙영 / sonsy213@gmail.com




참고문헌

기사 및 온라인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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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준·유원모·박효목 (2021.12.24.). [단독]박근혜 前대통령 사면한다. 동아일보. Retrieved from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11224/110933853/1.

[사설] ‘국정농단’ 박근혜 ‘무반성’ 사면, 아쉬움 크다. (2021.12.25.). 서울신문. Retrieved from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1224500157.

[사설] 원칙 허문 문 대통령의 ‘박근혜 사면’, 개탄스럽다. (2021.12.24.). 한겨레. Retrieved from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24725.html.

이도흠. (2021.12.29.). 박근혜 사면은 무엇을 부정하는가? [기고] 역사 부정할 뿐 아니라 명분과 실리 모두 잃는 행위. 프레시안. Retrieved from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122915034559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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