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1호’

[시선; 봄에서 겨울을] 편집위원 해진

지난 1월 29일,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삼표산업의 석재 채취장에서 토사가 붕괴해 노동자 3명이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당일 삼표산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 수사 과정 중 사업소의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정황을 발견해 대표이사 이종신을 2월 9일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였다.[1]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 확보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경영진 및 관련 고위 공무원에게 그 책임을 물어[2] 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법이다. 해당 법령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1월 27일 시행되었다. 이에 법 적용 대상이 되는 건설·제조 기업들이 ‘1호가 되는 불명예’를 피하고자 설 연휴를 앞두고 연이어 작업을 중단했던 가운데 삼표기업이 ‘곤혹’을 치르게 된 것이다.


삼표기업 사고 포함 2월 28일 기준 중대재해법을 위반하였거나 법 적용이 논의된 사건은 언론에 크게 보도된 것만 총 10건으로,[3] 시행 한 달 동안 중대재해법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또는 ‘공사 금액 50억 원 이상의 공사 현장’인 작업장에서만 나흘에 한 번꼴로 발생했다. 시행 이후 며칠 간의 작업 중단 이외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는지, 지난 1년간의 유예기간이 무색한 셈이다.


2월 21일 고용노동부가 삼표산업에 대한 특별감독에 들어가며 삼표산업은 사실상 중대재해법 ‘1호’가 되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안전보건 지침 관리·감독의 변화 없이는 중대재해법 2호, 3호, 4호…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와중에 5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미만의 건설공사 현장 및 5인 이상 50인 미만인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1호, 2호, 3호...가 '될 수조차' 없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에서 아예 제외되었고 뒤의 두 경우도 2024년 1월 말까지 적용이 유예되었기 때문이다. 삼표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 ‘1호’인 것이 중요하다면, 노동자의 죽음을 손 놓고 바라보지만은 말자는, 너무나 상식적인 말을 실현하기 위한 긴 노정의 시작이라는 점에서나마 그럴 것이다.


편집위원 해진 / jnnnterm@gmail.com



[1] 입건된 대표이사 이종신이 실질적인 경영 책임자가 아닌 등기 상의 ‘바지사장’일 뿐이라는 의혹 또한 제기된다. 실제로 삼표기업과 요진건설을 포함해 중대재해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주요 기업들은 법령 시행 몇 개월 전 대표이사를 대거 교체했는데, 이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의 법망을 피하기 위한 교묘한 술책이라는 것이다(MBC 뉴스, 2022.02.11.).

[2] 그러나 정의당과 민주당이 내놓았던 발의안들보다 그 처벌대상을 훨씬 배타적으로 설정했으며 처벌규정의 수위 또한 완화되어 있다.

[3] 1월 29일 양주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 토사 붕괴사고, 2월 8일 성남 요진건설사업 승강기 설치 중 추락사고, 2월 11일 여천NCC 폭발사고, 2월 15일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유세 버스 2명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2월 16일(1) 현대건설 고속도로 건설 작업 중 추락사고, 2월 16일(2) 두성산업 독성 물질 급성 중독사고, 2월 16일(3) 인천 남동공단 내 청보산업 공장 끼임사고, 2월 19일 삼강S&C 수리조선소 추락사고, 2월 21일 쌍용 C&E 시멘트 동해공장 추락사고, 2월 23일 제주대학교 기숙사 철거 중 붕괴사고. (2월 9일 대구 달성군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작업 중이던 하청업체 노동자가 갑작스레 튕겨나온 보조기구에 머리를 맞아 결국 지난 3월 9일 숨졌고, 이 사고는 3월 10일에 보도되었다.)

대선 하루 전인 3월 8일자까지 확인되는 중대재해―3월 2일(1)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쇳물 추락사고, 3월 2일(2) 대흥알앤티 직업성 질병(급성 간독성 질환), 3월 3일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감전사고, 3월 8일(1) 대전 아파트 신축 공사장 추락사고, 3월 8일(2) 창녕 도시가스관 연결 중 토사 붕괴사고, 3월 8일(3) 양산 아파트 도색작업 중 추락사고―까지 합치면 총 16건이다.



참고문헌

논문 및 저널

상민 (2021.10.). 전태일 3법은 어디로 가고 있나. 고대문화 가을 145호. 48-75.


기사 및 온라인 자료

김재경 (2022.02.21.). 법 시행 한 달도 안돼 중대재해 7건 … 그중 2건이 경남. 경남신문. Retrieved from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370573&gubun=

김태희 외 (2022.02.16.).현대건설 고속도로 건설현장서 노동자 1명 추락사 … 경기도서만 세번째. 경향신문. Retrieved from https://m.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202161846001#c2b

노동건강연대 (2021.03.04.).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한 달, 49명이 죽었습니다. 오마이뉴스. Retrieved from http://omn.kr/1xmos

[뉴스외전 이슈+] '바지 사장' 내세워 중대재해법 피하기? (2021.02.11.). MBC 뉴스. Retrieved from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1400/article/6340695_35722.html

[사설] 삼표산업 대표 입건, 중대재해법 엄정 적용 시금석 돼야 (2021.02.11.). 한겨레. Retrieved from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30785.html


고용노동부, ㈜삼표산업 특별감독 실시 (2022.02.21.).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보도자료. Retrieved from https://www.moel.go.kr/news/enews/report/enewsView.do?news_seq=13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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