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봄에서 겨울을] 편집위원 열음
지난 2월 4일, 안타까운 목숨이 세상을 등졌다. 경찰은 故 김인혁(남자프로배구팀 삼성화재 소속)의 사망 원인은 신변비관으로 인한 자살이며 타살의 혐의점은 없다고 밝혔지만, 그는 명백하게 살해당했다.
김 씨는 생전 '일반적인 남성'과는 다른 자기표현을 이유로 꾸준히 ‘게이설’, ‘AV 배우 활동설’ 등의 허위 사실에 시달렸고, 그의 SNS에는 그의 성적 지향을 추측하며 이를 비방하는 내용의 악성 댓글이 끊이지를 않았다. 이에 김 씨는 작년 8월 자신의 SNS에 근거 없는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이를 멈춰달라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한편 김 씨의 부고를 접한 방송인 홍석천은 절친했던 그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가 “고인에 대한 아웃팅을 멈추”라며 뭇매를 맞았다.
‘일반적인 남성’과는 다르다는 김 씨의 외양이 그의 성적 지향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일부 네티즌들의 논리는 여러 겹의 혐오를 덧쓰고 있다. 이는 성별에 걸맞은 겉모습이 정해져 있음을 상정하고 있을뿐더러, 어떠한 성적 지향을 가진 개인은 특정 외양을 갖췄을 것이라는 편견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설령 개인의 자기표현이 정말로 성적 지향을 비롯해 그가 가진 한 정체성으로부터 기인했다고 할지라도, 이는 결코 그에게 가해진 비난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김 씨는 이미 수차례 자신은 동성애자가 아니며 화장을 하지 않는다고 해명하였지만, 설령 그 모든 의혹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그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가는 일은 없어야 했다는 말이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홍석천이 오픈 퀴어라고 하여 그가 올린 추모글 자체가 김 씨에 대한 아웃팅이라고 비난하는 댓글들은 오히려 성소수자의 언행을 축소하며 억압하고 있다는 점에서 멈추어야 마땅하다.
사이버 불링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국회에서도 사이버 폭력 방지를 위한 법안의 발의되며 관련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판 ‘마녀사냥’이라 불러 마땅한 최근의 사이버 폭력을 방지하는 한편 확실히 처벌할 수 있는 법 제정이 시급함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설령 누군가가 진짜 ‘마녀’라고 할지언정 그는 ‘사냥’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됨을 아는 일이다. 키패드와 손가락이 맞붙는 아주 잠깐의 마찰에서도 화형대의 불길은 발화하니 말이다.
편집위원 열음 / yeoleumse@gmail.com
참고문헌
기사 및 온라인 자료
김채현 (2022.02.07.). “故김인혁 강제 아웃팅”…추모한 사람에게 또 쏟아진 악플. 서울신문. Retrieved from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207500190
이정은 (2022.02.09.). ‘사이버 불링’ 살인. 동아일보. Retrieved from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208/1116607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