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건축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투표 장소를 확인하였다. 이번에도 역시나 집 근처 학교였다. 학교는 범국가적 일정이 있을 때면, 참으로 유용하게 사용되는 유연한 장소성을 갖는다. 각종 투표와 지역의 행사 및 수학능력시험 등의 응시 장소로도 이용된다.
대부분의 국민은 의무교육과 중․고교 학창 시절까지 보내며 긴 시간 동안 적극적으로 학교 공간을 체험한다. 와글와글한 추억을 여럿 뽑아내서 그 배경을 떠올려 보았다. 최선의 효율성과 반복 패턴. 군더더기 없는 구성. 필자가 다닌 학교는 톡특함을 그다지 찾을 수 없는 무난한 건축물이었다. 그리고 결론은 미니멀리즘 모듈러 조합의 결정체였다.
다수의 이용자가 규율을 이행하며 사용하는 곳. 관리와 체계를 위하여 극대화된 설계. 이러한 목적을 가진 시설로는 학교 이외에도 입원 병실과 수감시설 등이 있다. 쭉 뻗은 복도와 가지런하게 붙여서 칸칸이 나누어 둔 개별실. 방향성이 같은 설계 디자인이다. 일전에 학교 건축에 능통한 선임이 의료원 BTL 회의에 참석하였고, 당시 제시한 합리적 동선 개념은 상호 건축물 간에 잘 들어맞았다.
이처럼, 사용 편의성이나 이용자의 성격보다 관리 편의성에 주요 목적을 두어서일까. 혹은 과감한 시도를 하기에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기 조심스러워서 일까. 학교 건축은 좀처럼 획기적인 면모를 드러내지 않는다. 기술적 부분에 한 켠을 묶인 병원도 아니고, 공간의 윤택함을 도모하기 어려운 교정시설이 아님에도 말이다. 필자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현실적인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아쉬운 마음은 금할 길이 없다.
갓 지어진 신도시 학교를 보며 ‘늘 마시던 걸로 한잔’을 읊조리던 드라마 속 진부한 대사가 떠올랐다. 도전을 거듭하는 건축 기술과 상반되게도, 진득하니 고수하는 학교만의 자태이다. 부모님과 필자가 다니던 시절의 학교와 별 다를 바 없는 배치와 매스(mass)는 추억의 긴급 소환 버튼의 역할만은 톡톡히 한다.
미래산업을 위해 각계에서 노력 중인 시대를 살고 있다. 장차 세상을 이끌어 갈 꾸러기들의 무궁무진한 생각 주머니를 키우는 학교 공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건축계에서도 창의적으로 다원화하는 노력으로 힘을 보태었으면 한다. 학교는 온 우주를 담아도 부족한 미래를 담아내는 중요 건축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