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건축물은 최신 기술과 미학의 결집체로 상징성을 갖는다. 아찔한 형태일수록 유명세를 얻는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의 아기는 정말 잘 잤을까? 수년 전, 대로변이자 지척에 버스정류장이 있던 나의 시골살이는 그다지 편안치 못했다. 1년쯤 시골에서 지낼 기회가 있었다. 한적하되 인적이 드문 곳은 싫었다. 잠시 살다 떠날 곳이었기에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곳으로 정했다. 그러나 얼마지 못해 다른 선택지를 조금 더 꼼꼼히 살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집 옆에 붙은 도로가 문제였다. 지나가는 차체 규모를 가늠할법한 맨홀 뚜껑의 '덜컹' 소리에 심히 시달렸다. 버스 문을 여닫을 때 나는 '치익' 쇼바 소리가 뻐꾸기시계만큼이나 규칙적으로 들렸다. 무슨 상관이 있겠냐고 생각했던 큰길을 따라 한참 떨어진 레미콘 공장은 수시로 대형 차량을 불러들였다. 방지턱을 넘으며 도로를 내려찍는 진동은 지진인가 아닌가 긴가민가할 정도였다. 오래된 농가주택은 낡은 새시와 미약하게 다져진 기초로 인해 비바크(Biwak)를 면한 수준의 주거지였다.
그 이후 집을 고르는 기준이 명확해졌다. 가급적 유동량이 많은 도로와 인접한 곳은 피하고, 가능한 한 소음과 진동이 적은 곳을 찾는다. 도로변 주택의 탁 트인 전망은 내가 선택한 고요함의 기회비용이 되었다. 가끔 이웃이나 외부의 생활 소음마저 멈칫하는 순간, 잠깐 누리는 진한 적막함은 대단히 큰 안정감을 준다. 이제는 공항이나 열차역 근처에 둥지를 틀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소음에 이어 건축물이 받는 다양한 진동도 상쇄한다면 그 쾌적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건축 기술은 지구의 크고 작은 몸부림인 지진에 대비하고자 내진설계를 연구·개발한다. 지반의 강도나 행정 위치, 특정 진도의 재현 주기를 고려하여 지진을 대비하는 설계 기준을 세운다.
방법은 다채롭다. 큰 맥락에서는 흔들림에 대적하지 않고 같이 리듬을 타며 유연성을 가지거나, 굳건하고 단단히 버티게 한다. 초고층 건물의 경우 건축물을 흔들어대는 힘을 중심추와 같은 다른 구조체로 전가하여 균형을 잡기도 한다. 혹은 토지와 건축물 사이에 진동을 끊어주는 완충제 구조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 모든 방법은 최악의 경우 건축물의 일부 파손을 허용하되 최소한 붕괴에 따른 인명 피해를 방지하고자 하는데 목적을 둔다.
물론 모든 규모나 용도의 건축물에 내진설계가 필수는 아니다. 그런데도 기찻길 옆 오막살이와 닮아서 도로 진동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면, 두고두고 후회하기보다는 진동에서 벗어날 일말의 장치를 장착하면 어떨까? 딱딱한 콘크리트 덩어리 기초를 대신해서 면진 구조 위에 걸터앉아, 구름 위에 뜬 것처럼 요람의 포근함을 가지는 것을 추천해 본다. 공간은 다듬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