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그리 길지 않은 건축 인생과 습자지 마냥 얕은 지식의 소유자임에도 지인들의 ‘건축 SOS’를 많이 받는 편이다. 정작 나 역시도 선후배와 지인분께 건축 자문을 구하는 입장이지만, 비 건축인의 구조요청을 못 본 체 할 수가 없다.
과거, 한낱 건축학도에 불과한 당시에도 주변인이 자취방을 구할 때면 집 고르기 능력치를 발휘하여야 했다. 되짚어보면 비-체계적인 소견을 옹알이하던 시절이었다. 보고 살피는 요소도 주먹구구였고, 간혹 예측과 크게 어긋난 결과를 겪은 적도 있었다.
부족하기 그지없었고, 주관적임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지푸라기 같은 나의 도움을 바라는 연락이 끊이지 않았다. 다행히 점차적으로 집 구하기 어플과 사이트가 등장하면서 다양한 점검 항목이 개념화되었고, 덩달아 소환의 빈도가 줄어들었다.
그러다 부모님께서 첫 전원주택을 지으실 때 본격적인 간섭이 시작되었다. 평면은 가급적 당 시대의 가장 효율적인 아파트 평면과 맞추었다. 대신 동물과 해충의 피해를 막고자 집 주변에 가능한 한 데크를 충만하게 배치했다. 건축주 직영으로 진행하셨음에도 건축사 지인분의 도움으로 다행히 안정적인 건축물이 탄생했다.
그럼에도 창호와 지붕 계단 등은 제안드린 바와 전혀 달리 건축주분의 취향대로 완성되었다. 이제는 그저 받아들이고 큰 하자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역시 건물은 세워지고 나면 더 좋아질 방법이 보인다. 지어보면 다시 짓고 싶어지는 게 불문율이다.
얼마 전에도 친구 몇몇이 상담 아닌 상의를 해왔다. 주거용이 아닌 세컨더리 하우스에 관한 문의를 받았고, 건축 언저리를 머무는 나로서는 여전히 명쾌한 해답을 주지는 못했다. 다만 어느 곳에 문의를 하면 좋을지만을 살포시 제시하였다. 그 또한 직선 주로 인지 돌아가는 길인지 정확 치는 않지만 방향만은 어긋나지 않았으리라 추측된다.
만나서 수백 가지 이상을 같이 고민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마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저 혹여나 도움이 될까 싶어서 관련 강의를 챙겨보며 그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밖에 없다.
커뮤니티에서 건축과 관련된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접할 때면, 길과 방향을 모르는 그분께 결코 크지 않은 몇 가지 조언을 전한다면 훨씬 수월하게 진행될 텐데 싶은 욕심이 난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지만, 여러 갈림길에서 목표물과 멀어질 가능성을 줄여줄 수 있다면 시간과 비용 절감에 얼마나 이득인가.
생활정보 문의와 법률 자문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항상 함께하는 건축 자문의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면 이 또한 얼마나 아름답고 윤택한 모양새 일까 상상해본다.
효율적이고 힘이 되는 지인으로 남고 싶다. 그저 내가 아끼는 이들에게 언제부터 여기 있었나 잘 모르고 지내다가도 갑갑한 상황을 겪으면 꼭 필요한 '비상구' 같은 믿음직함을 선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