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신경건축학 Neuroarchitecture

병원 설계 심리

by HanA
경주 세계 문화 엑스포 내 경주타워. 황룡사 9층 목탑을 모티브로 설계한 전망대. 공간감 역시 아는 만큼 느낀다.



설계사무실 막내둥이 시절에 대형 병원 설계를 참여한 적이 있다. 막상 일을 시작하려니 남녀노소 직위를 막론하고 팀원의 대부분이 생경한 영역이라, 타 회사에서 병원 설계 전문가를 모셔오고 스터디도 여러 번 진행하였다. 보편적으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팀원이 각자 스터디를 해서 회의 형태로 의견을 모으는데, 그에 비해 병원 건축은 특별히 더 많은 정보와 고민이 필요했다.


각양각색의 의료 장비 사이즈를 고려하여 허투루 쓰는 공간이 없도록 맞춤 분배하여야 하고, 각 병과별로 각종 검사실 사용 빈도를 생각하여 상호 연계되도록 배치하였다. 또한 병원 방문객과 의료진의 영역을 '따로 또 같이' 연결하고 분리하여 여러 접점을 잡아야 했고, 심리적 위안과 편의성을 고려하여 갖가지 동선을 꾸려야 했다.


그리고 설계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가장 조심성 있게 만들었던 사자(死者)의 길도 있었다.


사실 병원처럼 백사이드(Back-side)가 있는 건축은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대부분 건축에서 설비와 기능적인 부분 등 드러나지 않는 여러 가지 공간 구성을 고려한다. 그래서 병원도 역시나, 어느 정도, 적당히, 엇비슷할 거라고 오만하게 생각했었다. 헌데 병원 건축은 다른 목적의 건축물과 비교하여 제곱에 제곱 정도 되는 난이도였다. 이토록 철저하게 기능의 기능을 위한 기능에 의한 공간을 만들어 내야 할 줄이야. 그리고 각 과별로 인테리어나 싸인물 대표 색상이 있을 만큼 디자인마저 효율성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처음 접하였기에 낯섦이 앞섰던 이론적 면모는, 병원 설계의 가장 기본사항일 뿐이었다. 치료의 기능과 그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하게 연구하는 것도 건축이 해야 할 또 다른 사명이었다. 그리고 신경건축학¹에 기반하여, 생명과 삶을 쾌적하고 안락하게 '치유'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가장 인간적으로 접근하여 인간 심리에 대한 배려를 담는 노력도 보태야 했다.


어렵디 어려웠지만 결과물을 도출하면서 고되게 진통을 겪고 나니, 쟁취하기 어려운 목표에서 느끼는 쾌거의 매력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유레카를 외치게 했던 병원 설계 퀴즈가 다시금 풀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병원 설계만 할 줄 알면 밥 굶지 않는다며, 어른들께서 흔히 말하는 '기술' 배우는 것과 비등하다던 부장님의 말씀에 격하게 동의했다.


별다른 이벤트가 없어서 병의원에 갈 일이 없다면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운 일이니, 몸의 치료와 더불어 마음의 위안까지 받을 수 있는 양질의 의료시설이 더 많이 설계되기를 격하게 응원해 본다.



각주 1]

신경건축학(neuroarchitecture) : 신경과학(neuroscience)과 건축학(architecture)의 합성어로 건축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 데이터화 하여,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건축을 위해 활용하는 학문.




서산시대 연재 중인 최하나 건축 칼럼 니스트의

'하나두 건축' 기사 교열본 입니다.

출처 : 서산시대(http://www.ss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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