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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델 Jan 26. 2024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꼭 살고 싶어?

전원주택의 로망과 현실사이

처음 제주에 농가주택/단독주택/전원주택으로 집을 구하려 할 때 모 커뮤니티 제 글에 전원주택에서 살면 얼마나 불편한지를 알려주는 댓글이 달렸어요. 꼭 그 댓글이 아니어도 검색을 조금만 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전원주택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들.

우선 모두가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전원주택의 단점과 살면서 느낀 점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보도록 할게요.



1) 벌레

네. 벌레 많아요. 저도 벌레 싫어합니다. 그런데 날아다니는 바퀴벌레의 천국이라는 호주에서부터 남미 아프리카를 거쳐 여행하고 온 경험이 있어서일까요. 웬만한 벌레는 잡을 수 있어요. 물론 쿨하게 잡는 건 아니에요. 저도 심장이 쿵쾅거리고 어마어마한 약을 살포하며 잡거든요. 특히 아침에 문득 대문을 열었을 때 보이는 손가락보다 더 긴 지네를 본다면 쿨할 수 없어요. 특히 저희 집 화장실에서 종종 출몰하는 다리 여러 개 달린 그리마(돈벌레)를 보면 소름이 돋아나곤 해요. 하지만 벌레가 주는 단점을 상쇄할만한 엄청난 장점을 저는 이 집에서 보았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어요.



나만의 해결법

일단 집 주변에 올데스(판데스)라는 지네 같은 벌레를 죽이는 가루를 뿌려줍니다. 어린 아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이시라면 "매우 주의"하셔야 해요. 아이나 반려동물이 먹거나 손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창문마다 틈막이 스펀지로 창문과 방충망 사이에 작은 틈까지 막아주는 것이 중요해요. 빗물구멍을 방충망 스티커로 붙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꼭 스펀지로 작은 틈새까지 막아주면 벌레 유입을 줄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하수구마다 트랩을 설치하는 것도 아주 좋아요.



2) 추위

네. 춥습니다. 많이 추워요. 아무래도 윗집 아랫집 옆집이 붙어있어 어느 정도 보온을 도와주는 아파트와는 다르게 집 한채만 덩그러니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제주는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집이 거의 없고 특히 이런 단독주택은 LPG가스보일러나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비용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좀 따뜻하게 보낸다고 생각하면 난방비만 한 달에 50만 원 이상 훌쩍 넘는다는 후기들을 보고 일찌감치 저희는 따뜻한 생활은 포기하고 보일러를 트는 것 대신 집에서 두꺼운 옷을 입고 지내고 있어요. 이전 집은 남향에 아파트 중간집이라  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온도가 23도로 유지되는 집이었는데 여기는 실내 기본온도가 16도이거든요. 그나마 제주도가 따뜻해서 이 정도로 유지가능한 것도 있을 것 같아요.

또 태양열 발전기로 전기세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활용하여 전기 히터와 전기장판으로 난방을 대신하고 아이들 침구 위에는 난방텐트를 설치해 줘서 지내니 웬만한 날씨에는 어렵지 않게 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이런 생활이 결코 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뭐든지 적응하기 나름이겠죠.


특히 아파트에 살 때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아파트 공동 관리비(관리비+경비비+청소비+기타 공동요금 = 약 10~15만 원 정도)를 매달 절약함으로써 난방비가 상쇄되는 것 같아요.

 


3) 더위

추위에 이어 네. 덥습니다. 특히 2층은 한여름 에어컨 없으면 한증막 불가마를 방불케 할 정도로 더운데요. 특히 2층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일반 아파트에서 냉방을 틀면 어느 정도 집 전체에 냉방이 유지되는 것과 달리 1층과 2층의 냉방이 완전히 차단되기 때문에 냉방비용이 이중으로 든다는 점이 조금 단점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에게는 막강한 태양열 발전기가 있기 때문에 두렵지 않아요. 특히 여름에는 발전량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대략 500 KWH를 사용해도 절반이상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여름철 전기요금이 무섭지는 않네요. (저희가 태양열 발전기가 있는 이 집을 선택한 이유)


4) 관리포인트

막상 이사를 오니 관리해야 하는 포인트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일단 저희 집 현관문 앞에는 나무 데크가 있는데요. 저희 집이 임대를 주로 주는 집이었기 때문에 데크 관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어요. 나무 데크는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오일스테인을 발라주며 관리를 해야 하는데 처음 지어진 이후로 관리가 되지 않아 못이 튀어나온 곳도 있고 썩어있는 곳도 있어서 임대인분께 말씀드려 수리를 하고 오일스테인을 2번 정도 발라주었어요. 또 이사를 와보니 지붕 한쪽이 내려앉아 그 부분도 보수가 필요했고 내부 테라스 문도 임대인과 협의하여 보수공사를 해야 했죠. 또 내부 테라스 쪽 누수를 발견하여 외부 코킹을 하고 내부에 실리콘을 하는 부분까지 저희가 체크해야 했어요.  


그것만이 아니죠. 넓은 정원의 잔디는 날씨가 좋으면 하루하루 다르게 쑥쑥 자라기 때문에 수시로 잔디 깎는 관리도 해주어야 합니다. 많은 비용을 들이기는 부담스러워서 비교적 저렴한 잔디 깎는 기계를 구입해서 수시로 잔디관리를 해주었어요. 물론 저희가 수시로 하는 것과 별개로 임대인과 계약당시에 잔디관리 업체를 통해 잔디관리를 하기로 약정을 해서 1년에 4번 정도 업체를 불러 관리(잔디 깎기+잡초 제초제살포)를 하기로 했어요.


저희의 로망이었던 텃밭은 이전 세입자분들이 전혀 관리를 안 하셨는지 무성한 잡초들로 뒤덮여 있었어요. 그래서 저와 신랑이 시간이 날 때마다 땅을 뒤엎고 솎아내어 상추도 심고 대파 모종도 심어서 지금도 열심히 잘 자라고 있어요.


5) 부족한 인프라

제주 시내가 아닌 조금 동떨어진 곳에 마련한 집이다 보니 집 주변에 정말 아. 무. 것. 도. 없어요. 도심에선 흔하디 흔한 버스정류장도 1킬로 정도 떨어져 있고 가장 가까운 편의점까지도 3킬로를 가야 하는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이 전무한 것뿐만 아니라 병의원도 별로 없고 규모가 있는 병원에 가기 위해선 차로 3~40분 이상(제주외곽에서 차로 3~40분 거리는 대략 40km 정도.) 가야 한다는 점이 많이 불편해요.


적다 보니 정말 불편하고 좋지 않은 부분이 정말로 많네요.

그렇다면 이 글은 전원주택의 단점을 얘기하고자 한 글일까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이렇게 불편한 점들이 있지만 저는 제주에 오길 잘했다. 이 집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이렇게까지 이 단점들을 감수하고서라도 꼭 살고 싶은 이유를 지금부터 적어볼게요. 

(단점보다는 짧은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의 MBTI는 "극 F(감정중심)"이니 참고 바래요.



1)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제주의 푸른 바다

대부분은 일주도로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하지만 때로는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이용하기도 해요. 특히 매일 아침 아이들의 등하교를 시켜주며 일부러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다니다 보면 내가 진짜 제주'살이'를 하고 있음을 실감해요.

지금은 겨울이라 안 하고 있지만 여름에는 하교 후 가족이 다 같이 집 근처 해수욕장으로 가서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물놀이를 하고 올 수도 있다는 것도 제주'살이'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2)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과 바비큐

저희 가족은 육지 살 때 종종 캠핑을 다녔어요. 텐트에서 자야 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늦은 저녁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고 의자에 둘러앉아 마시멜로를 구워 먹거나 신랑과 불멍을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너무나 좋아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집에서 할 수 있다는 점.

캠핑을 가지 않아도 내가 원할 때면 언제든 불을 피워 고기도 구워 먹고 밤하늘 쏟아질 것 같은 별도 보고 불멍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3) 자연과 함께 하는 삶

도시의 생활도 좋아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삶도 좋아하는 이중적인 저. 계절을 변화를 그 어느 곳보다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전원주택이 아닐까 싶어요. 관리해야 할 포인트들도 많지만 그렇기에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느낌을 가지게 해주는 것 같아요.

집에 앉아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기도 하고 눈 내린 정원의 풍경을 감상하기도 하고 날이 좋은 어느 날은 데크 테이블에 앉아 브런치를 즐기기도 하는 나만의 정원 라이프가 저는 참 좋더라고요.


초보 농사꾼이라 알차지는 않지만 알게 모르게 쑥쑥 자라나 있는 채소들을 직접 수확해서 먹는 친자연주의 식탁도 꾸밀 수 있다는 것도 참 좋아요.

기나긴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아이들과 함께 텃밭에 나가 같이 밭을 일구고 남편과 아이들이 흙을 만지고 씨앗을 뿌리고 물도 주며 새로운 생명이 자라는 모습을 함께 지켜본다는 점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게 이 시간은 인생 최고의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육지에서 제주로 이사온다는 것은 저희에겐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었어요. 앞서 적은 많은 단점들에 비해 미약해 보이는 장점들일 수 있겠지만 그 모든 것들을 저희 가족은 기꺼이 받아들였고 해결해 나가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요. 바로 이것이 저에게는 우리 가족에게는 더 큰 가치를 가졌다고 생각해요.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살고 싶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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