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를 신고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타는 아들은 클릿슈즈를 신고 고가의 로드 자전거를 타는 나의 속력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오르막을 오르고 나서는 오히려 컨디션이 더 좋아 보인다. 한 번은 가파른 오르막을 보란 듯이 먼저 오르고 나서 아들을 뒤돌아 보다가 클릿을 빼지 못해 넘어졌다. 몇 년 만에 크게 넘어지고선 아무렇지 않은 듯 밴치에 앉아 괜찮은 척을 했다. 오르막을 오르고도 내리지 않고 괜찮냐며 주변을 맴도는 아들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아들도 놀랬겠지만 나도 무척 놀랐다. 로드 자전거를 처음 탈 때는 50이 넘으면 그만 타야지 했는데 정말 그 나이가 가까워졌음을 실감했다. 은근슬쩍 60까지는 타야지... 하면서 은퇴나이를 연장하고 있었는데 당황스러웠다.
자전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타이어가 두껍고 라이져 핸들이 주로 장착된 안정적인 mtb 자전거와 타이어가 얇고 드롭바 핸들이 주로 장착된 가볍고 빠른 로드 자전거로 나뉜다. 둘의 장단점을 버무려 놓은 것이 하이브리드나 생활자전거다. 대체로 젊은 사람들은 날렵한 로드 자전거를 선호하는 편이고 연세가 있으신 분은 mtb 자전거를 주로 즐긴다. 하지만 젊다는 기준은 30일 수도 50일 수도 있겠다. 20대에 mtb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고 60세가 넘어 로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또 자전거를 주로 타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영향도 많이 받는다. 개인적으로 mtb 자전거는 아재 자전거 같아 싫다고 했는데 아재 나이가 되니 이제 영감 자전거 같다며 별로라 하고 있다.
자전거를 좋아하다 보니 자전거를 추천해달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나이가 가까운 지인이 자전거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고민 없이 로드 자전거 카테고리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스스로 로드 자전거의 즐거움을 늦게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시작하라고 부추겼다. 정작 내가 로드 자전거를 그만 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고부터는 함부로 로드 자전거와 클릿슈즈를 권하지 못하게 되었다.
동해안을 달리다가 홀로 로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80세 할아버지와 잠시 동행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멋있다는 생각에 손뼉 쳤지만 뒤따르다 보니 불안한 마음이 들어 조금 더 안정적인 자전거를 탔으면 어떨까 했다. 헤어질 쯤에는 자전거보다는 다른 운동을 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아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 아들이 어떤 자전거를 탈지, 내가 자전거를 탈 수 있을지 헤아려 봤다. 노인이라서 자전거를 못 탈 이유는 없지만 그만 타야 할 시간은 분명히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