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자전거 - 변화 19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질문
어린이 자전거는 대부분 MTB 형태의 자전거다. 아들도 MTB 자전거를 계속 탔었다. 초등학교 졸업쯤 동네형이 타는 펫 바이크를 사달라고 조른 적이 있었지만, 지나가는 유행일 뿐이라며 호감을 무시했다. 중학교에 입학해 엄마의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물려 타면서는 학교 친구들이 많이 타는 픽시 자전거를 갖고 싶어 했다. 자신의 자전거는 아줌마 자전거 같다며 투덜대는 아들에게 네 자전거가 훨씬 비싸고 고급스러운 자전거라며 강요했다. 사실 픽시 자전거는 기어가 없고 브레이크가 간소하다 보니 위험한 주행을 유도하는 나쁜 물건이라는 생각이 컸다. 더구나 픽시 자전거와 헬멧은 절대 어울릴 수 없는 조합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자전거만 자전거인 듯 길에서 픽시를 타는 애들만 봐도 픽시를 동경하는 아들에게 픽시 흉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학 때부터 정당에 가입해 나름대로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며 살고 있다고 자부했다. 정치 관련 뉴스를 책임감을 가지고 뒤처지지 않게 따라가려고 애썼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권리당원 투표 전화가 오면 당황해한다. 정치공부가 부족해지니 바른 투표를 할 자신이 없다. 급하게 검색해서 내가 좋아하는 기성 정치인과의 관계가 있는 후보를, 그들이 주장하는 정책들에 무조건 투표하고 마는 나를 발견한다.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왜 교육감을 학생들만 빼고 뽑아요?”라는 질문을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아들도 교육감 선거에 관한 얘기를 여러 차례 했다. 흘려들었다. 그러고는 아들도 알고 있는 교육감 후보의 대표 공약도 모른 채 정치적 성향으로 투표를 했다. 변화를 바라며 변화를 거부하는 꼰대와 다를 바 없다.
좋아하는 것이 변하지 않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것을 만나면 단점부터 찾으려 하고 내가 좋아하던 것과의 관계부터 찾는다면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새로운 책이나 노래처럼 새로운 형태의 자전거를 바라볼 수 있고 새로운 정치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어야겠다. 아들의 새로운 생각을 경청할 수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