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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n 05. 2023

오늘은 제가 6번째 퇴사를 하는 날입니다.

만 30세에 6번째 퇴사. 프로 이직러의 최후



오늘은 퇴사 날입니다. 


저는 판교에 있는 대기업을 다녔습니다.처음엔 판교도, 대기업도 꿈을 이룬 것 같아 기뻤습니다.

저는 그 누구보다 대학생 때, 판교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을 꿈꿨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출신이라 판교로 출, 퇴근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줄 알았었는데 어쩌다가 한번 놀러 가는 거랑, 매일 일하면서 왕복하는 건 차원이 달랐습니다.


배차 간격도 길어서 역 앞에서 이렇게 하염없이 기다려야 합니다.오늘따라 더 슬퍼 보이는 판교의 플랜카드들.. 판교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만족하고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일부러 출근 시간이 아니라 점심이 거의 다 되어서 나왔습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버스가 9호선 뺨칠 정도로 혼잡해지기 때문입니다.


곧 폐기될 사원증 사진을 찍어봅니다. 


이제 장비 반납 퀘스트를 합니다. 


IT 부서에 쓰던 모니터와 노트북을 직접 반납하는 중입니다.

지급받았던 아이템을 모두 반납하고 몸만 남는 기분이네요.


가져가지 않을 서류는 세절합니다.


다음 사람을 위해 책상도 닦습니다. 이건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입니다.

사내에서 자리 이동할 때도 꼭 하는 편인데, 다음 사람이 기분 좋았으면 좋겠어요.


깔끔하네요. 

제 흔적은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팀원 분들과 마지막 식사를 하러 나왔습니다.처음 이직했을 때, 대학생 때 가고 싶었던 회사의 바로 앞이라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꿈꾸고 노력하면 그 근처라도 갈 수 있다는 걸 느낀 이직이었습니다.이제는 새로운 꿈을 위해 떠나지만요.


퇴사를 하고 돌아가는 길은 항상 많은 생각이 듭니다.


신나거나,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습니다.이유는 간단합니다.

회사의 울타리를 벗어나 다시 개인으로서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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