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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ay 12. 2023

쓴 커피

나의 카페6

"몇 번째  몇 번째 들어가는 병원일까요?

나도 고만 가고 싶어.

혼자 사는 것도 힘들고...

우리 집 깜둥이도 내가 이렇게 데려올게 아니었는데 내 이기심인가 싶어 져.

잘해준다고 해주면 뭐 해 이렇게 매번 다른 사람 손에 맡겨야 하는데 너무 안쓰러워서

 내가 버리는 줄 알까 봐 더 마음이 아파"

전화통화는 계속 이어진다.

잔잔한 피아노 곡이 흐르는 카페 안

통화 중 불편하실까 봐 음악을 올렸다가

그래도 소리가 너무 잘 들려서 가요 따위로 음악을 바꿔 드릴까 했다가 또 방해가 될까 관뒀다.

오늘따라 말소리는 울리고 음악소리는 따로 논다.

그런 와중에 눈치 없는 할아버지 단골손님이 큰소리로 인사를 하며 들어오신다.

"따뜻한 거 한잔 주쇼"귀가 어두우셔서 안에 손님이 통화 중이신 걸 모르시는 것 같다.

큰소리로 또 별 의미 없는 얘기를 하신다.

"비가 오니 싹씬이 다 아프다. 아이고야 이놈의 비는 언제까지 온다카노?"고래고래 카페 음악이고 뭐고 다 잡아먹을 듯한 음성은 점점 더 높아지신다.

대꾸를 안 하면 안 들리나 싶어 더 크게 말씀하신다.

옆에 가려진 안쪽에 사람이 있다고 눈짓을 해드려도 모르신다. 

그렇다고 조금만 조용히 해달라 할 수도 없고 난감하기 그지없다.

손님이 많은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용히 있고 싶어 안쪽으로 안쪽으로  앉은 손님들은 공부를 하거나 핸드폰을 하거나 때로는 통화를 하신다.

그러나 안쪽에 앉은 젊은 손님들은  왜 저분이 저렇게 큰소리로 말을 하는지 모른다.

깜짝 놀라거나 인상을 쓸 뿐이다.

싫으시겠지....

모두 모두의 고민이 있다.

사연이 있고 다들 바쁘고 힘들다.

우울할 틈도 없이 미친 듯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정신없이 있다가 젊은 사람들은 잠시 쉬고 싶어 카페를 찾는다.

혼자 멍을 떼리기도 하고 때로는 훌쩍훌쩍 눈물을 삼킨다.

그런데 하루에도 두 번 많으면 세 번 자기 집 드나들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나타나시는 어르신...

단골 고객님... 남편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이 팔아주신 분이니 최고의 대접을 해드려야 한다고 한다. 어르신도 가게가 잘되길 바란다고 늘 말씀하신다. 그래서 일부러 입구에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더 들어오기 좋지 않겠냐고 말을 한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입구에 어르신이 떡하니 버티고 앉아 있는 모습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연초까지 피셔서 냄새도 난다.

젊은 여 선생님들은 들어오시다 깜짝 놀란다.

안쪽 편한 자리를 안내해도 무슨 고집이신지 자꾸 금방 갈 거라고 입구 테이크아웃 손님들을 위해 만들어둔 의자에 앉아 데스크와 마주 보고 짧게는 20분, 30분 길게는 1시간을 쓸데없는 잡담으로 시간을 때운다.

과거로 갔다가 자식들 이야기를 했다가 레퍼토리는 돌고 돌아 이제는 본인 아픈 이야기가 주 스토리이다. 여기가 아프다. 저기가 아프다. 이 병원을 갔다. 저 병원을 갔다. 아프다는 소리를 인상 쓴 얼굴로 매일 아니 하루에도 몇 번씩 하니 보기가 힘이 든다.

대꾸를 안 하고 피해도 보고 그럼 또 혼자 멍하니 앉아계신 모습이 마음이 쓰이고 연락 없는 자식들이 원망스럽다가 또 그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고....

그렇다고 내가 이 분을 위해서 이런 노력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매번 징징 거리는 아이 달래듯 받아 주는 것도 지쳐간다.

무엇보다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가 가서 걱정인데 눈치 없는 어르신은 변화가 없다.

한수 더 떠서 매일 오시는  외국인 선생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어르신이 말을 거니 선생님은 질문을 다 받아준다.

한국인과 다르게 텐션도 높고 적극적으로 대답을 해주니 어르신은 신이 나하셨다.

"저 친구 맘에 든다 코쟁이라 편견을 가졌는데 사람 좋네"하신다.

하지만 대화가 길어질수록 선생님은 매우 불편해하시는 표정이 보였고 과도한 관심이 불편한 듯 보였다.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 그도 그런 것 같았는데...

몇 달을 공들여 조심조심 손님 한 분 한 분 돌탑을 쌓듯이 정성을 들여 조금씩 조금씩 친분을 쌓아가고 있는데 자꾸 젠가의 블럭을 하나씩 하나씩 빼버린다.

"너무 과하게 적극적으로 대화 받아 드리지 마""그래야 얼른 가시지""젊은 선생님들은 싫어해""그들이 어르신의 질문에 대답해 드려야 할 이유가 없잖아""그들도 나에게는 똑같이 소중한 손님이야"남편은 무슨 생각인지 그러면 안 된다 소리만 한다.

하.....

오실 때가 되면 불안하다.

앉으시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렇다고 딱히 방법이 없다.

나도 창가 테이블에 앉아 여느 손님처럼 한숨을 삼키다.

커피를 삼키다.

오늘따라 쓴 커피를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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