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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Sep 03. 2023

짝퉁 카세트 테이프

최신가요

많이 아프게

아프게

나의 사춘기는 많이 많이 앓고 앓았던 것 같다.

나에게 어른이 되는길은 참으로 힘겹고 아프고

아팠다.

그때마다 낡아빠진 카세트 테이프를 듣고 또 듣고

어느 리어커 자판에서

짝퉁으로 1000원에 팔던 최신가요 테이프

 내 사춘기의 위로였다.

친구였다.

듣고 또 듣고  테이프가 늘어지는 만큼

내 마음도 조금은 괜찮아 지는 것 같았다.

하루

또 하루

내가 하루를 살아 내는건

지독하게 괴롭던 그 곳을 떠나고 말겠다는 오기

그게 아니라면 지옥 ...

울타리가 되어줘야 할 집이란 곳에는

늘 술에 취한 아빠와

내 탓을 하며 화가 잔뜩난 엄마

술에 취한 아빠보다 뭘해도 다 내탓인듯 퍼부어 대던 엄마를 더 벗어 나고 싶었던 그날 그때

그런 시간도 그런 공간도 이어폰만 있으면

토닥토닥 조금 괜찮아 졌다.

어느날인가 내가 꼽고 있던 이어폰을 빼앗고 카세트를 던져 버린 엄마

늘 공부한다고 앉아 이어폰을 꼽는 나를 못마땅해 하던 엄마가 내 전부이던 이어폰을 빼앗고 카세트를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 버렸다.

내가 바닥에 던져진듯 화가났다.

미친듯이 소리치고 이말 저말 참았던 많은 말들을 쏟아 부었다.

뒹구는 카세트를 주워들고 집을 나와 버렸다.

그냥 아무것도 없이

어차피 내가 가진건 아무것도

이대로 그냥 없어져도 괜찮겠다 생각도 여러번 한 것 같다.

하지만 벗어나고픈  목표가 있었다.

꿈도 희망도 가질수 없던 내게 집을 벗어나고픈 목표 하나


가녀리게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온 꽃송이가 대견하다.

버티고 버틴 나의 사춘기에 응원을 보내고픈 하루다.

엄마가 반대한 결혼도 하고 아이가 대학생이 된 지금도....가끔 엄마가 찾아온다.

위로가 되어준 남편과 그런 남편을 똑닮은 딸이 이젠 모든걸 대신한다.

나는 내 울타리를 만들고 지키고 싶다.


음료 찌꺼기인지 커피자국인지 머그컵 바닥을 채우고 굳어 버린 때는 씻어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떨어지지도 않은채 컵을 쓰려고 할때마다 거슬린다.

응어리는 그렇게 눌어붙어 계속 계속 거슬린다.


그때 내 존재만큼 소중했던 그 노래들이 흘러 나온다.

나를 버티게 해준 그 노래들이....

나는 다시 한번 두번째 사춘기를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어 가는건 나에게 무척이나 아프고 아픈 일이다.


늦은 여름의 열기가 대낮 공기를 뜨겁게 달군다.

 뜨거운 햇볕 뒤로....  차가운 바람이 분다.

곧 스산한 바람이 가득차면

시리겠지

시리고 시린 겨울이 오겠지.....

늘 그랬던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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