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교육 하지 마세요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시겠다면

by 굶찮니

*이번 썰은 필자가 수업, 썰 등을 듣고 배우며 알게 된 것을 정리한 것입니다. 근거는 있지만 출처를 일일이 나열할 수 없으므로 무조건적으로 정설이라고 믿지 말길 바랍니다. 다만, 한국어교육을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두 번 읽고 뒤로 가기 누르시길 바라며, 전공 선택에 있어서도 뒤로 가기를 심각하게 고민하길 바랍니다.



-지난 줄거리


"나는 바다에 나가서 한국어교육왕이 될 남자다!"

"선생님, 이거 노란색..."

"한국어교육... 꼭 해야만 속이 후련했냥!!"




예전에 석사 1학기 꼬물이 시절, 첫 스터디 때 어떤 선배가 그랬다.


"너 한국어교육 왜 했어?"

"ㄴ... 네?"

"결혼 안 할 거야?"

"아뇨! 하고 싶습니다."

"... 집에 돈 많아?"


(눈물)


그 남자선배님 특성상 표정 변화가 거의 없어서 나는 농담도 진담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긴 하다. 당신이 결혼은 못 하는 이유 첫 번째! 얼굴! 두 번째가 바로 직업이 그거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에 하도 불편러들이 많기 때문에 두들겨 맞기 싫어서 미리 언급하지만, 나는 남자고 여자고 간에 갈등 부추길 의도가 전혀 없다. 그냥 내가 경험한 현실이 그렇다. 한국어교육 분야는 90%가 여자 선생님인 경우가 많고 남자 선생님이 드물다. 그래서 내가 처음 일하러 가면 모두가 "에엨~ 카와이~ 오토코 센세다!" 이렇게 반기기는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남자 선생님이어서 무슨 이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남자 선생님으로서 안 좋은 점이 딱히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굳이 얘기하자면 목소리의 '톤'일 것이다. 옥타브가 높으면 그만큼 귀에 잘 때려박힌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뭐 이론적인 것이고 사실 발성만 좋으면 다 씹어먹을 수 있으며, 반대로 학생들 컨디션이 안 좋으면 암만 떠들어봐야 조는 애들은 수업 끝날 때까지 고개를 까딱까딱하며 라임과 플로우를 즐길 뿐이다.


결국에는 돈이다. 내가 작년 초에 태국 생활을 접고 한국에 들어왔을 때쯤, 유명한 대학교의 어학당에서는 한국어 선생님들이 대규모 시위를 시작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보지 못 했지만 나는 시위를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조금 충격이었고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세계화 흐름에 선봉에 서는 것이 K-POP이나 드라마 등의 문화콘텐츠, 그리고 국력이 뒷받침되는 국가적 네임벨류라면 그것에 영향을 받는 것이 유학생의 수이고, 한국어 교사들은 이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반대로 말하면 이런 한국 문화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최전선에 있는 양반들이 한국어교원인데 그에 걸맞는 대우가 들어오는지를 물어본다면 나는 답 못하겠다. 한국어교육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이, 이미 선택한 사람들이 대외적으로 말하는 슬로건이 '열정, 사명감'으로 귀결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아픈 곳을 가리기 위함도 있다고 본다. 물론 그렇다고 열정, 사명감이 간판용 슬로건이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건 기본으로 깔고 가야하는 마음가짐에는 변함이 없다.


해외에 나가면 더 심하다. 나는 월 110만 원 안팎으로 생활했다. 물론 환율과 물가를 따졌을 때 현지에서는 부족함이 없이 살았다. 모아서 오는 게 없었지.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카이 한국 생활이 시작되었을 때 이미 서른은 넘었고 그동안에 보람과 뿌듯함보다도 잣댔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직접 들어 본 적은 없지만 혹시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어학당 기준으로 하루에 4시간 강의하고 1시면 퇴근인데, 나머지 쓸 시간도 많고 개꿀 아님?"


6시 퇴근해도 되니까 일 더하고 싶다. 이러면 답이 될까 모르겠다.

한국어 선생님들은 강의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주 12시간, 8시간 주는데, 12시간이면 주 3일이고 나머지 8시간을 채워서 월~금 풀 근무를 위해 다른 어학당의 문을 두드린다. 그래도 월~금을 다 채우거나 오후 시간을 빡빡하게 채우면 행복해지는데 행복해지기가 쉽지는 않다.


직업에 귀천이 없고 어떤 직업이 더 빡세냐 논하는 것은 소모적이지만, 서서 일하는 직업은 대부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 4시간 동안 수업하면서 레이더 풀가동해서 학생 하나하나 케어하는 것이 개꿀 직업으로 보인다면 여러분도 지원하세요! 해! 제발.


요즘 다행히도 코로나가 풀리고, 유학생도 많아져서 일자리 숨통이 조금 풀렸지만 그래도 지원자는 넘쳐난다. 강의 시급도 화끈하게 오르지는 않았다. 작년에 어떤 후배님이 한 학교에서 주 4시간밖에 못 받아서 배달 알바 병행한다고 들었을 때는 그냥 태국에 짱박혀있을걸하고 후회했다.



이런 얘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짧은 경력이라도 도움이 될까 상담 오는 사람에게 몇 가지 얘기를 해 주곤 했다. 선생님 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고, 되고 나서도 일 구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고, 누구에게나 존경받지만 생각보다 돈은 못 버는 이상한 직업인데 왜 하세요?


"재미있고 보람이 있을 것 같아서용."

이라고 말하면 나는 더 재미있고 알찬 다른 직업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권위의식? 그런 거 없다. 나도 어차피 이 바닥에서는 경력으로 치면 바닥 중에 바닥이다.

밥그릇 뺏길까 봐? 이미 시뻘건 레드 오션에서 한두 명 들어온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들어오면 동병상련할 전우가 생기니까 오히려 좋아.


그냥 다들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는데,

진지하게 본인 집안 형편이 너무 가난하지 않으면 오케이이고.

문화수용력이 부처님멘탈급이라 해외에 나갔을 때 잘 적응하면서 가르칠 자신 있으면 또 괜찮고.

대학원 2년 버티고, 이력서 자소서, 시강 준비 무한 루프에도 구김살 없이 도전할 수 있으면.

굳이 말릴 이유는 없겠다.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그냥 막연하게 '재미있을 것 같고 보람이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그런데 참, 책임질 것이 많은 직업이다.

학생들의 수업을 책임지다 보니 내 인생을 책임을 못 지게 될까 봐 이거 말고도 다른 것을 준비한다.

남자 선배들이나 동기들은 그게 당연하다는 듯 박사 테크트리를 탄다.

나는 아직 망설이는데 괜히 또 그래야 할 것 같은데 못 하겠다.


제목이 '하지 마세요'인데, 어그로 용이 아니라 진짜 마음이 그러하다. 뭐 때문에 마음 고생할지 뻔히 아는데 내 입장에서 강!력!추!천! 끼얏호! 이러지는 못 한다.


월급이 적으니 나머지는 빈 곳은 애들 소식으로 채운다.

"선생님, 이번에 이런 데 취직했어요."

"이번에 한국에 가서 일해요."

"이거는 어떻게 말해요?"

"이거 질문해도 돼요?"


그래도 어렸을 때 장래희망 중 하나가 '교사'였는데 이런 식으로도 꿈을 이뤘구나 싶다.

내가 아직도 다른 노선 안 타고 이 직업을 못 놓는 것은 '이제야 좀 보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고, 그놈의 보람이라는 것을 마약처럼 못 끊기 때문이다.


한국어교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시겠다면,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요즘 공고 많이 떴어용... ㅍㅇ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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