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급이 전부는 아니었당
*이번 썰은 필자가 수업, 썰 등을 듣고 배우며 알게 된 것을 정리한 것입니다. 근거는 있지만 출처를 일일이 나열할 수 없으므로 무조건적으로 정설이라고 믿지 말길 바랍니다. 다만, 한국어교육을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두 번 읽고 뒤로 가기 누르시길 바라며, 전공 선택에 있어서도 뒤로 가기를 심각하게 고민하길 바랍니다.
-지난 줄거리-
"후우, 니들은..."
"이악물고 악으로 깡으로 버티기에는 너무 힘들어용."
"저도 시험보러 왔어요. 샹, 아니에요. 아니라니깐."
이딴 글이 2화다.
아무튼 한국어교원 3급 자격은 시험 난이도는 오질나게 높으면서, 면접까지 보는데도, 일 구하는 데에는 정작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버리는 눈물나는 종이장에 불과했다. 전세계의 한인 교포들에게 뒤늦게 한국어 교수할 수 있는 공인 자격 제도를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기에 사실 나를 위한 자격증은 아니었다.
"Granny, I wanna learn Korean."
"Okay, then... speak after me. gae..."
"Gae!"
"Sae..."
이 사실 또한 늦게 안 것처럼 지난번에 말했지만, 사실 정보는 충분했다. 그냥 내가 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설마 비빌 데가 한 군데도 없겠어? 히힛."
없었다.
사실 3급은 은퇴한 교포들 말고도 해외로의 취업이나 봉사활동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효용성이 있다. KOICA나 KF재단이라든가 해외 파견을 위해서 보는 여러 자격 중에 하나가 교원자격이라 이를 위해 따는 사람들도 많다. 다만 막연하게 해외를 생각하면 다들 미국, 유럽, 일본 등을 떠올리곤 한다.
"나는 일본 문화 다이스키하니깐 가서 일본 카노죠도 만들어야징~"
"유럽에 가서 스맡하고 핸씀한 가이랑 만나면서 찐로맨스할 거야."
문외한인 분들을 위해 말하자면, 이런 곳은 선호도 1티어급에 속하여 박사 졸업생들도 제대로 비비기 힘들다고 한다. 3급은 제3국가라고 불리우는 곳으로 '봉사활동' 개념으로 보내진다. 3으로 깔맞춤한 것도 아니고.
난 누누이 한국어교육 쪽에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말해 왔지만 정말 그 특정 국가에 관심이 갓나게 있고, 안 가면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면 가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양심상 대학원도 추천은 안 한다.
하지만 졸업하자마자 칼 취업 또한 자신 없었기에 나는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 끄아앙.
조교는 덤이라고 생각했다가 이따금씩 학업보다 조교 업무가 주로 바뀔 때면 내가 이러려고 대학원 왔나 싶기도 했다. 조교는 조교대로 썰이 한라산만큼 쌓였지만 나는 고소당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니깐 무덤까지 봉해놨다가 폭로할 작정이다.
한국어교원자격은 크게 1, 2, 3급으로 나뉘는데 1급은 논외다. 처음부터 딸 수도 없고 현역으로 5년 경력 2000시간 이상되면 국립국어원에 자료 보내고 승급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풍문으로는 일부러 승급 안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몸값 올라서 잘 안 뽑는다나 뭐라나. 이건 직접 확인한 바가 없어서 모르겠다. 다만, 웬만하면 계약직으로 뽑는 이 업계에서 정규로 전임강사를 뽑을 때는 이 기준도 점수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2급. 2급은 석사 2급, 학사 2급, 3급의 아수라장에서 이악물고 올라온 승급 2급 등이 있다. 대부분은 대학원에서 2년 또는 그 이상을 구르고 깨지면서 끝나고 나면 냄비 받침 하나 들고(나만 그렇다, 다른 석사 선생님들을 비하할 의도는 추호도 없다. 나만 그렇다, 나만.) 여기저기 문 두들기면서 겨우겨우 주 8시간, 12시간을 받으며 일한다. 학사 2급의 대우는 솔직히 들은 바가 없어서 모르겠다. 모교에 한국어교육 학사과정이 생겼는데, 대충 듣기로는 이 길에 진심인 친구들은 대부분 대학원까지 가는 모양새다.
3급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솔직히 리스펙해야 한다. 짐작건대 사설 학원이나 해외에서 이악물고 승급 시간 다 채운 양반들이기 때문에 눈에 광기가 서려있다. 드물게 경력으로 안 쳐 주는 기관도 있기 때문에 일 시작하기 전에 잘 알아봐야 한다.
그러면 석사 2급이 갑이구나 싶은데, 경력 없는 신입이는 밥빌어먹고 살기 어렵다. 나는 던지는 족족 낙방이 되거나 시간 협의가 안 돼서 합격 취소가 되는 등 별 경험을 다 해 보다가 우연찮게 태국에 일자리가 생겨서 가게 되었고, 지금은 국내 어학당에서도 일한 경력도 쌓이면서 '아하! 이젠 알겠어요. 샹' 상태가 되었다. 솔직히 나같아도 경력 있는 사람 뽑고 싶은 마음이 크겠다. 이건 모든 분야의 신입의 고충일 것이다. 그럼 경력 어디서 쌓니? 사실 한국어교육 하지 말라는 첫 번째 이유가 이거다. 이미 너무 레드오션이다.
태국에 가기 전에는 이런 이야기도 자주 들었다.
선배들이 말씀하셨다. "첫 강의 경험은 국내 어학당에서 쌓고 나중에 해외 나가는 것이 좋다."
이것은 나도 동의하는 바가 크다. 해외 현장은 정말 케바케다. 가는 곳마다 정말 다르다. 강의계획부터 교재 선정, 부교재와 PPT 자료 등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책임지고 내가 다 만들어야 한다. 적성 안 맞는 사람은 이것도 할짓이 아니다 싶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기준점을 모르기 때문에 실수한다'는 것이다. 물론 시강 연습도 하고 강의 참관도 하지만 실전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많아진다. 나 같은 경우는 도입-제시-연습-활용-마무리의 일련의 과정을 20분 내외로 컷하는 연습조차 미흡했는데 한 과목에 3시간짜리인 대학 강의를 하려니 재미는 둘째치고 멘붕이 올 뻔했다. 게다가 전공수업 강사로 갔기 때문에 문법 수업만 있는 것이 아니라 꽤나 버라이어티한 과목들을 담당했기 때문에 내 머릿속도 꽤나 버라이어티 하게 망가지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언어도 모르고 환경도 적응하기 바쁜데 교실 환경 체크하고 변수를 꼼꼼하게 확인해도 뭔가가 터지는 것이 해외 현장이었다. 소리 잘 나온다고 하더니 라디오 주파수 찾는 것처럼 지지직 거려서 5분짜리 문제풀이도 못하고, HDMI 연결해 놓으면 화면 RGB 색상이 접촉불량으로 제멋대로라서
"여러분, 이 차는 무슨 차라고 했어요?"
"소방차요."
"맞아요. 빨간색이지요?"
"빨... 네?"
"선생님, 노란색이에요."
"그게 무슨 개소리예요?"
이렇게 반 전체 구성원을 색맹으로 만드는 무시무시한 교실도 있었던 터라 매번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나는 틈만 나면 주변 선생님께 강의에 대한 질문을 퍼붓고는 했는데, 그곳에서는 선생님들끼리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 딱히 제한된 것은 없었지만 그조차도 간섭이 될까 봐 자체적으로 말씀을 아끼시는 경우가 많았다. 책도 얼마 없었다. 매 강의가 거의 스타크래프트에서 있는 자원으로 쥐어짜내서 타이밍 러시가는 느낌이었다. 다른 학교는 또 다른 학교대로 사정이 달랐고, 고등학교로 가신 선생님은 또 환경이 전혀 달랐다. 주, 도시마다 또 달랐다. 참고할 만한 것을 찾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내가 이와 관련하여 걱정했던 것은 돌아와서 한국에서 일할 때 적응 못하면 어쩌나 싶은 것이었다. 해외에서 내멋대로 강의하고 돌아왔는데 이것을 국내에서 받아줄까, 혹은 내가 이 국내 환경에 적응을 못 할까 등등. 결과적으로는 하기 나름이지만, 조금 더 안정적이고 스탠다드한 방법은 국내에서 조금이라도 강의를 해 보고 나가서 현지 상황에 맞게 보정하는 편이 더 편할 것 같다.
경력이 참 짧은 편인데, 그래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 붙잡고 뭐든 알아내고 싶은 사람들은 종종 있다. 그래서 나에게도 몇 사람이 와서 한국어교육 진로에 대해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매번 고민하면서도 나는 다음과 같은 조언같은 푸념같은 조언을 늘어 놓고는 선택해 보라고 했다.
분량 조절을 실패했으므로.
내가 뭔 소리를 했는지는 다음 화에 계속.
와, 이걸 3화까지 우려먹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