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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봄봄 Jan 04. 2022

힘내자! 이번에는 진짜다!!

우리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우리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2020년 12월 31일 둘째 봄봄이가 태어났다.     

임신 30주 5일 만에 1602g으로 태어나버렸다.


봄봄이는 잘 지내고 있었다. 반면 나는 병실 생활이 이제는 좀 힘들어지고 있었다. 봄봄이 석션과 산소포화도 모니터 확인하느라 으로 잠을 잘 못 자고 또 낮에 봄봄이가 낮잠잘 때 얼른 나도 자려고 해도 의사선생님들 간호사선생님들 왔다 갔다 해서 깊이 잘 못 자고... 정말 딱 2시간만 푹 자고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4월 29일 목요일, 봄봄이는 드디어 콧줄도 뺐다. 난 처음에 콧줄이라고 해도 코에 조금 깊이 넣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봄봄이가 한번 몸부림치다 콧줄이 한번 빠진 적 있어 인턴 선생님이 콧줄을 넣어주는 걸 봤는데 봄봄이 코로 위까지 23cm를 넣었다. 깜짝 놀랐다. 그렇게 깊이 넣는 거구나... 우리 봄봄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겠다... 그 뒤로 빨리 콧줄을 제거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었다.      

캐뉼라가 남긴 했지만 오늘 심전도도 빼고 콧줄도 뺐다. 그러고나서 보니 우리 봄봄이는 진짜 건강해 보였다. 이제 진짜 나만 잘하면 되는 거였다.      

오늘 소독을 처음 직접 해봤다. 인턴 선생님이 오시기 전까지 열심히 이미지트레이닝을 하고 했었다. 내가 처음이라 천천히 하니 봄봄이가 좀 울긴 했어도 소독은 괜찮았다. 해볼 만했다. 그런데 내일 캐뉼라 교체인데... 오늘 교육 선생님이 오셔서 교육을 받고 난 뒤, 교육 선생님께 내일 팰로우 선생님 앞에서 교체 해본다고 하니 그럼 내일 교체하기 전에 한 번 더 연습해보자고 내일 오전에 빨리 오겠다고 하셨다.    

그날 오후에는 신랑이 왔다. 봄봄이가 중환자실에서 병실로 온 뒤 처음 보러 왔다. 그동안 밀린 일이 계속 있고 첫째 때문에 시간 맞춰 집에 가야 하다 보니 오늘 겨우 시간이 나서 봄봄이를 보러 왔다.

신랑은 봄봄이가 이뻐 죽는다. 봄봄이가 자기를 빤히 쳐다보니 아빠를 알아본다고 더 이쁘단다. 요즘 봄봄이는 아무나 봐도 빤히 쳐다보는데... 뭐 그렇다고 해두자... 그 뒤로 신랑도 봄봄이가 눈에 선하다고 퇴근길에 봄봄이를 보러 계속 왔다. 신랑도 빨리 우리 가족 4명이 같이 모여서 살고 싶다고... 첫째도 엄마가 보고 싶은데 말도 못 하고, 엄마 얘기하면 일부러 피하다가 잠자리에 들 때 아빠한테 엄마 이제 몇 밤 자고 와... 살짝 이 말만 물어본다고 한다.      


내일 캐뉼라 교체 정말 정신 차리고 해야겠다.      

4월 30일 금요일, 나는 교육 선생님이 언제 오는지만 기다리고 있다. 팰로우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얼른 한 번 더 연습해야 할 텐데... 다행히 교육 선생님이 오셔서 한 번 더 연습할 수 있엇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응급상황 대처하는 심폐소생술만 배우면 된다고 하셨다.     

팰로우 선생님이 준비되셨냐고 캐뉼라 교체할 때 뭐가 필요하죠 물어보셔서 내가 대답하니 준비물을 가져오셨다. 준비하는 과정부터 지켜보셨다.     

드레싱 세트에 준비를 다하고 튜브가드까지 빼놓고 팰로우 선생님이 잘하셨다고 하시면서 팰로우 선생님이 봄봄이를 잡아주시는 보조 역할을 해주셨다. 천천히 배운 대로 흡인부터 하고 장갑을 끼고 소독을 하였다. 기관절개한 구멍을 보는 건 처음이라 정말 떨렸다. 인형에 있는 구멍과는 다를 거라고 천천히 한 번에 집어넣어야 된다고 하셨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캐뉼라를 빼고 새캐뉼라를 구멍에 넣었다. 그리고 목끈까지...선생님이 엄청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다. 그런데 정작 난 뭘 했는지 기억이 잘 안날 정도로 긴장되고 정신없이 했다. 뭐 일단 잘했다니 다행이다. 오후 회진때 교수님도 팰로우 선생님이 칭찬할 정도로 잘했다고 하니 한 번만 더 해보고 집에 가자고 하셨다. 난 학생 때 100점 맞은 거 마냥 엄마한테 신랑한테 전화로 자랑을 했다. 월요일 한 번 더 하기로 했는데 그때는 보조 역할은 신랑이 해봐야 한다고 해서 신랑이 월요일날 시간맞춰 오기로 하였다. 


주말 사이 봄봄이는 입으로 분유도 잘 먹고 모빌을 보고 신이 나 온몸을 들썩이며 잘 지냈다.      

5월 3일 월요일, 신랑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팰로우 선생님이 지켜보시면서 동영상으로 신랑과 내가 하는 것을 찍어주셨다. 봄봄이는 능숙하지 않은 두 사람이 하니 많이 울었다. 나도 여전히 떨리고 여전히 무섭긴 하였지만 처음보다는 정신 차리고 잘 할 수 있었다. 또 점점 자신감도 생겼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집에서 필요한 준비물도 기계도 다 주문해두고 이미 도착했거나 내일 도착한다. 이제 하다 보면 더 필요한 게 무엇인지도 알 것이고 요령도 생길 것이다. 내일은 진짜 진짜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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