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다. 가끔 이럴 때가 있다. 뭘 쓰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쓰고 싶을 때. 머리가 잘 돌아가는 상태는 아니지만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이어폰 꽂고 드라마를 보자니 머리가 아프고, 잠은 오지 않고. 식욕도 돌지 않는다. 그래도 방금 식빵 한 조각에 딸기잼을 발라 깨작깨작 먹었다.
나는 무슨 패기로 이 먼 타국에 약이나 비타민도 가져오지 않았을까. 캐나다 집에 남아돌던 비타민이랑 약들 중 한두 개라도 챙겨올걸. 운동도 안 하면서 근 2년 동안 너무 건강했다고 방심한 모양이다. 많이 아파보지 않아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건강이 제일이라는 말이 체감되는 날이다. 너무 오랜만에 혼자 아파 본다.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워 종일 최소한의 끼니만 때우고 누워 있었다. 교환학생 OT 마지막 날인데 참석하지 못했다.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는 음성이 나오긴 했지만 단체생활을 하는 만큼 조심해야 하니까 그냥 방에 있기로 했다. 룸메도 때마침 같이 아파서 둘이 종일 쉬었다.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뒤 시차적응 하랴, 필요한 물건에 음식들 장 보랴, 시내 구경하랴 푹 쉰 적이 없었다. 시간이 아까웠으니까. 그리고 OT가 시작한 뒤에는 매일매일 일찍 일어나 종일 긴장해 있었다. 마침내 이민국에 가서 거주증 발급 절차를 마치고 나니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기숙사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두통이 몰려온 걸 보면.
혼자이니 내가 나를 돌보아야 하나 보다. 음식이나 무엇에든 돈을 아끼는 게 습관이었는데. 특히 혼자일 때는 될 수 있으면 싼 값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대충 먹을수록, 내 생활 패턴을 관리하지 않을수록 우울해진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나를 아끼지 못하고 내가 타인에게 친절한 만큼 나에게 친절하지 못하니까. 그러니까 더 외로워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