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서 Sep 13. 2021

말줄임표

아무것도 허락되지 않는 현실



나는 문장 끝에 오는 간결한 온점이고 싶었다.

정확한 끝맺음을 맺는 확실한 무언가 이고자 했다.

담담한 온점은 내게 동경이었다.


느낌표도 좋았다. 누군가에게 떨림과 전율을 선사하는 것도 짜릿했다.

내 자신이 느끼는 진동도 좋았다.

가볍고 경쾌한 울림의 느낌표는 내게 쾌감이었다.


그 둘 다 될 수 없다면 물음표도 나쁘지 않았다.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내심 좋았다.

들어야 할 , 들을 수 있는 답이 있다는 건 기대되고 설렜다.

상대의 입이 벌어지는 순간을, 목을 가다듬는 기침까지 듣기 좋았다.

마음을 졸이는 물음표는 내게 설렘이었다.


내게 그 무엇도 허락되지 않는다면 반점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을 잇는 그 중심 안에 내가 있을 수밖에 없음은 주인공이 아님에도 주인공이 된 듯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어차피 쉬어가야 한다면 나를 거쳐가야 한다는 점도 나쁘지 않았고 꽤나 매력적이었다.

누군가의 쉼터가 되는 반점은 내게 아늑함이었다.


내가 그렇게 욕심을 낸 것도 아닌데, 내게 배정된 것은 말 줄임표였다.

하고자 했던 건 많은데 할 수가 없었다  아니, 하지 못했다

용기를 낸 것은 욕심으로 치부되고, 내가 설 자리는 줄어들었으며 강요에 의해 침묵을 유지했다.

점 여섯 개는 날 희미하게 만들었고 선명하던 나의 투명도를 높였다.

원치 않았던 말줄임표는 내게 그 무엇도 허락되지 않은 현실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