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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May 09. 2022

그렇게 보다 말 사이일 줄 알았는데



작년 즈음 매주 얼굴을 보던 사이였던 그와 나는 같이 업무를 하는 사이였다. 부서는 같았으나 겹치는 시간은 고작 삼십 . 나보다 연상의 그는 들어온  얼마 되지 않아 사고뭉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어딜 가든 사람들그의 이야기를 했다. 활발한 성격과 넘치는 사고 경력, 그의 이야기는 모두가 어디서든 이야기했기에 친하지 않은 나도 그가 하는 , 좋아하는  등을 알게 되었다. 나와 친한 매니저님이 그의 이야기를 내게 해줄 때만 해도 내게 그는 사고만 치는 주제에 당당한 철면피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내가 그를 다시 생각할 때가 언제였던가. 친했던 동료가 지사를 옮기게 되어 근무표가 그와 겹친 시기였을까.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리고 그와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나는 그에 대해 알아갔고, 그동안 그를 함부로 평가절하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졌다. 그는 내 생각보다 깊은 바다와 같은 사람이었다. 가끔 천덕꾸러기처럼 파도를 일으켜 사람들을 휩싸이게 하기도 하고, 햇살에 비추어 반짝이는 바다처럼 환하게 사람들을 포용력 있게 감싸 안는다. 우리는 취미도 같았다. 웃음과 자극적인 것이 강렬한 사회에서 비난받는 독서라는 잔잔한 취미를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던가.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독서란 대답을 했을 때 사람들은 거짓말 말라는 장난 아닌 비난을 하거나, 다른 취민없냐면서 지루해했다. 난 그렇게 지루한 사람이 었는데. 그는 달랐다. 자신도 그렇다면 밝게 웃어줬고, 다음엔 같이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책을 읽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주었다. 그 후론 그와 언제 카페에 갈까, 무슨 책을 들고 갈까 줄곧 고민했던 것 같다.


그와 함께할 앞으로의 날들을 기대하던 것도 순간일 뿐이었다. 갑작스레 들려온 그의 퇴사 소식에 굉장히 놀랐다. 그는 나와 이곳에서 오랜 시간 함께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앞으로 우리가 함께할 것들을 잔뜩 얘기해준 그에 놀아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두가 그의 퇴사를 축하해주었다. 그랬지. 원래  그는 이리저리 날아가는 바람 같은 존재였지. 퇴사를 한 후에 그와 조금의 연락을 이어가곤 했지만 그것도 한 달이 고작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일방적으로 연락이 끊겼다.


먼저 연락하는 타입의 사람이 아니기에 나도 연락을 하진 않고 있었는데,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나 SNS에 그의 계정을 찾아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그는 없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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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게 그를 잊고 살다가 며칠 전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잘 지내냐는 간단한 안부인사부터 근 시일 내에 만나자는 내용의 연락, 떠나갔던 그에게 실망만 남은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설렘이 피어오르고 몸이 간질거렸다. 몇 마디 주고받은 메시지 창엔 만나기로 약속한 날과 시각이 정해져 공지로 올랐다. 그리고 그를 만났다. 근사한 곳에서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 아쉬워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에 가서 대화를 더 나눴다. 그래서 그는 내게 어떤 사람이냐면,



오래오래 보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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